글로벌 자동차 리서치 기업인 IHS마켓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동차를 포함한 이동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흥미로운 전망을 내놨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피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안전의 욕망이며, 동시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할 수밖에 없는 두 가지 본질적인 욕망의 충돌이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바꾼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모빌리티도 비접촉의 시대로 들어가는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모빌리티 기술이 앞으로 주목을 받을까요?
전동화 방향 '친환경'에서 '비접촉'으로
무엇보다 무선전력전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기술인 이유는 소비자가 비접촉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IHS마켓이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 모빌리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모빌리티의 전동화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전망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전동화는 친환경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감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는 본능에서 택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내연기관은 주유소를 방문하고 주유구를 손으로 잡아야 하는 만큼 접촉이 불가피하지만, 전기는 가정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무선충전이 상용화되면 비접촉 충전이 이루어져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 등에 따른 규제와 무관하게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개별적인 에너지 충전 방식이 필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무선충전 기술 적용 대중화
전자기파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모빌리티 무선충전 기술은 오래전에 개념이 완성되었고, 자동차 무선충전은 세계 100대 기술에 선정됐을 만큼 주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무선으로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이 많지 않아 각광받지 못했죠. 최근에 들어서야 전력 송신량이 늘어나며 고속충전이 가능한 모빌리티 분야의 무선충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주변에서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스마트폰은 이미 무선충전 시대이고 일부 전기차 충전소도 무선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고주파 대용량 무선급전 기술을 경전철에 적용하는 연구 성과를 공개했습니다. 궤도 곳곳에 설치된 무선급전 장치가 경전철에 추가 전력을 공급해 동력을 보완하는 역할이죠. 이 경우 배터리 전력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1회 충전 이동거리가 훨씬 늘어나게 됩니다.
무선충전 시대를 앞당기는 5G
지연 시간이 극히 짧은 5G 통신 기술 또한 무선충전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물론 5G는 직접적인 충전과 무관하고, 자동차가 무선 충전 인프라를 사용하기 위한 소통을 담당하죠. 예를 들어 전기택시가 충전소를 찾아다니는 대신, 도로에 설치된 전력전송 시스템이 정지 신호로 대기 중인 택시에 무선전력을 공급하며, 전기버스는 정류소에 정차하는 순간마다 전력을 공급받을 것입니다.
물론 기술 구현을 위해선 무선충전 및 관제 운영, 버스 통신 시스템이 더해져야 하는데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 중이어서 곧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일상이 될 비접촉 생체인식
비접촉이 표준이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의 감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입니다. 특히 개인화 및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얼굴(안면)뿐 아니라 정맥(손바닥), 홍채, 지문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복합적으로 인식하는 기술이 모빌리티 분야에 빠르게 접목될 전망입니다.
실제 유니온커뮤니티의 복합 생체인식은 음주측정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문 또는 얼굴을 인식한 후 음주 여부를 측정하는데, 서울시 일부 시내버스에 적용된 데 이어 에어부산 등의 항공사에도 조종사의 신원 파악과 음주 측정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안에서 모든 헬스케어를
사람과 자동차의 교감 또한 늘어날 것입니다. 자동차 실내 공간이 생활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생체 고유 정보는 물론 심박 수, 호흡, 혈당 및 혈압, 뇌파 등도 측정 대상에 포함돼 운전자의 종합적인 감정과 신체 상태를 자동차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확인된 고유 정보는 모빌리티의 모든 하드웨어와 연결돼 개인화 서비스에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탑승자의 감정까지 읽어내는 기술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자동차 내에서의 조명, 음악, 향기 등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감각기관의 변화를 감지하여 사람과 자동차가 교감하는 것입니다.
교감 방식은 간단합니다. 자동차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드가 체성분을 읽은 후 데이터를 병원으로 전송하고, 병원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결과를 자동차 모니터 또는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것이죠. 분석을 통해 운전자 상태를 판단하여 졸음이나 부주의 발생을 사전에 알려줄 수 있으며, 호흡을 통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도 가능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져야 하죠.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그리고 다양한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으로 생체 신호를 정확히 측정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울러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게 레이더 등과 같은 비접촉 방식이나 고도화된 센싱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며, 미세한 생체 변화 신호를 판단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확보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데이터 전송이 통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보안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이후 등록되는 유럽의 신차는 제품 개발 시 사이버 보안에 대한 노력을 증명해야 하고, 제조사는 사이버 보안 관리 능력에 관한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통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위험 요소 없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으로
코로나19가 바꿀 또 하나의 모빌리티 환경은 온디맨드(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 이동 수요입니다. 다수가 밀집해 이동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벗어나 소수가 원할 때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세인트루이스시는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 비아와 세인트루이스 메트로 트랜짓과 함께 대중교통 환승 온디맨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주요 정류장을 서비스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용자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이동을 요청하면 전용 공유 차량이 원하는 환승지까지 태워주는 것이죠. 소비자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중교통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고려한 서비스입니다. 올해 8월까지 무료로 운영됐으며 현재는 2달러의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AI알고리즘을 통한 모빌리티 사례도 있습니다. 국내 현대차와 KST모빌리티가 인천 영종도와 제주도 내 일부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축적된 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입니다. 모빌리티의 운행 이력, 배차, 예약, 결제, 차고지 관리 등은 물론 이용자가 요청한 데이터(호출, 탑승률)까지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수집한 데이터는 지역별 현황을 분석해 유사 수요 패턴을 예측할 때 활용되는데, 그래야 적절한 운행 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가령 수요가 많은 정류장을 파악하면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의 버스 노선과 운행 스케줄도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교통 소외 지역의 승객 대기 시간과 이동 시간도 줄일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운행은 교통 사업자의 불필요한 비용도 줄여주기 마련입니다.
공기 정화기술의 급속한 개선
바이러스 전염은 공기를 통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죠. 따라서 차량 내 공기질 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폭증했습니다. 그런데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려면 필터에서 먼지와 세균 등을 걸러내는 기술이 우선입니다. 이때 공기 중 물질을 정확히 구분한다면 정화 또한 선택적으로 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유해 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탑승자의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향기까지 제거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 여과 필터와 관련된 기술은 이미 공기 오염에 대한 상시 감시와 측정, 예보와 정화, 유지까지 단계별로 자동화와 다기능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여과 필터는 0.3㎛ 먼지까지 잡아내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향기 등 선별적 여과 기술은 아직 미흡한 편입니다.
공기정화와 밀접한 수소전기차 기술도 빼놓을 수 없죠. 공기 정화 기술은 수소전기차에서 적극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력 생산을 위해 필요한 고순도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화학물질 여과, 건조 공기 가습, 표면 초미세먼지 제거라는 3단계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장치인 연료전지 스택에서 한 번 더 초미세먼지를 걸러냅니다. 이런 미세먼지 정화 기술은 단순히 고순도 산소 획득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실내 공기질 정화에도 동시에 사용되는데,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항균 등을 거쳐 깨끗한 공기가 유입되는 것이죠.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는 이전과 달라지고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전과 보안, 전동화, 무선충전과 공기 정화 등의 정밀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곳만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선두가 될 것입니다.
일상과 산업 모두 코로나19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동은 하되 접촉은 최소화해야 하는 모빌리티 시장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위에 소개해드린 기술 이외에도 어떤 다양한 비대면 모빌리티 기술들이 우리 곁을 찾아올지 궁금해집니다.
글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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