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감염으로 시작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은 몇 달 사이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요. 판데믹 상황까지 다다른 지금,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벌어진 일들과 현재 자동차 업계가 생각해 봐야 할 부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중국만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도 30번째 확진자 이후로 며칠 동안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본도 크루즈선 집단 감염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났지만 대형 선박 자체를 격리해버렸죠. 이렇게 계속 잘 관리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죠. 철통 같은 격리와 뿌리를 뽑겠다는 역학 조사는 일부 단체와 개인, 그리고 나라에 따라서는 정부의 불투명성에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관리의 불확실성은 개인에게는 불신과 불안, 경제 사회 측면에서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모두가 불안해지기 시작한 거죠.
깨져버린 세계의 균형, 악재가 되어버린 코로나19
기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불황일까요? 아닙니다. 불확실성이죠. 불황이 와도 확실한 예측만 할 수 있다면 그것에 맞추어 사업 계획을 수립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불확실성은 기회와 위기 어느 쪽을 우선시하여 미래의 계획을 수립할지 자체가 불분명해집니다. 그런데 불확실성보다 더 극단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악재’. 이것은 세계화가 이루어진 현대사회에서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원래 세계화의 장점은 어느 지역의 불황과 경제적 약화가 다른 지역의 사업체에는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되거나, 원료 수급 비용의 절감이라는 상대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개인이나 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다른 경제 주체에 주도권을 내어주는 부작용을 경험하겠지만, 거시적으로는 경제가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처럼 전 세계가 같은 문제를 겪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앞서 이야기한 지역적 재배치와 같은 방법으로는 현재의 불황 여파를 최소화할 길이 없다는 겁니다. 이미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악재가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지역적 확산에 그쳤지만, 이제는 이탈리아와 이란의 사망자 속출 사태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3월 11일 세계 보건 기구(WHO)는 판데믹(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즉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 상황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경제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 19는 세계화를 등에 업고 급속도로 전파되더니 지금은 세계화를 중지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역을 넘어 수많은 국가가 국경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는데요. 국가 사이의 왕래가 중단된다는 것은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현대자동차의 생산 중단 사태는 중국에서 공급되는 와이어링 하네스, 즉 전선 다발 때문이었기 때문이죠. 일본은 항공편으로 공급되는 우리나라의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차질은 도쿄 올림픽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과거 농업 국가 시대에는 지역 특산물이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이 개념이 세계화 시대에는 더 확장되었고, 부품이 국가 특산물이 된 것이죠. 그런데 이번 현대자동차의 와이어링 하네스 사태에서 겪었듯이 한 지역에서 마치 특산품처럼 전적으로 조달하는 부품이 생산 차질로 공급되지 못한다면 전체 생산 사이클이 멈추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지리적 거리가 있고 방역 문제로 왕래 또한 자유롭지 못하며 국가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영향력의 한계는 문제 해결을 더욱더 어렵게 만듭니다. 가성비가 우수한 글로벌 소싱이 품고 있는 위험 요소가 이번에 드러난 것이죠.
우리나라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지금 사태가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사람의 왕래처럼 물류가 제한되고 있지는 않으나 방역의 이유로 물류까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유로운 재화의 왕래를 전제로 하는 세계화된 경제 시스템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아직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스케일로 커지며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분석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독일 정부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이 강해서 차단과 격리는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며 독일 인구의 최대 70%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격리에 의료 및 방역 역량을 소모하는 것보다 무증상자와 약증상자들은 자가 격리 및 일상적인 치료로 극복하게 하고, 노약자와 기저 질환자에게 의료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인데요. 이미 판데믹 상황이 된 만큼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은 본능적으로 자기 보호 본능을 강화하며 불안감을 느끼게 합니다. 개인은 낯선 대상을 의심하며 마음을 닫고, 결국 사회는 점차 폐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것은 세계화에서 국가 혹은 지역 단위시스템으로의 퇴보를 뜻합니다. 사실 경제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는데요.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대표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중심의 폐쇄적 경제 정책이 그것이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심리적 폐쇄성이 더해진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도 거시적으로 자유 무역은 타격을 받고 내수 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미시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비대면 구매의 경험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서 특히 강했던 온라인 시장의 강세와 오프라인 시장의 위축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밀려오는 위협
이미 생산 측면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경험했습니다. 글로벌 소싱의 작은 연결고리 하나가 끊어져도 종합 산업인 자동차 산업 전체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것, 그리고 노동집약적인 조립 라인에서 확진자가 발견되면 공장이 조업을 중단한다는 것이죠. 이 두 가지에 대한 대응책은 이미 업계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부품 재고의 증량과 공급처 다변화, 그리고 생산 라인의 자동화 및 클린 공정화입니다. 생산 라인의 자동화나 클린 공정화는 첨단화되어가는 자동차 제품의 특성과, 제조 단계부터 환경 영향 평가를 받는 부분에서 보면 이미 시작되었죠. 이제는 가속화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비용의 증가죠.
자동차 산업에 이보다 더 심각한 영향은 이동량의 감소인데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사람들에게 비대면이라는 말을 더욱 익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직접 만나지 않고 일을 해결하는 것이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뜻이죠. 물론 단기적으로는 대중교통에서의 전염 불안감 때문에 개인 교통수단의 수요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 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이동이 상당 부분 대체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온라인 거래, 화상 통화, 그리고 앞으로는 증강 현실과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실재성이 높은 ‘비대면 가상 대면 접촉’의 수단이 더 빠르게 전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교통수단 자체의 수요 감소로 연결되며 자동차 산업에 큰 위협이 된다는 뜻이죠.
자동차 업계의 활로를 찾아서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혹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현대트랜시스를 포함해 자동차업계의 활로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개인 공간의 확장이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은 자동차를 개인 공간으로 느낍니다. 따라서 자동차 안을 내 집처럼 안심할 수 있고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공간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재택근무나 자율 격리와 같은 반강제적인 활동 범위의 축소를 다소 완화할 수 있고, 인간의 본능인 이동 욕구를 만족시킬 방법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국내 브랜드에서 이미 도입한 에어 퀄리티 컨트롤 시스템이나, 해외 브랜드의 헤파 필터(고성능 미세입자 포집 필터) 적용 사례와 같은 차량 환경 개선 시스템을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데요. 이에 더하여 공조장치의 살균 시스템, 승객의 신체 신호를 파악하여 건강에 대한 조언과 적절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헬스 케어 시스템 등 이미 개발되었거나 완성 단계에 있는 신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도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하여 가속된 모빌리티의 변화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가 핵심과제입니다. 그 핵심의 첫 번째는 1인용 모빌리티 디바이스인데요. 이번 사태로 익숙해진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필수적인 모빌리티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우리나라처럼 과밀한 도시에서 가장 비싼 자원인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의 시도나 대기업의 콘셉트 모델 정도에 그쳤던 1인용 모빌리티 디바이스는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모빌리티의 수요 보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실질적인 신규 상품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자율주행 플랫폼인데요. 최근 급증한 전자상거래는 택배 서비스의 수요로 직결되었죠. 그리고 낯선 사람과의 대면을 피하여 조금씩 증가하던 문 앞 배달 등의 비대면 배달이 대폭 확산되어 배달 문화의 변화도 급가속을 이루었습니다. 즉 이제는 사람이 배송을 위해 직접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이것은 배달 차량으로부터 최종 배달 지점까지의 운송, 즉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를 자동화할 실질적 시장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속-단거리의 소형 자율 주행 모듈인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 전동형 이동수단) 디바이스를 전자상거래 시스템과 온라인으로 연결하여 제공하면 배달 사고를 포함한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새로운 문화를 시장으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현대사회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절대 고독의 폐쇄성과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자동차업계가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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