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바일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자율주행’이죠.
테슬라를 비롯해 카메라 비전 기술 등을 공급해온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구현 의지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자율주행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빌아이의 CEO 암논 샤슈아와 일론 머스크의 노선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서로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모빌아이와 테슬라를 통해 자율주행의 미래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율주행 시대를 만들어가는 모빌아이와 테슬라
모빌아이의 테스트 차량이 2021년 뉴욕 도심을 ‘핸들 노 터치’로 40분간 자율주행하는 영상을 본 적 있으신 가요? 컴퓨터 비전 전문가인 암논 샤슈아가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차량의 차선 이탈을 감지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로 사업화 된 것인데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에이다스(ADAS)’는 카메라 센서로 차량 주변 위험을 감지하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입니다. 현재까지 모빌아이는 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모빌아이가 만든 자율주행 칩 ‘아이큐(EyeQ)’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한 곳이 한때는 테슬라이기도 했습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처음에는 모빌아이 아이큐가 기반이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충돌사고(오토파일럿 주행 중 트럭과 충돌) 책임을 놓고 사이가 틀어져 결별한 후 테슬라는 자체 기술로 FSD(Full Self Driving) 칩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빌아이와 테슬라는 동등한 자율주행 업체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빌아이는 나스닥 상장까지 노리며 만만치 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퍼스트 리더’가 되기 위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두 기업의 기술 접근법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모빌아이는 도로 상의 교통 신호, 장애물(주변의 차량이나 보행자 등)을 정의할 수 있는 일종의 ‘이미지 인식 시스템’을 공급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법 중 대표적인 딥러닝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동안은 모빌아이의 기술과 테슬라의 독자 기술을 결합해 전파나 초음파는 물론 모빌아이 시스템으로부터도 데이터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년 전 모빌아이와의 협력 중단은 곧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비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완전 자율주행 모드 개발이 목표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완전 자율주행 모드에 대한 시점에 이견이 있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모빌아이가 다른 자동차 기업들의 구형 차량에 맞는 기술 지원으로 테슬라에 활용될 신형 시스템 개발에 지연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죠.
분명한 것은 테슬라가 모빌아이보다 더 진화되고 통합된 형태의 소프트웨어 구축을 위해 과감히 결별을 선택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머신 비전(Machine Vision)과 관련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등 주요 역량 확보에 주력해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또한 테슬라는 모빌아이와 결별한 이후 AMD의 칩 엔지니어였던 짐 켈러(Jim Keller)와 애플 출신의 피터 배논(Peter Bannon) 등을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자율주행의 열쇠, 딥러닝과 카메라&라이다
원래 자율주행 시스템은 엔지니어가 직접 작성(Hand-coded)한 룰(Rule)에 의해 장애물을 인지하거나, 이동 중에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점점 이러한 룰은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떻게 행동할 지를 훈련시키는 시스템인 ‘머신러닝’에 의해 대체되었습니다. 특히 딥러닝은 주변을 판단하고 정확하게 운전하는 방법까지 훈련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딥러닝을 활용해 도로상의 장애물을 단순히 인지하는 단계를 넘어, 장애물까지의 거리를 인식하거나 장애물의 이동 경로까지 예측, 정의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딥러닝이 차량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주행 시스템을 조절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테슬라를 포함한 다수의 자동차 기업에 하드웨어를 공급해온 엔비디아(Nvidia)는 딥러닝을 활용해 자율주행 프로토타입에서 거의 모든 것이 컨트롤 가능한 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어디까지나 실험적인 프로토타입 단계지만, 미래에 엔비디아가 제공하고자 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일부 스타트업도 더욱 발전된 딥러닝 기술 기반의 주행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AI 연구진으로 구성된 자율주행 스타트업 기업 ‘드라이브.ai(Drive.ai)’는 자동차 기업에 공급할 자동화된 주행 시스템을 개발했는데요. 엔비디아의 시스템처럼 자율주행을 위한 요소 기술들 즉 이미지 인식, 모션 센싱·컨트롤 등에 딥러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라이다(LiDAR)와 카메라도 자율주행시대의 필수 경쟁력입니다. 대표적으로 알파벳(Alphabet Inc.) 자회사인 웨이모(Waymo LLC)와 GM 자회사인 크루즈(Cruise LLC)는 라이다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라이다 센서 기반의 크루즈는 얼마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자율주행차 업계에서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은 무인 로보택시를 유료로 운행한 것은 크루즈가 처음입니다.
이와 달리 모빌아이와 테슬라는 카메라를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자율주행에 카메라만 쓰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가 2020년 라이다 없이 카메라 8개로 FSD(Full Self-Driving) 베타 버전을 출시하자 라이다 기업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테슬라처럼 카메라 진영의 원조 격이던 모빌아이는 현재 방향을 살짝 튼 상태입니다. 카메라만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빛을 쏘는 라이다와 전파를 쏘는 레이더(RADAR)를 이중으로 쓰면 자율주행이 훨씬 더 완벽하다고 본 것이죠.
모빌아이는 지난해 초 둘을 하나의 칩으로 처리하는 ‘아이큐 울트라(EyeQ Ultra)’를 개발했으며, 비싸기로 소문난 라이다 해결을 위해 차세대 라이다 개발까지 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소비자 가격을 1만 달러(한화 약 1340만 원)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인데요. 차 구입 시 1만 달러를 더 내면 레벨 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되는 것이죠.
테슬라와 모빌아이, 각각의 청사진
모빌아이가 테슬라와 다른 길을 선택한 건 안전에 대한 기준점이 높기 때문입니다. 모빌아이가 차량 데이터를 수집해 고정밀 3D 지도를 만드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아주 정밀한 지도 위에 ‘카메라+라이다+레이더’를 결합한 자율주행차를 얹어 달리게 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테슬라는 차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FSD 베타 버전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 차량의 데이터만 수집해 AI로 훈련해도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인 FSD 베타 버전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지역에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테슬라 운전자라면 비용만 지불하고 FSD 기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속도 및 조향 조절 수준이던 FSD 기능은 2년 동안의 업그레이드 결과, 현재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을 식별하고 예상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인공지능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운전자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요? 캘리포니아 자동차 관리국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능을 과장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시정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FSD가 높은 기술적 설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레벨 2의 자율주행 기능이라며 운전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FSD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율주행 시스템 역시 아직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하는 레벨 2의 수준이죠.
운전자가 아예 잠을 자도 되는 레벨 4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자회사 크루즈가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52대를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무 제한 없이 어디든 달리는 레벨 5의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테슬라와 모빌아이의 자율주행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진짜’ 자율주행 시대는 언제쯤 도래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글 서제원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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