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차별화’란 끝없는 숙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기존의 것보다 더 특별하거나 우수한 가치를 잠재 고객에게 어필하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죠. 특히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계는 이미 생산성의 극대화로 부가가치 창출이 한계에 이르렀기에, 마케팅을 통한 브랜드의 차별화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좀 더 새롭고 매력적인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이하 컬래버)은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입니다. 과연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는 어떤 컬래버를 통해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있을까요? 이목을 끌었던 자동차 브랜드의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컬래버 전략을 현대트랜시스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아우디 X 영화 마블 스튜디오의 만남
첫 번째 소개해드릴 사례는 영화와 자동차의 완벽한 스토리텔링 사례입니다. 영화의 파급력을 이용한 PPL(협찬을 대가로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콘텐츠의 소도구로 끼워 넣는 광고 기법)은 브랜드와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알리기 유리한 컬래버입니다. 특히 <007> 시리즈와 같은 영화에 소품으로 등장하는 자동차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죠.
그런데 단순 PPL을 넘어 진정한 컬래버라고 할 만큼의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아우디와 마블 스튜디오인데요. 상업 영화에서 특정 브랜드의 노골적인 어필은 관객에게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서 영화에 어울리도록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서 아우디는 마블 스튜디오와 2008년 <아이언맨>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상호 협력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했죠. 사실 1980년대만 해도 같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부족했던 아우디는, 마블 스튜디오와의 컬래버를 통해 전 세계에 브랜드를 스토리텔링하는 완벽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아이언맨>이었죠.
아우디의 미래지향적이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가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재력과 지성에 잘 어울려 PPL로 인지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미래 첨단 기술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화에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차량을 선보이며 ‘기술의 진보’라는 아우디의 모토를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우디는 스포츠카인 R8을 모터쇼가 아닌 영화 <아이언맨>을 통해서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이런 컬래버를 통해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글로벌 매체에서 영화와 함께 R8 출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노출할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 아우디는 슈퍼카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단기간에 R8을 슈퍼카의 아이콘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우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언맨> 시리즈 세 편에 모두 R8을 등장시키며 확고한 포지셔닝을 이뤘습니다. 특히 매끈한 형태와 간결한 램프로 대변되는 R8이 가진 금속의 질감은 아이언맨 슈트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아이언맨 = R8’과도 같은 공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실제 <아이언맨> 홍보 행사에서도 토니 스타크를 연기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R8을 타고 등장하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폭스바겐 X 아르헨티나 맥주 바르바 로자
자동차와 맥주의 만남, ‘Drive Responsibly’ 캠페인
두 번째 사례는 폭스바겐 X 바르바 로자의 컬래버레이션, 음주와 운전의 신박한 만남입니다. 함께할 수 없는 묘한 조합이 만나 탄생한 광고 캠페인이죠. 독일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맥주와 자동차입니다. ‘음주’와 ‘운전’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조합해 폭스바겐은 아르헨티나에서 ‘Drive Responsibly’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안전운전 메시지를 신선하게 풀어낸 광고로 기존의 폭스바겐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쾌하고 센스 있는 영상’을 만들어낸 사례죠.
2018년 당시 아르헨티나는 2017년 대비 교통사고 발생률이 25% 상승했고, 음주운전이 주된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폭스바겐은 아르헨티나의 로컬 맥주 양조장 바르바 로자와 협업해 무알코올 맥주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기존 시장에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에는 미량의 알코올이 섞여 있었고, 폭스바겐은 알코올이 0.1%도 들어가지 않은 맥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맥주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살린 폭스바겐 무알코올 맥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 클럽에서 첫 출시되었습니다. 클럽 방문자 중 자동차 열쇠를 보여준 운전자에게는 폭스바겐의 무알코올 맥주를 주기도 했죠. 이 컬래버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브랜드와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고, 일반 대중에게 바이럴이 되며 좋은 마케팅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람보르기니 X 요트 전문 업체 이탈리안 시
세 번째, 수면 위를 가로지르는 람보르기니를 들어보셨나요? 최근 람보르기니는 럭셔리 요트 전문 업체인 이탈리안 시 그룹과 컬래버하여 한정판 요트를 제작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전통이 묻어난 디자인과 람보르기니의 드라이빙 재미와 품질, 주행 감성이 합쳐져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죠. 람보르기니의 기술력이 슈퍼카가 아닌 다른 분야에도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포르쉐 X 라이프스타일 제품사 포르쉐 디자인
이처럼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를 통해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직·간접적으로 차용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포르쉐죠. 언뜻 포르쉐와 포르쉐 디자인은 같은 회사로 보이지만 포르쉐 디자인은 포르쉐와 별도인, 자동차 액세서리를 포함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포르쉐의 날렵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경량 소재를 활용하는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와 티타늄으로 만든 안경을 선보이기도 하고, 탄소섬유로 만든 가볍지만 튼튼한 자전거를 팔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포르쉐는 자동차를 넘어 다른 상품군에도 자사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포르쉐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고 싶은 자동차 마니아층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며 잠재 소비자로 끌어들이죠. 브랜드 이미지를 라이프스타일의 영역으로 확장한 좋은 사례입니다.
기아차 셀토스 X GS리테일의 심플리쿡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이색 컬래버레이션은 바로 기아차 X 심플리쿡입니다. 지난 7월 기아자동차는 GS리테일의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과 셀토스를 메인으로 삼은 이색 컬래버를 진행했죠.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여행 트렌드가 차박으로 바뀐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양사의 주력 상품인 심플리쿡과 셀토스의 디자인 요소와 색상을 결합한 보냉팩을 만든 것입니다. 특별 제작한 보냉팩은 GS리테일 인터넷 쇼핑몰 및 기아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서 증정됐습니다. 코로나 19 시대에 안전하게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과 해방감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밀레니얼 세대까지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죠. SNS에는 보냉팩과 함께 하는 차박 이미지들이 올라왔습니다. 자동차를 여행과 연관 지어 식품 브랜드와 성공적으로 컬래버한 좋은 사례입니다.
화장품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가 만난다면? 의자 브랜드와 자동차 브랜드가 만난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이색 컬래버레이션, 앞으로는 또 어떤 새로운 발상의 컬래버레이션이 등장할까요?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 뇌리에 스칠 치밀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합니다. 단순히 디자인을 새롭게 하거나 기능을 추가하고, 광고를 많이 집행하는 것을 넘어 더 새롭고 매력적이며, SNS에 공유하고 싶을 만한 재미있는 캠페인을 말이죠. 컬래버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더 새롭고 창의적으로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마케팅의 주요한 요소로,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에디터 문규리(광고기획자)
사진 셔터스톡, PR, 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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