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사업 아이템은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과 연결된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는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 오피스, 부동산, 엔터테인먼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IT 대기업들은 메타버스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이 그리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오늘은 이 기업들이 어떤 지향점을 갖고 메타버스 세계를 그려갈 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놀이터’를 창조하는 메타
메타는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바꿀 만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커넥트 2021’ 연례행사에서 그의 아바타와 함께 등장해 본격적인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저커버스는 VR을 통한 가상 공간인 호라이즌 홈(집), 워크룸(회의실), 월드(광장) 등을 소개했습니다.
메타는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운영 중인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회사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메타의 강점은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지향점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요. 현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이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플랫폼이라면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그 연결 통로가 메타버스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는 구상입니다.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에 ‘아바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나’인 아바타가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활동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죠. 다만 게임 속 VR이 현실과 동떨어진 별 개의 세계라면, 메타가 구상하는 아바타들은 실제 현실의 친분과도 연결되는 만남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메타는 2014년 20억 달러(약 2조 3100억 원)를 투입해 VR 제품 개발사인 오큘러스를 인수했습니다. 이어 2019년에는 오큘러스 헤드셋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이용자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VR 소셜 미디어 ‘호라이즌’을 출시했습니다. 현재는 VR 중심의 메타버스 세계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저커버그 CEO는 AR 기술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가상 사이 끊김 없는 ‘협업 툴’을 지향하는 MS
MS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가상과 현실을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는 ‘협업 툴’로서 메타버스의 활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MS는 지난해 글로벌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1’을 개최하며 메타버스 진입을 선언했는데요.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날 3차원 그래픽 솔루션인 ‘메시’와 마이크로소프트 화상 회의 솔루션 ‘팀즈’, 오픈AI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포함해 90여 개가 넘는 신규 서비스와 업데이트를 공개했습니다.
이날 공개한 신규 기술은 메타버스·인공지능(AI)·초연결 등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조직·구성원·아이디어 등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MS는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팀즈’를 비롯한 강력한 비대면 업무 지원 툴을 서비스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최근 새롭게 발표된 ‘메시 포 팀즈’는 진짜 나를 대신한 아바타가 회의에 참가합니다. AI 기술을 응용한 아바타가 ‘진짜 나’의 표정을 그대로 읽고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전달해 화상 회의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메타에 현실과 가상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HW)로 ‘오큘러스’가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홀로그램과 AR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혼합현실(MR) 웨어러블 기기 ‘홀로렌즈’가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 없이는 메타버스가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2015년부터 AR 헤드셋인 홀로렌즈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애플
애플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비교해 비교적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사뭇 다른데요. 글로벌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는 메타버스 관련 보고서에서 “진정한 메타버스 세계는 애플이 뛰어들어야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데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같은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그 위에 빠르게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며 성장해왔는데요. 특히 2020년 자체 개발한 M1을 비롯해 반도체 칩 개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팀 쿡 애플 CEO는 2017년 일찌감치 AR 글라스를 미래의 먹거리로 점 찍었습니다. 당시 쿡 CEO는 대략 10년이 되기 전에 AR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최근 애플은 VR과 AR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선보였으며, 2025년까지 AR 글라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R과 VR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디바이스가 되는 셈이죠.
특히 애플이 마이크로 프로젝터를 사용해 사용자의 망막에 직접 콘텐츠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망막 프로젝터’를 미국 특허청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R 글라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AR 글라스의 출시를 진짜 메타버스의 시작으로 판단하는 전문가가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돕는 메타버스 툴,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전문 반도체 업체로 시작한 엔비디아는 AI, 메타버스 기업으로 진화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엔비디아는 게임과 같이 복잡한 그래픽을 구현해주는 부품인 GPU 칩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었는데요.
AI와 딥러닝 기술 발전으로 GPU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엔비디아도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2015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엔비디아는 AI 솔루션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자율주행 솔루션까지 개발하며 명실상부 AI 기업으로서 높은 잠재력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메타버스 전략의 중심은 실시간 개방형 3D 디자인 오픈 플랫폼인 ‘옴니버스’입니다. 가상의 오픈 플랫폼(open virtual platform)으로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실시간으로 협업하며 시뮬레이션과 3D 렌더링 등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죠. 엔비디아는 직접 메타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기보다는 다른 기업들에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공해 ‘메타버스 인프라스트럭처 비즈니스’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공간에서 옴니버스 커넥터를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간단하게 ‘협업’이 가능한데요. 사람과 사람 간의 협업뿐 아니라 옴니버스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AI 소프트웨어와의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엔비디아 옴니버스 아바타(NVIDIA Omniverse Avatar)’가 대표적인데요. 엔비디아 옴니버스 아바타는 대화형 AI 아바타를 생성하기 위한 기술 플랫폼으로 엔비디아의 음성 AI, 컴퓨터 비전, 자연어 이해, 추천 엔진과 시뮬레이션 기술을 연결해 아바타가 다양한 주제를 보고 말하고 대화하며 언어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옴니버스 아바타는 엔비디아의 기본 그래픽, 시뮬레이션과 AI 기술을 결합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복잡한 실시간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며 “협동 로봇과 가상 비서의 사용 사례는 놀랍고 광범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과 시대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전략을 알아보았는데요. 이들 기업이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메타버스 세계를 그려갈지 이해하는 것이 다가올 미래의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글 이정흔 IT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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