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빌리티 트렌드로 자율주행과 전기차가 떠오르면서 자동차 실내공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적은 부품을 필요로 하고, 구조도 단순해 실내공간을 훨씬 여유롭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자동차 여유 공간을 전장 부품으로 채워 차량 안에서도 게임이나 영화, 음악을 즐기거나 편안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이 미래 모빌리티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장화에 눈독 들이는 글로벌 가전·IT 기업들
모빌리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올해 CES 2022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가전업체들도 모빌리티 신기술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먼저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공개했는데요. LG 옴니팟은 가전제품에 적용되던 LG 씽큐 생태계를 모빌리티까지 확장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생활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차량 내부에는 신발 관리기, 스타일러, 냉장고 등이 비치되어 있으며, 대형 화면을 통해 운동이나 쇼핑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IT·가전 기술과 전장 자회사 하만의 기술을 접목한 증강현실(AR) 기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미래 자동차는 전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 정보와 내비게이션, 도로 상황이나 위험 감지 등 다양한 주변 정보를 보여줍니다. 또한 차 안에서 커피를 주문하거나 화상회의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신제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2016년 세계 최대의 오디오 &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인 텔레매틱스와 디지털 콕핏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의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해 하만 디지털 콕핏의 전장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소니는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 02’를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요. 올 봄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해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을 발표하며, 자동차의 가치를 이동수단에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음악·영화 등 자사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전기차에 접목해 차 안에서 즐길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은 지난 17일 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는 ‘인베스터데이 2022’를 통해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세대 칩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파운드리 플랫폼을 준비할 계획이죠.
엔비디아 역시 재규어 랜드로버와 파트너십을 맺고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전장화에 더욱 박차,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장화를 통해 더욱 넓어진 실내공간과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2021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의 세 번째 도약을 알리는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했는데요. 차종별 아키텍처에 맞게 자유로운 제품 개발이 가능한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기 SUV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차량 내부는 180도 회전과 앞뒤 이동이 가능한 2개의 스위블링 라운지 체어와 1개의 라운지 벤치 시트를 적용했는데요. 상황에 따라 나란히 앉아 여행을 하거나 정차 또는 자율주행 시에는 서로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27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이동식 콘솔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가전제품처럼 디자인돼 집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세븐은 전동화 시대 가족 단위의 탑승객을 배려한 실내공간으로 SUV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캐딜락은 CES 2022에서 2인승 전기 콘셉트카 ‘이너스페이스’를 공개했습니다. 이너스페이스는 승객이 운전이 아닌 여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완전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이동하는 거실’에 중점을 둔 차량 내부에는 운전을 위한 페달이나 핸들이 없습니다.
시트는 라운지체어처럼 디자인되어 있고 대시보드 아래에는 베개와 담요를 두어 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동안 탑승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습니다. 차의 앞면을 다 가리는 전면 스크린을 통해 증강현실로 엔터테인먼트나 ‘웰니스 리커버리’라고 불리는 테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뒷좌석이 안락한 응접실의 역할을 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1월 국내에 공개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순수 전기차 EQS 콘셉트카는 EQS 세단의 전기차 모듈러 아키텍처를 적용한 SUV입니다.
탑승객이 뒷좌석에서 편하게 일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최고급 시트를 적용했고 도어 패널과 팔걸이를 선반처럼 디자인해 꽃병을 두고 그 아래에 접이식 탁자와 냉장고, 식기, 샴페인 잔 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전장화가 바꾸는 차량 내 경험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차량 내에서 운전자의 여유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될 텐데요. 운전자 역시 탑승자가 되어 차 내에서 운전 대신 다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삶과 여가를 위한 생활공간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또한 전장화는 카투홈(Car-to-Home), 홈투카(Home-to-Car)라고 불리는 기술을 가능하게 해 자동차와 집 안을 연결하게 됩니다. 지갑을 꺼내지 않고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차량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자율주행 시트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도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 최적화된 지능형 시트를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진정한 변화를 이끌기 위해 지난 2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리니아펠레국제가죽박람회'에서 전세계 최초로 미래 모빌리티 시트 컨셉을 공개하기도 했죠.
앞으로 자동차 구매 시 주행 능력과 성능만큼 차량 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요소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장화를 통해 더 편안하고 즐겁게 바뀔 일상이 기대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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