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모터쇼는 자동차 업계가 새 제품과 기술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무대 역할을 해왔죠. 지난 몇 년 사이에 그런 인식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그럼에도 모터쇼는 우리가 경험할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와 기술을 만나는 장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모든 모터쇼가 줄줄이 취소, 연기된 가운데 모터쇼의 개최가 불분명해졌죠.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아쉬움을 잠시 뒤로하고 최근 5년간 모터쇼에서 주목받았던 신기술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스마트폰 연동 기능의 등장 2014년 제네바 모터쇼
전동화와 더불어 요즘 자동차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것 중 하나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멀티미디어와 차의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고, 무선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세상과 항상 소통할 수 있는 커넥티비티의 중심이 되죠. 그리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스마트폰 연동 기능의 등장입니다.
자동차와 스마트폰 연동 기능의 대표 주자는 과연 누구일까요? 바로 애플입니다. 애플은 애플 카플레이를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식 발표했죠.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스마트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터쇼를 공개 무대로 선택한 것이죠. 당시 현장에서는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등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카플레이 연동 기능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구글도 비슷한 기능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오토를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대형 LCD스크린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가 거의 기본으로 포함될 만큼 폭넓게 쓰이고 있죠.
더 편리하고 더 스마트하게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자동차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최근 모터쇼에서 주목받는 신기술은 전기차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많은 업체가 순수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면서 모델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소비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기차에서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와 충전에 걸리는 시간이죠. 그 관심사에 맞게 자동차 업체들은 대용량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죠. 그중 가장 먼저 양산용 자동차에 고속 충전 기술을 선보인 것은 포르쉐로, 미션 E콘셉트카에 적용된 800V 충전 기술을 모터쇼에서 발표했죠.
‘제스처 컨트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기능을 선택하고 조절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입니다. 이 기술을 처음 적용한 자동차는 BMW7 시리즈로 직접 스크린이나 버튼에 손을 대지 않고 기능을 쓸 수 있는 장점 덕분에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부 해외 브랜드 자동차에도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어있죠.
운전자는 자동차 밖에 있는데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를 한다면 어떨까요? 지난해 국내에 출신 된 현대 쏘나타와 기아K5는 이 기술을 적용하여 리모컨으로 차를 주차하거나 빼낼 수 있도록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2020 슈퍼볼 광고에서는 보스턴의 좁은 주차 장소에서도 쉽게 주차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쏘나타의 원격 주차 보조 기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죠. (슈퍼볼 광고 확인하기: https://youtu.be/85iRQdjCzj0 )
연료전지 전기차 관련 기술이 돋보인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자동차 업계가 한동안 소홀했던 연료전지 전기차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는 모습을 이때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우디는 h-트론 콘셉트카를 통해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 기술력을 디트로이트에서 공개했고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죠.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과 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하면서 제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는 현대자동차가 일찍부터 양산을 시작해 앞서 나가고 있는 영역으로, 올해 미국 에너지부와 수소 연료전지 기술 혁신 MOU를 체결했죠. 현대모비스도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지게차를 개발하여 2023년 상용 제품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최근 등장하는 자동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48V 전기 시스템입니다. 이 기술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본 구조는 크게 흔들지 않으면서 연비는 높이고 배출가스는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죠. 특히 스타터-제너레이터의 효율을 키운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의 확정성이 좋기 때문에 비용 대비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 시스템을 가장 먼저 양산 모델로 선보인 것은 바로 폭스바겐 그룹인데요. 2016년 선보인 벤틀리 벤테이가 디젤에 이어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포르쉐 카이엔에 48V전기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죠.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업체들을 중심으로 점차 많은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유럽에 수출하는 일부 모델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의 에너지원으로 수소 연료전지와 외부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함께 쓰는 GLCF-셀을 선보였죠. 그 다음 해 말부터 독일 시장에 판매를 시작했고 2022년까지 10개 이상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포함한 전체 라인업에 걸쳐 50개 이상의 전기 구동화 모델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내연기관 이상향으로 가까이 2017년 도쿄 모터쇼
2017년 도쿄 모터쇼의 인싸는 마쓰다의 HCCI(균일 혼합 압축 착화) 엔진이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가솔린 엔진은 공기와 연료가 섞인 혼합기를 점화 플로그로 불꽃을 일으켜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힘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러나 HCCI 엔진은 디젤 엔진처럼 혼합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자연 발화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여러 자동차 업체가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양산에 성공한 것은 마쓰다가 처음이었죠. 미쓰다는 이 기술이 쓰인 스카이 엑티브-X 엔진을 마쓰다 3에 올려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성능 전기차 계획의 현실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포르쉐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800V 충전 기술을 타이칸에 적용하여 대중에게 선보였습니다. 포르쉐 터보차징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은 270Kw 공급이 가능한 800V 충전기를 사용하면 약 22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죠.
이와 함께 BMW는 i하이드로젠 넥스트 콘셉트카를 공개했는데요. 양산에 염두에 둔 연료전지 전기차였습니다. 현재 판매 중인 X5동력원을 수소 연료전지 전기 시스템으로 바꾼 이 콘셉트카는 토요타와 협력해 개발한 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했으며, 곧 양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터쇼는 계속됩니다
자동차 관련 신기술은 여러 방면에서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분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요. 이와 같은 기술들이 한데 모여 발전한다면 어떤 모습의 자동차가 만들어질지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비록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모터쇼가 취소, 연기됐지만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모터쇼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모터쇼, 버추얼 모터쇼 등 기존에는 없었던 다채로운 모터쇼가 진행되고 있죠. 이와 관련해서는 현대트랜시스 공식블로그에서도 곧 다룰 예정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글 류청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셔터스톡,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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