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는 ‘리더의 문화 다락방’ 코너를 운영하며, 임원분들의 인생에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과 추억이 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진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온전한 개인의 언어가 담겨있어 특별하다고 이야기해주신 권혁빈 P/T연구개발본부장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먼저 본부장님이 추천해주신 사진집 <윤미네 집> 소개 부탁 드립니다.
<윤미네 집>은 사진 작가이자 토목공학 교수인 전몽각 교수님이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시집갈 때까지 찍은 사진을 모아서 낸 책입니다. 사진집을 보면 한 가정에게만 소중한 책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새롭게 일깨워 주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제가 존경하는 전몽각 교수님은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 활동 지도 교수님이자 저와 같은 엔지니어였습니다. 이 사진집에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착한 일상의 장면, 누구나 거쳐온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삶의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Q. <윤미네 집>의 여러 신 중 가장 인상적인 사진이 있나요?
전몽각 교수님 딸인 윤미 씨의 결혼식 입장 사진입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딸의 손을 잡고 버진 로드를 걸을 때 카메라를 들고 셀카처럼 찍을 거야”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막상 사진집에 실린 사진을 보니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나중에 여쭤보니 주변에서 하도 말려서 못 찍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사진집을 보며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웠어요. 가족들과 많은 순간을 그렇게 오랜 세월 기록으로 남겨놓았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존경스럽게 느껴졌죠. 이 책을 보고 저도 가족 사진을 꾸준히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바빠서 못 찍은 것도 있고 아내나 아이들이 사진 찍히는 걸 즐기지 않아 그러지 못했어요.
Q. 사진에 취미를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 찍는 걸 좋아했고,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어요.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개인의 관점과 시선에 따라 현실과 다른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 기능이 워낙 잘 나와서 많이 활용해요. 휴대폰으로 그때그때 제 감상을 담아 촬영하는데 주로 창밖으로 본 풍경을 찍곤 합니다.
Q. 창밖으로 본 풍경을 찍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창은 저에게 또 다른 뷰파인더인데요. 변변한 카메라 없이 지내다 보니, 카메라의 뷰파인더 대신 창으로 보이는 풍경을 저만의 느낌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죠. 그것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에는 창문 사진을 지속적으로 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창문 사진이 꽤 많다는 걸 알았어요. 찬찬히 다시 살펴보니 나름 새로운 느낌으로 창문을 잘 살려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생활 주변이나 출장길에서 만나는 창문들을 찍고 있습니다.
Q. 직장 내에서도 사진을 찍으시나요?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회사에도 수많은 창문이 있으니 자주 찍는 편이에요. 화성연구소는 물론 서산공장이나 유럽 테크니컬센터, 미시간 지점의 창문도 찍은 적이 있죠. 한 달 전쯤 온라인 라이브로 직원들과 소통하는 이벤트에서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준 적도 있어요. 다수의 인원과 라이브 소통을 하는 자리였기에 세세한 반응까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제 사진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Q. 본부장으로서 제일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자동차용 파워트레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전을 마주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변하고 있고, 자동차의 핵심 기술 역시 파워트레인이라는 유형의 제품에서 승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무형의 서비스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파워트레인연구소의 본부장이라면 이 변화의 시기를 어떻게 헤쳐갈 것인가? 사업적 관점에서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불안해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본인의 업에 어떤 태도를 가지라고 가이드 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현대트랜시스 파워트레인 연구소는 사업의 정의를 ‘자동차용 구동시스템 개발’에서 ‘모든 종류의 모빌리티용 프로펄전 시스템 개발’로 바꾸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엔지니어들에게는 변속기나 액슬 엔지니어가 아닌 회전 기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프로펄전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정의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Q. 직장 동료나 부하 직원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는 편인가요?
일할 때 요구하는 세 가지 사항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일하자’, 두 번째는 ‘정량적으로 일하자’, 세 번째는 ‘바닥까지 이해하자’입니다.
또한 본인의 일에 의미 부여를 잘하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석수쟁이 세 명 중 한 명은 돌을 깬다고 하고, 또 한 명은 기둥을 만든다고 하고, 다른 또 한 명은 신전을 만든다고 의미 부여를 하면 누가 더 즐겁고 보람 있겠는가? 같은 얘기들을 해주죠.
Q. 사진이라는 취미가 업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나요?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저희 집 거실 창문은 너무 평범해서 사진을 찍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그럴싸하게 찍을 방법이 없을까 한참 고민을 해 보았죠. 그러던 중 일단 창 앞에 놓인 행운목의 가늘고 긴 형태가 큰 거실 창의 프레임 속에서 묘하게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행운목의 형태를 강조하려고 카메라 노출을 조절해 특별히 드러나는 컬러 없이 흑백으로 찍었더니 제법 볼 만한 창문 사진이 돼 있는 거예요.
즉, 대상에 집중하되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숨어 있는 형태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업무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어떤 문제에 집중하되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숨어 있던 원인, 규칙성, 대책 등을 찾을 수 있어요. 사진과 업무가 많이 닮은 부분입니다.
Q.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젊은 직원들이 새겨보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일이라도 오래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자기가 어떤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뤘다, 뭔가 있구나 하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동이 인간의 본능인만큼 지속적으로 이동 수단을 발전시켜 왔는데요. 요즘 그것을 모빌리티라고 부르죠.
우리 회사는 모빌리티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사업을 합니다. 즉 우리의 사업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모빌리티 프로펄전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일은 오래도록 도전해 볼 만한 분야입니다.
그러니 젊은 연구원들은 지금부터 자신을 ‘모빌리티 프로펄전 시스템 엔지니어’라고 정의하고 그 안에서 계속 공부하고 노하우를 쌓으면서 전문가가 되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사진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사진 한 장이면 아무런 감흥이 없지만 오랜 세월 여러 장 찍어 놓으면 ‘오, 이 사람 특이하네. 이 사람 뭐지’ 이럴 수 있는 겁니다. 무언가를 오래 한다는 것이 중요해요.
Q. 마지막으로 현대트랜시스 임직원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우리는 자동차 산업 역사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요. 따라서 미래에 대한 준비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미래의 아이템에 지금 당장 발을 못 담갔다 하더라도 늘 멀리 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모든 변화의 영역에는 공통 기술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바탕을 튼튼히 떠받치고 있는 이 공통 기술 영역을 공고히 하면 언제든지 미래 아이템에 도전할 수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한계를 두지 말고 무엇이든 도전해 보세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요.
글 한미림
포토 안용길(도트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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