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각달각 소리를 내며, 거친 바닥 위의 마차를 말이 이끕니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 탓에 기분이 안 좋은지 이히잉~ 소리를 내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도통 채찍질도 듣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바닥의 먼지가 풀풀 날리고 요철이 그대로 느껴지는 쿠션 위에서 간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무거운 짐을 날라주는 말에게 고마워합니다. 행여 말이 엉뚱한 곳으로 가지나 않을까 살살 달래가면서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그 후로 약 100년이 지난 지금은 외부의 먼지,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쾌적한 차 안에서 차량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의 감상에 젖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튜브 컨텐츠를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들기도 하죠.
현재 ‘시트’라고 불리는 이동수단에서의 사람이 앉는 좌석의 시초와 가장 유사한 형태는 아마 말이라는 생명체의 동력에 의해 움직이는 마차(馬車,horse-drawn vehicle )일 것입니다. 이제는 운전자가 ‘차’로 불리는 동력수단을 제어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행하는 시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래의 시트가 보여줄 모습은 어떨까요. 이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미래를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대중에게 다가온 말 없는 이동수단 ‘car’
애초에 마차라는 소유물 자체는 일반 대중의 것이 아니었죠. 말을 위한 마구, 먹잇값을 감당해야 했으며 말을 몰기 위한 마부 혹은 스스로 말을 몰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이후 동력 수단으로 움직이는 차가 등장하긴 했지만 1900년대 초 미국인 연 소득 6백 달러의 3배 이상인 2천 달러에 달하는 평균 차량 가격은 대중에게 차라는 아이템은 소위 그들이 사는 세상의 소유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1908년 헨리 포드가 모델T를 내놓으며 부품 표준화, 규격화를 기지로 내세운 실용적인 차로 대중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초기,후기 모델을 제외한 1914~1925년 사이에 생산된 모델T에는 차량 바디 컬러가 검은색 밖에 없는데 이는 스타일 때문이라기보다는 효율성 때문으로 추측되는데 당시에는 검은색이 가장 빨리 마르는 도장컬러였기 때문이죠.
이 당시 시트는 안전/편안함이 중점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운전하기 위해서는 서 있을 수 없고 앉아있어야만 함으로 seating 즉, 사람을 몸을 받쳐주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여 기본적인 프레임과 쿠셔닝 소재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1920~30년대의 자동차 시트에는 지금은 법규로 관리되는 헤드레스트가 없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또한 당시에는 인체규격의 표준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전용 차량 시트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에 안전이나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단순하게 아이들을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목적에만 충실한 제품들을 볼 수 있죠. 실제로 1985년에 이르러서야 Child passenger safety 법규가 최초로 통과되었고, 1995년에 latch system(사고 시 차일드 시트 고정력 증대를 위한 lower anchor와 top tether anchor)이 법으로 의무화되었습니다.
모빌리티 시스템 진화의 중심, 운전자
불과 몇 년 전, 아니 지금도 사실상 모빌리티 시스템 진화의 중심은 운전자입니다. 차량의 운행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선장은 운전자 1인이기 때문에, 그 주변 중심으로 모든 시스템이 짜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옛 속담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다’라는 말이 있죠. 자율주행시대에는 전방주시에서 자유로운 운전자가 혁신의 시작점을 만들 것입니다. 기존의 “운전에 집중해!” 에서 벗어나 소위 ‘딴짓’을 많이 할 수 있게 될 것이죠. 달리는 차 안에서 출출한 아침, 컵라면을 후루룩 먹은 후 양말도 신고, 머리도 다듬고, 뒷자리로 넘어가서 귀찮아서 미뤄놓은 트렁크 정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종과 횡으로 구분된 1열, 2열, LH/RH의 좌석 배열 구분에서 벗어나 1.5열 혹은 가변형 시트가 차량 내에서 왼쪽 오른쪽 바닥 벽 자유롭게 그 모습을 달리하며 카멜레온처럼 변화할 것입니다. 또한 전방 주시에서 자유로워진 눈은 실내 인테리어의 이곳저곳을 더 주의 깊게 보게 될 것이고 외관 감성 품질에 대한 요구사항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기술의 발전에 사람이 적응을 해나갔다면 이제는 사람의 요구에 기술이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에게 이제 지구는 좁은 것 같습니다. 지구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넘어 무한에 가까운 우주로까지 뻗어가고 싶어 하죠. 한곳에 머무르기 보다는 새로운 곳을 탐험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 이동수단은 더 빠르게, 안전하게, 편하게 에서 벗어나 사용자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섬세하기 다듬어진 전략으로 유무형의 가치가 총체적으로 더해져 다가갈 것입니다. 그 안에 중심이 되어가는 시트는 사람, 이 시대와 함께 진화해 갈 것입니다.
가야만 했다. 살아있는 한, 인간은 가야 하니깐
「나는 걷는다」 저자 베로나르 올리브에의 인터뷰
인간의 본성인 '탐험'과 관련하여 인상 깊게 마주했던 책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은퇴한 기자 베로나르 올리비에는 편안한 생활을 마다하고 무려 4년 동안 1만 2천km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도보로 이동하고 느낀 경험을 노트로 기록하며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편찬했습니다. 그는 종착지인 중국 시안에 도착한 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서 멈춰야만 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며 ‘나는 다만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굴복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가야만 했다. 살아있는 한, 인간은 가야 하니깐’이라는 말을 남겼죠. 이처럼 계속해서 미지의 세계로 걸어가는 인간, 작가의 말처럼 인간은 계속해서 탐험할 것이고 모빌리티의 발전도 그럴 것입니다.
글 장지혜 크리에이터 사진 셔터스톡,HMG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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