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주유소를 잠깐 들리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충전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충전하는 데 최소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까지 걸리곤 합니다. 이렇다 보니 충전하는 사이에 쇼핑을 하거나, 충전소 내 마련된 카페나 문화공간을 이용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신형 전기차 개발 외에도 전기차 보급에 필수인 충전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올해를 전기차 확대의 원년으로 삼고 충전기 개발 및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기차 충전 공간에 카페나 문화시설을 함께 마련해 ‘고품질 충전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끔 하려는 전략이죠. 또한 전기차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처럼 기름 냄새나 매연이 없고 화재사고 등의 위험이 적어 식당이나 마트가 결합된 복합쇼핑몰에도 충전기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SK네트웍스와 함께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충전소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오픈했는데요. 이곳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350kw급 고출력·고효율 충전 기술이 적용된 ‘하이차저’가 총 8기 설치되어, 면적과 설비 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초고속 충전 설비 외에도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EV 드라이빙 센터’와 카페, 근무 공간, 공유 주방 등의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충전하러 갈 시간이 없거나 주변에 충전소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전기차 이용 고객을 위한 서비스도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픽업앤충전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서 차량을 픽업해 충전해 충전 및 간단한 실내 청소 후 다시 인도해주는 충전 대행 서비스입니다. 현대자동차 전기차 이용 고객이라면 통합 고객 서비스 앱 ‘마이현대’를 통해 간편하게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BMW 코리아 공식 딜러사인 한독모터스는 지난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첫 차징 스테이션을 오픈했습니다. 이곳에서는 6개의 주차 공간과 3기의 충전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시연차량이 상시 준비돼 있어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 시승이나 충전 체험이 가능하죠.
주유소의 혁신,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진화
기존 주유소도 친환경 트렌드와 전기차 확대에 힘입어 변신 중입니다. GS칼텍스가 선보인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는 주유, 세차, 정비 같은 일반적인 서비스 외에도 카셰어링 및 전기∙수소차 충전,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같은 모빌리티 인프라와 택배, 드론 배송 등 물류 서비스, 편의점 및 F&B 등 라이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 밖에도 LG전자 등 외부업체와 협력해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SK에너지도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물류 서비스 외에도 기존의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전기차까지 넓혀 궁극적으로 전기차 솔루션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유통 업계, 충전소 끌어안고 생활 플랫폼으로 변신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선 곳은 운전자들이 충전을 위해서라도 방문할 수밖에 없고 또 일정 시간 동안 머물러야 해서 모객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죠. 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도 충전 서비스 및 관련 사업을 앞다퉈 준비하고 있는데요.
홈플러스는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확대 설치하고 신차 시승센터로 활용하는 한편 전기차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현재 95곳 점포에 120대의 충전기를 구비했으며, 2023년까지 충전기를 2000대로 늘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마트도 2018년부터 전기차 충전기 도입을 시작해 현재까지 119개 점에 530기를 설치하는 등 충전소를 확대하고 있으며, 마트 주차장을 차량 공유, 공유 주차장 등 새로운 공유경제 플랫폼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대표 유통 업체들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신규 수익원이자 다양한 생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판단하고 차세대 먹거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업계, 급속 충전 서비스도 확대
충전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충전 관련해 노력하는 또 다른 서비스가 있죠. 바로 급속 충전 서비스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3월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핏(E-pit)’을 공개하고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습니다. 이핏은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에 최적화되어 설계된 곳으로 아이오닉5, EV6 등 E-GMP 기반 현대차그룹 차종을 18분 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최초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6기씩, 총 72기 설치하고 지난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올해 도심 주요 거점에 충전소 8개소, 48기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테슬라는 전용 충전기 ‘슈퍼차저’를 앞세워 급속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슈퍼차저는 32곳으로 테슬라 전기차만 이용할 수 있는데요. 테슬라는 올해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강동, 의정부, 경기도 동찬, 경북 울진, 전남 순천 등 6곳에 슈퍼차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포르쉐도 급속 충전소 ‘HPC’를 앞세워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요. 현재는 타 브랜드 전기차도 이용 가능하지만 추후엔 타이칸 등 포르쉐 전기차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포르쉐는 이마트 성수점과 양재점을 비롯한 전국 10개 주요 장소와 9개 공식 전시장에 320kW 초급속 충전기를 배치한 ‘포르쉐 HPC 충전소’를 구축하고 각 충전소에 2개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신축 건물은 전체 주차 대수의 5%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 설치해야 하고, 2023년부터는 기존에 지어진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나 대형마트 같은 공공 건축물에도 2%는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충전하면서 즐길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생활 서비스들이 등장할 전망인데요. 새로운 충전 경험을 선사하며 더욱 쉽고 편리해질 전기차 라이프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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