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는 행동을 뜻하는데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덕질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해야 할 덕질은 아주 많다는 현대트랜시스 T.크리에이터 3인의 아주 사적인 덕질을들어 볼까요?
시트연구기획팀 김수빈 연구원의 덕질은?
4년 전, 농구를 하던 중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더 이상 몸싸움 위주의 운동은 못하겠다던 차에 만난 것이 테니스다. 이때부터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호회 활동을 즐길 정도로 테니스에 푹 빠졌다. 이미 유튜브 구독 목록은 테니스 강좌로 가득 찬 지 오래다. 라켓을 휘두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멋진 포즈로 포인트를 획득했을 때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시절 친구가 야자 시간에 몰래 건네 준 <테니스의 왕자>를 보며 ‘제목 한번 참 유치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테니스가 없으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 테니스는 근본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매너를 갖추는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운동이다. 주어진 필드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해야 하기에 내겐 그 무엇보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운동이다.
처음에는 농구 대신 즐길 수 있는 취미 정도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공부할 정도로 테니스에 대한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일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고 힘을 기르기 위해 헬스도 꾸준히 하고 있다. 급기야는 사내 동호회까지 만들었는데 주변에서는 선수 준비하냐며 진지하게 눙을 치기도 했다.
이런 시선에 보답하듯 얼마 전 강습생 대상의 테니스 대회에서 8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아주 잠깐 스포츠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다 보니 욕심도 생겼다. 다음에는 시 대회를 목표로 도전해보자!
대회도 대회지만 사실 테니스는 여러모로 내게 고마운 존재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지방은 줄었고 모르는 사람들과 경기를 하며 낯가림이 심하던 성격도 꽤 살가워졌다. 막연한 피로감으로 지치고 우울했던 순간들은 뜨거운 땀과 희열로 바뀌었다. 테니스 덕질을 하고 있는 오늘, 나는 세상 가장 순수하고 행복한 사람이 된다.
영업지원팀 김희정 매니저의 덕질은?
아기를 낳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당근마켓을 예찬했었다. 어차피 육아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 내게 변화가 생겼다. 예상치 못하게(?) 2세가 생겨 출산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 누구보다 당근마켓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육아는 템빨’이라는 인생 선배들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틈이 날 때마다 동네 사람들이 리스트업한 자료를 보고 ‘키워드 알람’까지 설정했다.
대부분의 선배는 “아이가 너무 금방 커서 새것 사면 아깝다”는 말을 자주했다. 그런 의미에서 당근마켓은 육아용품의 천국,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다. 육아 국민템이라고 일컬어지는 용품부터 부모가 개척정신으로 구매했지만 아이가 사용하지 않아 아까운 마음에 올리는 혁신템까지… 입문한지 얼마 안 된 38도 쪼렙이지만(당근마켓은 후기가 좋은 구매자, 판매자를 온도로 표시한다. 처음 시작은 36.5도다) 나도 어느덧 거래의 묘미를 하나 둘 알아가는 중이다.
예전에 지인이 우리 동네에 찾는 물건이 있다고 나에게 판매자 연락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직접 연락하라고 답했는데 알고 보니 휴대폰 GPS 위치로 동네 인증을 하지 않으면 판매자에게 대화를 걸 수 없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무지렁이였던 내가 이제는 가족들에게 당근거래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언니가 사는 동네에 맘에 드는 아이템이 생기면 바로 연락해 가격 네고부터 문고리 거래(비대면 거래 방식)까지 부탁하고 있다. 싱글인 언니는 그 물건의 용도도 모르고 아주 수고스러운 역할을 제법 열심히 해주고 있다.
때론 판매자의 희열도 만끽한다. 집 안의 애물단지인 물건들을 당근마켓을 통해 기분 좋게 팔고 나면 괜히 뿌듯한 기분도 든다. ESG가 화두인 요즘, 만약 탄소배출량으로 중고거래가 측정된다면 당근마켓은 엄청나게 많은 탄소배출권을 소유한 곳으로 인정받지 않을 까 하는 상상까지 해보는 요즘이다.
상생협력팀 이정우 책임매니저의 덕질은?
어렸을 때부터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 꿈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더욱 커졌다. 결국 나는 ‘자작 자동차’ 동아리에 들어가 6대의 자동차를 만들고 관련 대회에 참가하면서 ‘자동차 덕후’의 길을 걷게 됐다.
직장인이 되어서도 주말마다 자동차를 만들면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곤 한다. 지금은 경차 사이즈의 슈퍼카급(500마력 이상) 자동차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동차 디자인과 패키지를 구상하고 있다. 크기는 경차 사이즈에 속도는 페라리보다 빠른 차를 타고 도로를 마음껏 달리는 상상을 하다 보면, 머릿속에 있는 자동차를 빨리 구체화해 현실에 내놓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설레곤 한다.
기계를 좋아해서 인지 아니면 자동차가 주는 ‘기계공학의 집합체’라는 느낌을 사랑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덕질을 할수록 궁금해지는 그 매력만큼은 자동차를 따라올 만한 게 없다. 슈퍼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어 이탈리아에 있는 슈퍼카 제조 회사인 파가니 오토모빌리(Pagani Automobile)에 직접 견학까지 다녀왔으니 말이다.
기술적 호기심과 상상의 결합만으로 세상에 없던 자동차를 만들어보는 일, 스스로 선택한 이 값진 경험은 지금도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더 넓게 만들어주고 있다. 업무적으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한 발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실행하는 데 하나의 모멘텀 역할을 해줄 때도 있으니 단순한 덕질이라 하기에는 얻는 게 많다. 나무의 시작은 뿌리부터 지만, 인생이라는 나무에서는 가지나 이파리가 그 첫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 자란 후에도 잎을 피우고 가지를 낼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내게 자동차는 하나의 이파리다. 이 작은 이파리를 시작으로 무수히 뻗은 가지와 마디 하나하나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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