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한 대에는 약 2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자동차의 수명이 다하면 이 수많은 부품들은 모두 어떻게 될까요?
흔히 자동차의 수명이 다하면 폐차되면서 부품이 모두 버려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가방과 운동화 등 의류를 비롯해 생활용품, 포장재, 산업용 원자재 등으로 다시 사용된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내구성을 위해 튼튼하고 기능적인 소재로 만들어져서 일부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자동차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자원 순환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재활용 No! 새활용 Yes, 업사이클링이란?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자동차 폐차 시 전체 차량 중량의 95%를 재활용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동차의 고철류는 대부분 재활용되었지만 가죽 시트와 에어백, 안전벨트 등은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다양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이들을 이색적인 패션 아이템과 소품, 가구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이 말 그대로 버려지거나 효용이 다한 제품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라면, 새활용을 뜻하는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Upgrade) 버려지는 제품에 아이디어나 디자인 등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용도와 목적도 바뀌게 되죠.
고객 대기실에 자동차 시트가 있는 이유는?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세종 검사소 고객 대기실의 낡은 좌석을 자동차 시트로 교체했습니다. 자동차안전단속원의 현장 업무를 위한 승용차 2대를 이동사무실차로 튜닝한 후 떼어낸 시트를 소파로 재활용한 것인데요.
지난해에도 폐시트와 폐타이어를 활용해 새활용 소파 2세트를 제작, 본사와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 1층에 설치한 적이 있습니다. 시트뿐만 아니라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활용해 업무용 수첩이나 우산, 에코백 등의 제품을 만들어 전시, 홍보하며 새활용 사업을 ESG 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국내외 기업들
자동차 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을 들 수 있습니다. 프라이탁은 트럭의 방수포를 기본 원단으로 자동차의 에어백, 안전벨트 등을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기업인데요.
사용 후 버려진 트럭 방수포나 천막은 가방의 몸통이 되고, 폐자동차 안전벨트는 가방끈으로 활용됩니다. 모든 작업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같은 천을 사용하더라도 사용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특별함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힙한 인기템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에어팩도 폐자동차의 에어백과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요. 가방의 외피와 내피, 각종 수납공간은 에어백을 가공해서 만들었고 가방끈은 안전벨트의 고정장치를 그대로 살려 채울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에어백과 안전벨트로 만들어진 만큼 내구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폐기된 타이어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타이어는 썩는 데 수천 년이 걸리고 연소될 때 유독물질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환경 오염 제품입니다. 열대지방에서는 불법적으로 버려진 타이어가 모기의 서식처가 되어 각종 질병이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인도솔은 이런 폐타이어를 슬리퍼 바닥으로 재탄생시킨 브랜드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주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타이어를 업사이클링하며, 아동 노동 착취가 아닌 합법적인 성인 장인들이 위생적이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모어댄의 컨티뉴, 코오롱FNC의 래코드(RE:CODE)가 폐자동차에서 나온 가죽 시트, 안전벨트, 에어백을 활용해 가방, 지갑 등의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고, 트레드앤그루브(TREAD&GROOVE)가 폐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소재 업사이클링에 나선 글로벌 자동차 업계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0년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서울어린이대공원에 자동차 폐시트와 폐타이어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러닝 트랙을 조성했습니다. 이 트랙은 현대자동차가 매년 실시하는 친환경 러닝 캠페인 ‘롱기스트런’ 참가자들의 2020년 참가비 전액을 기부해 진행된 것으로, 총 330kg의 폐시트와 2,100kg 폐타이어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2019년부터 매년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와 업체와 함께 자동차 폐소재로 의상을 제작하고 공개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프로젝트 ‘리스타일(Re:Style)’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다시 사용하고, 다시 생각하는, 새로운 스타일’이라는 의미를 지닌 리스타일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와 패션의 이색 협업을 통해 친환경 업사이클링 트렌드를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유명 패션 편집샵인 분더샵, 레클레어와의 협업으로 자동차 폐기물뿐만 아니라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아이오닉5의 원사, 사탕수수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으로 만든 바이오 PET 원사를 활용한 12종의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판매 수익금은 현대자동차가 추진할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제네시스의 자투리 시트 가죽으로 만든 테디베어 인형과 차량용 방향제를 공개해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볼보자동차는 지난해 패션 브랜드 ‘3.1 필립 림’과의 협업으로 차세대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로 만든 한정판 위크엔드백을 공개했습니다.
위크앤드백은 볼보자동차의 차세대 친환경 인테리어 소재인 '노르디코(Nordico)'를 활용해 제작되었는데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텍스타일, 스웨덴 및 핀란드의 숲에서 얻은 바이오 기반 소재, 와인산업에서 재활용된 코르크 등으로 만든 혁신적인 소재입니다.
또한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2021년 New ES 모델 출시를 기념해 차량의 트렁크 펠트와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고 남은 에어캡 등 자동차 관련 폐기물과 공예작업 후 버려지는 재료들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공예품을 선보였습니다.
NEXT ZERO? 폐시트와 자투리 가죽의 대변신
현대트랜시스는 폐가죽을 활용한 재생 가죽 원단, 자투리 가죽을 엮어 만든 위빙 기법 등 자원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와 가공 기업들로 지속가능한 디자인 철학을 전달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자동차 시트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폐시트와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해 ‘NEXT ZERO’ 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매달 7여 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지갑과 키링, 의류 등의 패션 아이템을 제작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아이디어판다와의 협업을 통해 장바구니형 키링을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죠.
이 밖에도 지난 6월 ‘2022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친환경 재생 가치를 담은 모빌리티 컨셉 시트를 공개하면서 자투리로 제작한 다양한 아이템도 함께 전시했는데요. 컨셉 시트를 제작하며 남은 친환경 가죽, 재생가죽원단 등을 활용해 쿠션, 여행용 가방, 슬리퍼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굿즈 제품을 디자인해 선보였습니다.
가죽으로 시트를 만들고, 또 여기서 남은 가죽을 활용해 재생가죽원단으로 만들고, 또 그 자투리들을 모아서 지속가능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ESG 경영,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산업계의 움직임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힘입어 업사이클링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후대에 물려줄 지구를 생각하며 자원 순환으로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브랜드와 기업에 관심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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