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방해 없이 편안한 나만의 공간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누리는 휴식은 생각만 해도 행복한데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공간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휴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이렇게 나를 둘러싼 공간을 찬찬히 살펴보는 일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과연 각자의 공간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현대트랜시스 T.크리에이터 3인의 공간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없어서 허전한 게, 쌓여서 복잡한 것보다 낫다
작년 4월부터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괜히 집을 지저분하게 쓰면 생활 패턴이 망가질까 일부러 깔끔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 때면 ‘집이 왜 이렇게 깔끔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칭찬으로 하는 말이니 좋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나 싶어 씁쓸할 때도 있다. 그래도 치울 때가 가장 보람 있는 걸 보면 천성인가 싶다.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리는 게 좁은 공간에서 내 공간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종량제 봉투를 집구석에 놓고 베란다, 장롱, 수납장, 서랍을 하나씩 살피면서 불필요한 물건은 가차 없이 버리는 편이다. 없어서 허전한 게, 쌓여서 복잡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주변 환경은 생각보다 인간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산맥으로 둘러싸인 한국과 지평선이 잘 보이는 유럽만 비교해도 각각의 환경에서 파생되는 사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하거나 일이 잘되지 않을 땐 산에 가거나, 거리 속 사람들을 구경하곤 한다. 산에서는 이렇게 큰 자연 속에서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붐비는 거리에서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나를 잃지 말자고 생각한다.
먼 미래엔 더 온전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 내가 있기를 바란다. 푸른 평야를 즐기다 고층이나 지하로 이동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주거 공간에서 나만의 평온한 일상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허무맹랑해 보여도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것이다. 이왕이면 창문도 아주 컸으면 좋겠다.
▶ 교육문화팀 김승일 매니저
사람이 투영되고 교감하며 변화하는 공간
작년 10월부터 오피스텔에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보다는 작은 공간이지만 자그마한 소파도 있고, 아내와 각자의 공간에서 써오던 감성 아이템들로 새로운 ‘하나의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아내와 생활하는 신혼집에서 나의 공간을 찾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수컷의 방’이라는 단어가 그렇듯 남자들은 자기만의 영역을 잘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드레스룸이 그런 의미다.
드레스룸 한쪽 벽면에는 이케아에서 구매해 직접 조립한 행어가 위치해 있다. 반대편 벽에는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랗고 감성 충만한 전신 거울이 있다. 거울 옆에는 항상 정리를 해도 물건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아내의 화장품 함, 그 옆에는 원룸에서부터 사용한 프레임 책상이 있다. 5년 된 맥북과 모니터가 놓여 있고, 이제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낡은 조립식 책상이지만 집에서 거의 유일한 나의 공간인 셈이다.
가끔 이곳에서 혼자만의 꿀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충분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고자 내년 초 이사 갈 아파트는 쉼과 동시에 홈 오피스가 가능한 공간으로 꾸미려 한다. 맛있는 커피 한 잔과 함께 넓은 공간이 주는 쾌적함과 안락함을 즐기고 싶다. 그동안 아내와 부지런히 다닌 감각적인 카페의 인테리어도 일부 녹아 있을 것이다.
▶ 시트 설계 2팀 장영수 연구원
나를 통해 공간의 존재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면
친동생 같은 고양이 한 마리와 동거 중이다. 개인적으로 공간 분리에 관심이 많은데 코로나19로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나와 같이 1인 가구가 더욱 그러하다. 같은 공간일지라도 사용자 편의에 따라 가구, 가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배치하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는 요즘, 나는 거실이 바로 그러한 공간이길 원했다.
메인 공간인 거실을 사무실 겸 카페를 표방하는 휴식 그 이상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가장 먼저 보지 않는 TV와 소파를 치우고, 컴퓨터와 모니터 3개를 배치했다. 뒤쪽에는 원형 테이블과 책장, 유화 세 점을 걸어 기존 거실의 구조를 탈피하려고 했다. 물론 1인 가구라 가능한 배치지만 직접 나만의 공간을 꾸미면서 취향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면 대학 시절의 향수가 이런 취향을 만들어준 것 같다.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에서 자취를 했는데 아파트 옥상이 유난히 넓었다. 달이 높이 뜨면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고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 적이 많았다. 참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이라 요즘도 가끔 그 주변을 지나면 다시금 가보곤 한다.
계속 거실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간은 결국 ‘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공간의 본질이니 말이다. 나로 인해 그 공간이 의미를 갖게 되고 나를 통해 공간의 존재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충만한 것이 아닐까. 미래에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내가 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제어성능검증팀 윤웅희 연구원
글 김승일 매니저, 장영수 연구원, 윤웅희 연구원
편집 한미림
일러스트 최익견
'Story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약 우리 회사가 자동차를 만든다면? (0) | 2022.10.13 |
---|---|
트랜시스 사내 콘텐츠 제작 그룹 ‘T.크리에이터’ 3기를 소개합니다 (0) | 2022.09.29 |
다가오는 추석연휴, 고속도로 상황별 차로변경 및 주행 가이드라인 (0) | 2022.09.08 |
뼛속까지 ‘착한 차’가 온다! 친환경 자동차 내장재가 대세 (0) | 2022.09.07 |
NEXT ZERO? 모빌리티 업사이클링 열풍 (1) | 2022.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