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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스포츠카, 25년 엘란 오너의 솔직 담백한 자동차 이야기

 

뜨거운 햇빛도 쨍한 노란빛으로 바꿔줄 것 같은 강렬한 존재감의 2인승 로드스터 한 대가 등장합니다. 국내 최초의 스포츠카이자, 올드카 마니아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기아 엘란인데요. 출시된지 25년이나 되었다는 연식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놀라운 관리상태를 자랑하고 있었죠.

 

저는 현대트랜시스 시트연구개발본부에서 자동차의 시트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 취재를 통해 자동차 업계의 전문가들보다 상식이 더욱 풍부하신 엘란 오너 커플을 만나보게 되었는데요, 자동차 시트 연구원으로서 엘란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분들과 솔직 담백한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동차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한 이유 없이 자동차가 좋았습니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실생활에 가장 근접해서 사용할 때 친밀감이 느껴지는 기계가 자동차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 움직이는 자동차를 보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Q. 올드카 오너로서 요즘 자동차 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듯, 최근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헤리티지에 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한 스토리텔링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인 올드카 고객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단순 홍보, 마케팅용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

 

엘란 같은 올드카 오너들은 자신들의 차를 애정을 담아 관리하면서 오랫동안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요, 반면에 제조사 측에서는 올드카 오너를 위한 서비스나 부품 공급 등의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올드카 고객들은 아무래도 회사의 이윤 추구와는 거리가 먼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동차를 많이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이들은 그리 반갑지 않게 느껴질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올드카 고객 관리에 다소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Q. 유니크한 팝업 램프, 수동으로 여닫는 루프까지 재미있는 요소가 많네요. 차량 유지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기름값을 제외하고 한달 약 30만원 정도를 유지비로 생각해요. 매달 차이는 있는데 항상 이 수준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유지할 때 어려움은 부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거에요. 부품 번호로 찾으면 가끔 나오는게 있기는 한데, 없는 부품은 3D printing으로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만들어본 경험상 플라스틱계열이 금속계열보다 더 만들기 까다롭더라구요.

  


Q. 차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오래되기도 하고 외형이 눈에 띄다 보니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기억에 남는 일을 몇 가지 이야기해보자면 어느 날 처음 보는 분이 다가오시더니 ‘내가 이 차를 개발할 때 참여했었는데 아직도 실제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며 감동이라면서 말을 하셨어요. 어린 아이들은 팝업 램프를 보고 ‘차 눈이 깜빡거린다’라며 ‘로보트다!’라고 할 때도 있고 ‘차가 살아있다!’고 말하기도 해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은 차에요.

 

 
Q. 본인이 생각하는 인테리어에 있어서 감동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많은 것들이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첫인상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 처럼, 차량에 탑승했을 때 첫번째로 느껴지는 분위기를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고객에게 오래도록 감동을 줄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컬러가 중요한데,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선호해요. 또한 인테리어는 외장과도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하죠. 불과 몇 년 전까지 ‘고급차’하면 블랙 컬러의 인테리어가 떠올랐는데, 요즘은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그린, 버건디 등 고급스럽게 정제된 컬러가 많이 출시되어서 너무 좋아요.

  

톤의 조화가 돋보이는 제네시스 시트


Q. 선호하는 시트나 앞으로 바라는 자동차 시트는 어떤 것이 있나요?

 

무더운 여름날 착석 시 땀 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통풍 기능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시트 조절 시 속도가 느린 전동보다는 재빠르고 고장도 없는 수동식 조절 레버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통풍 기능이 탑재된 아이오닉5 시트

  

그리고 시트를 청소하다보면 가끔은 탈부착이 쉬운 시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곤해요. 시트를 통째로 꺼내서 닦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또한 차박이 유행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탈부착이 용이한 시트는 여러모로 장점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재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가죽 시트는 스며들지 않는 재질이라 냄새에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여름 직사광선에 노출하게 되면 너무 뜨겁고, 겨울에는 너무 차갑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반면에 직물시트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냄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죽과 직물의 장점만을 살린 새로운 소재가 적용된 시트가 나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반떼(CN7) 1열 시트 뒤 패브릭 소재 적용

 
Q.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앞으로 전기차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나가야 할까요?

 

자동차 제조사는 내연기관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기차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컨데, 내연기관차의 감성을 잊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전기차에 내연기관 가상 사운드를 넣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연기관의 감성을 전기차에서 억지로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전기차만의 감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Q. 미래 자율 주행 차량에서는 어떤 모습이 펼쳐질까요?

 

차 안에서 쉬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때문에 차 안에서 생활하거나 쉬면서 사용하는 자동차용품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차량생활에 특화된 용품들이 다양하게 판매되고, 탑재되는 거죠. 예를 들면 차량용 침대가 생길 수도 있고, 차량용 냉장고가 더욱 상용화될 수도 있죠. 예전에 스타렉스 캠핑카로 놀러간 적이 있는데 차 안에 냉장고가 있으니 편하더라고요.


Q. 자율 주행 시대에 펼쳐질 또 다른 모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래에는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서킷에서만 즐기는 취미 생활이 될 것 같아요. 실생활에 깊에 스며들었던 운전이, 미래에는 서킷에서 즐기는 그들만의 여가생활이 되는 것이죠. 승마장에서 말을 타는 것처럼 말이죠. 때문에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운전의 재미와 가치를 즐기는 행동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장지혜 (현대트랜시스 시트디자인팀)
인터뷰 박연준 / 양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