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며 ‘깐부’의 의미를 돌이켜봤습니다. 깐부란 어린 시절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어서 편을 함께하던 내 팀, 짝꿍, 동지를 뜻하는데요.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한편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전략입니다. 오늘은 현대트랜시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선택
과거 기업들은 내부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기술을 집적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구 성과인 모든 지식재산권을 독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유동성의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모든 기술을 기업 내부에서 배양하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직 집적하지 못한 분야의 기술을 사오거나,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투자해 성장을 돕기도 하고, 다른 기업의 자원을 흡수하는 등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협력할 경우 각자가 가진 자원을 놓고 교류하는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공동연구를 통해 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대기업은 외부전문 인력을 통해 기술을 성장시킬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
현대트랜시스는 매년 초 내부 연구개발 추진 부서들을 대상으로 ‘기술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있으며, 여기서 넣은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들은 시장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외부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을 온라인에 소개하는 ‘데모데이’를 살펴보기도 하고, 다양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참관을 통해 가장 적합한 후보군을 추리기도 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조사와 내, 외부 미팅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또한 현대차그룹이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제로원(ZERO1NE) 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펀드의 일원으로 양질의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X이앤알, 친환경 재생가죽사업
현대트랜시스는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와 글로벌 고객의 친환경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속 가능한 재활용·친환경 소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폐가죽과 스크랩을 파쇄한 가죽 분쇄물을 부직포에 부착하는 등의 방식이나 실로 만들어 방직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천연 가죽에 비해 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동차 시트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물성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현대트랜시스가 자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연구를 도맡아 직접 재료를 배합해 새로운 재생 가죽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죠. 이를 해결하고자 재생 가죽을 개발해온 노하우를 가진 이앤알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 시트에 대한 높은 소재 이해력을 바탕으로 이앤알의 재생 가죽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높은 물성을 가진 재생 가죽에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폐가죽과 스크랩을 재활용해 매립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을 최소화함으로써 ‘친환경 자원 선순환’에도 앞장설 계획입니다.
이앤알은 20년 가죽 생산 노하우를 가진 가죽 가공 회사로 천연 가죽 스크랩을 기계적, 화학적 제조 공정을 거쳐 재자원화한 친환경 재생 가죽(Eco-Friendly Recycled Leather) 원자재 전문 생산업체입니다. 자체적인 재생 가죽 전용 프로세스를 개발하여 고객이 요구하는 물성 및 감성을 제품에 구현하는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고, 가죽을 최종적으로 코팅하는 공정에서도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인 기업입니다.
현대트랜시스X알고리고, 스마트한 시트 자세 제어
시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편안함’이 아닐까요? 현대트랜시스는 국내 최대 시트 회사로서 제네시스 등 최고급 차종의 시트를 연구∙개발하며, 시트의 하드웨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미래형 시트를 위한 AI, 머신 러닝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죠.
이를 위해 스마트 시트 자세를 연구해온 알고리고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고리고사의 체압 센싱과 착좌 자세 분석 등의 딥러닝 기술을 자동차 시트까지 확장시키는 등 시트의 소프트웨어를 공동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기존에 쌓아온 자동차 시트 하드웨어 노하우에 알고리고의 체압 분포 측정과 분석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능동형 착좌 자세 조절 시트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또한 운전자의 신발, 생체 정보 등 생체 데이터를 인식해 기초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분석 서비스화해 각자에게 편안한 착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알고리고는 일상에서 수집된 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삶을 더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와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특히 체압 측정 모듈 개발과 분포 데이터수집 및 분석,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아이디어 차원의 산학 협력 활동이 있었고, 기술을 구매하거나 유망 기술을 가진 회사와 M&A를 통해 합작사를 설립하기고 했습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은 오픈 이노베이션은 ‘잠재적 경쟁자’가 아닌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위한 협력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트랜시스가 선보일 친환경 재생가죽 사업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시트 연구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김보라 책임매니저(전략지원팀)
포토 안용길(도트 스튜디오)
자문 황진연 책임매니저(사업전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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