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단어 들어본 적 있으시죠?
해외 시장조사 업체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 시장은 지난 5~6년 간 평균 40~50%대 성장률을 전망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습니다. 물론 범주 구분에 따라 시장 규모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 기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오늘은 기술 분야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메타버스 만큼 자주 듣게 되는 디지털 트윈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사물을 디지털 세상 속 쌍둥이처럼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의 실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란 무엇인지, 제조 부문을 필두로 의료 및 헬스케어, 공공, 유틸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상 세계 속 쌍둥이, 디지털 트윈의 등장
디지털 트윈은 지형이나 건물, 장비 등 현실의 정보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2002년 미국 미시간대 마이클 그리브스 박사가 제품 생명 주기 관점에서 최초로 제안한 개념입니다. 당시 개념 자체는 획기적이라고 평가받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가 없어 실제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요.
2016년 미국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클라우드 기반 IoT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프레딕스는 기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IoT 연결을 통해 가상 모니터링 서비스를 지원하는데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최초의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IT업체들의 경쟁이 뜨거워졌습니다.
이후 미국, 독일, 영국 등이 여러 국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시도하기 시작했죠.
‘가상의 세계’, 메타버스와 차별 짓는 결정적인 차이
디지털 트윈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와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적 특징은 유사하지만 기술을 구현하거나, 활용하는 점에서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융합된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제나 사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반면 디지털 트윈은 IoT(사물인터넷) 센서, 5G 네트웍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확한 3D 객체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결합해 현실 세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메타버스의 필수 요소가 ‘연결’이라면 디지털 트윈은 실시간 ‘동기화’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보다 실용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산업별 디지털 트윈 기술 활용 사례
제조업은 디지털 트윈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품질 관리, 제품 재설계, 시스템 기획, 물류 계획, 제품 개발 등을 활용해 지능형 생산 공정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제조 데이터를 미리 가상 공장에 입력해 기계 고장으로 인한 시설 미작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전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미 GE, 지멘스, 다쏘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은 디지털 트윈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GE는 자사가 생산하는 항공기 엔진, 발전소 터빈 등 모든 제품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습니다.
GE가 생산한 장비는 전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원격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상태와 고장 가능성 등을 고객들에게 알려주는데요. 이를 통해 GE 고객사는 장비 정비비용 절감은 물론 수명 연장까지 이뤄내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이 상용화되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공간에 가상 환자를 만들어 치료 효과를 예측하고, 최적의 약물 처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시뮬레이션해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과 분야에서는 실제 장기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 수술 시뮬레이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나 나라 전체를 디지털 쌍둥이로 구현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미래 도시를 구축하는 스마트 시티에도 디지털 트윈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디지털 트윈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죠.
도시에서 시행되는 각종 건설 프로젝트에서 교통 체증, 일조권 침해, 지반 문제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파악해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외에도 대형 자연재해, 전염병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험해볼 수는 없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미리 시험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을 들여 ‘디지털 트윈 국토’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디지털 트윈 기술
자동차 제조업체도 생산 공정과 차량 테스트에 디지털 트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에어백이나 스티어링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위해 자동차 프로토타입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프로토타입 차량의 충돌 테스트 필요성을 줄일 수 있으며, 디지털 트윈 장비를 사용해 서비스 수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사인 마세라티는 지멘스와 신차 생산 공정에 디지털 트윈을 접목해 제품 최적화와 생산 기간 단축이라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5G, 레이더 등의 기술을 결합해 현실세계와 같은 가상세계를 구성하고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고정밀지도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고정밀지도는 자율주행 AI가 정확한 주행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실시간 도로상황과 환경 등을 반영한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의 자율주행은 차량 레이더와 카메라 등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정밀지도가 적용된다면 주행 안정성과 성능 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해 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완공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가상공장을 구축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실의 ‘스마트팩토리’를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옮긴 ‘메타팩토리(Meta-Factory)’를 구축해 공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제조 혁신을 추진하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전환을 가속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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