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지인과의 만남도 좋지만, 가끔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는데요.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면서 하루를 정리하다 보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T.크리에이터 3명과 함께 ‘대화’, ‘콘텐츠’, ‘퇴근길’, ‘주말일상’ 4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가장 잘 알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잘 알기 어려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Q. 키워드로 보는 통합구매팀 윤예슬 매니저의 하루는?
결혼을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대화의 소재 대부분은 ‘결혼’이다. 특히 청첩장을 전하기 위해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다 보면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한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부터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신경 써주는 마음까지 진심을 담은 한 마디가 새삼 고마운 요즘이다.
거리두기 여파로 얼굴을 맞대고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전화나 톡으로 받았던 한 마디, 한 문장은 내 마음속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동탄연구소에서 집까지는 15분 거리다. 회사 직원 중 누구보다 재빠르고 효율적인 동선으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인지 직장과 집에서의 내가 가끔 분리되지 않을 때도 있다. 직장과 집에서의 나를 분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둘 모두 나인데 어떡하겠어’라는 다소 무책임한(?) 긍정주의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화제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전편을 완주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묘한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고, 기존 좀비 물보다 신선한 설정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가 어느새 K-좀비물로 대표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또한 BTS와 ‘오징어 게임’의 대흥행을 지켜보며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가 전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구나 하는 새삼 깨닫곤 한다. 드라마 원작인 웹툰은 아직 보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마음으로 조만간 시작해보려 한다.
원래도 ‘집순이’지만, 코로나 시기에 결혼을 앞두다 보니 집에 머물고 있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시간이 늘 같은 양으로 주어진다는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가족들과 치킨 한 마리를 뜯으며 올림픽 경기를 응원했던 기억이 문뜩 떠오르는데, 이 시기도 나중에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지 않을까.
Q. 키워드로 보는 품질기획팀 이성준 매니저 하루는?
어릴 때 키워 주신 외할머니께서 최근 몸이 편찮으셨다. 인근 요양원에 모셨는데 직장에 다닌다는 핑계로 매일 전화만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무뚝뚝하신 외할머니께서 “너무 보고 싶다, 한번 올 수 있겠니?”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할머니에게 나라는 존재는 정말 소중했구나 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나를 아껴주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을 줄 아는 것이 진짜 어른은 아닐까.
올해부터 퇴근하는 차 안에서 평소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통화를 하는 작은 루틴이 있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예전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앞으로 있을 계획도 스스럼없이 나누게 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안전하고 편안한 차 안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교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아졌다. 유튜브에서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던 중 한 IT회사가 출근부터 퇴근까지 가상현실에서 모든 것을 구축했다는 영상을 접한 적이 있다. ‘과연 잘될 까’하는 의구심은 잠시 ‘내가 변화 앞에서 너무 방어적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최소한 그 속도에 맞춰야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 익숙지 않음을 익숙하게 보려 하고, 익숙함을 익숙지 않게 보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우리 부부는 주말에도 대부분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말마다 서로를 위한 요리를 하나씩 해주고 있다. 이 중에서도 얼마전 아내가 만들어 준 ‘삼겹살 숙주 볶음’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나를 생각해 기존 레시피에서 매운맛 불고추를 첨가해주는 아내의 마음이 더욱 와 닿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런 계기를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모든 일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구나’ 싶기도 한다.
Q. 키워드로 보는 전략지원팀 김우현 매니저 하루는?
최근 대학 선배의 생일에 맥주잔 기프티콘을 선물했다. 형광펜으로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어 아내분을 위한 소소한 서프라이즈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렇게 원격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흔해지고 있는 것 같다. 기프티콘 종류도 ‘혼술 선물세트’나 ‘디즈니 구독권’처럼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항상 고민해서 선물 주는 게 감동이네”라는 선배의 말처럼, 결국 선물의 본질은 방법보다는 그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 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 설거지나 청소를 하거나, 운전할 때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즐겨찾기 채널 목록은 크게 ‘자기계발’과 ‘엔터테인먼트’로 나눠져 있는데, 이 두 요소를 함께 충족하는 한 채널(라디오)의 DJ가 갑작스럽게 하차했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아쉬운 마음이 들면서도 이 채널을 대체할 프로그램을 찾아 듣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애청자’이기보다는 ‘철새’에 더 맞는 콘텐츠 수요자였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종종 퇴근할 때 고속도로보다는 국도를 선택한다. 국도를 달리다 보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현실감 있는 풍경을 한껏 감상할 수 있고, 신호등에 잠시 멈춰 설 때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바꿔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늘 같은 퇴근길이지만 조금의 여유와 변화를 즐기다 보면, 그 에너지가 퇴근 후 나에게 다시 연결되어 하루 남은 일과를 온전히 보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만 같다.
최근 친구와 양평의 한적한 카페를 방문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노을이 져서 잠시 마음속에 노을을 담아 보았다. 바람도 느껴보고, 새소리도 듣다 보니 채 마시지 못한 커피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멋쩍게 웃은 후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카페를 나섰다.
코로나 19는 여전하고 백신 N차 접종의 끝은 보이지 않고, 주말의 정체 시간도 계속 늘어 가지만 그렇게 또 꾸역꾸역 집을 향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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