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Bespoke)란, ‘맞춤 제작하다, 주문하다’는 뜻으로 맞춤형 정장이나 옷에 쓰이는 패션 용어입니다. 이미 가전 브랜드에서는 색상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에 따른 기능까지 모듈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방식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만의 취향을 중시하는 비스포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자동차 외관 컬러도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주요 완성차 업체에선 단조로운 컬러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컬러를 내놓으며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무채색은 가라, 컬러 마케팅에 나선 자동차 업계
지난해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코팅사업부가 발간한 ‘2021 자동차 OEM 코팅용 바스프 컬러 리포트’에 따르면 블루와 레드 등 특정 색상의 인기가 상승했으며 그린과 베이지 색상도 적은 비율이지만 꾸준한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특히 아태지역에서는 블루의 급증과 함께 청록, 카키, 올리브 등 그린 계열의 점유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1월 기아의 신형 니로 사전계약에서는 스노우 화이트 펄 색상 외에도 인터스텔라 그레이, 스티스케이프 그린, 미네랄 블루, 오로라 블랙펄, 스틸 그레이, 런웨이 레드 등 다양한 유채색들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특히 니로는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트림에서 외장 컬러에 따라 C필러 컬러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 차를 주문 제작하는 느낌을 주었는데요.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디자인에 차별적인 요소를 더해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제네시스의 G90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의 정점에서 우아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외관으로 품격 있는 디자인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고급 세단 고객은 무채색을 선호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깨고 ‘한라산 그린’, ‘카프리 블루’, ‘태즈먼 블루’, ‘발렌시아 골드’, ‘바릴로체 브라운’ 등 다채로운 유채색를 포함한 총 12가지의 외장 컬러를 적용하여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이중 한라산 그린은 제네시스 최초로 우리나라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한국적 감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한편 BMW는 CES 2022에서 전자잉크를 활용해 사용자 마음대로 차량 외장 색상을 변경하는 전기 플래그십 SAV ‘iX 플로우’를 공개했습니다. 차의 윤곽에 맞혀 정밀하게 재단된 래핑에 특수 안료를 함유한 수백만 개의 마이크로캡슐을 탑재해,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을 선택하면 전기장에 의해 자극이 일어나면서 안료가 캡슐 표면에 모여 색상이 변하는 원리입니다.
iX 플로우는 자동차도 패션처럼 일상생활의 다양한 기분과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BMW는 향후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전자잉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고객에게 보다 세분화된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상에 단 한 대 뿐인 나만의 자동차 제작
하이엔드급 자동차 브랜드도 비스포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제조사가 제시하는 표준 가이드에 맞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최적화된 차량을 원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과 장인정신, 브랜드 고유의 가치, 신모델 등을 알리는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벤틀리는 수제작 비스포크 파트인 뮬리너 부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컬러 조합과 무제한의 인테리어 옵션을 갖추고 있어 고객이 상상하는 모든 부분을 개인화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를 통해 고객이 주문할 수 있는 옵션은 총 560억가지(컨테넨탈 GT 옵션 기준)에 달한다고 하죠.
롤스로이스도 고객 취향에 맞춘 차량을 제작하는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공예가로 구성된 비스포크 컬렉티브 팀은 비스포크 차량 제작을 통해 진정한 럭셔리에 대한 새롭고 야심한 해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장식을 활용한 역대 최고 수준의 비스포크 차량을 제작해 연간 최고 주문량을 기록하기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페라리는 ‘테일러 메이드’, 마세라티는 ‘마세라티 푸오세리에’, 맥라렌은 ‘맥라렌 MSO’, 애스턴마틴은 ‘Q 바이애스턴마틴’을 통해 개인화된 비스포크 옵션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최근 마세라티는 SUV 신모델 그리칼레를 기반으로 제작된 ‘그리칼레 미션 프롬 마스’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차량은 화성 주위를 떠다니는 광물질 분진과 침식된 금속을 표현하기 위해 갤럭틱 오렌지라는 특별한 질감의 금속 컬러를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화성의 열기에 녹은 금속을 연상시키는 보디 컬러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담아냈습니다.
운전자 취향저격, 자동차 시트도 맞춤 시대
현대트랜시스도 다양한 소재와 기능이 적용된 시트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재생 가죽이나 천연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시트, 온열/통풍 시스템이나 능동형 온도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시트, 다양한 컴포트/안전 기능이 적용된 시트 등이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대차그룹의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인 제네시스 G90에 시트를 적용했습니다. 또한 올해 시트 신기술 전시회인 SETEX 2022에서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시트를 조합해서 제공하는 ‘다목적 모빌리티 시트 시스템’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기도 헸습니다.
비스포크 트렌드는 취향과 디자인을 중시하고 같은 제품이라도 남들과 차별화되길 원하는 MZ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앞으로도 계속 각광을 받을 전망입니다. 튀지 않는 색상과 획일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나만의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자동차를 고를 수 있다면, 자동차가 더 친근하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나만의 자동차’를 가지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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