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픽업트럭하면 먼지를 풀풀 날리며 광활한 국토를 달리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레저나 캠핑 문화가 확산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형 픽업트럭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일부 마니아 층의 전유물이었던 픽업트럭은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활용도 높은 적재 공간, 다양한 편의 사양이 적용되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제 도로 위에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픽업트럭을 마주하는 것이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게 된 것이죠.
짐차는 옛말, 팬데믹으로 존재감 드러내는 픽업트럭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심 내 활동보다는 캠핑, 차박 등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넓은 적재 공간을 갖추면서도, 험로에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보여주는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벨류츠리포트는 지난 2020년 1719억5000만 달러 규모였던 픽업트럭 시장이 2027년에는 2143억70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잇따라 전동화 전략을 선언한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에 대한 니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픽업트럭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전통 강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해 전기차 전문 기업인 테슬라와 리비안도 잇달아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죠.
국내 완성차 업계, 픽업트럭 시장 진출 가시화
그동안 픽업트럭은 수입차 전유물로 여겨질 정도로 국내에서는 주목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픽업트럭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지난 3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원을 위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공개했는데요. 이날 기아는 2023년 플래그십 모델인 EV9을 비롯해 2027년까지 전기차 전용 플랫폼 픽업트럭과 신흥시장 전략형 전기 픽업트럭 등 매년 2종 이상 전기차를 출시해 총 1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아의 전용 전기 픽업트럭은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오토쇼를 통해 공개된 EV9 콘셉트카의 파생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싼타크루즈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투입한 북미 전략 모델 픽업트럭입니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북미에서만 판매하는 모델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모델인데요.
북미에서 주종을 이루는 풀 사이즈, 중형 픽업트럭 대신 SUV형 소형 픽업트럭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주로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려는 수요층이 타깃이죠.
현대자동차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무공해차로 전환하려는 미국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싼타크루즈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무쏘 스포츠’부터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을 선보이며 픽업트럭 불모지로 불리던 국내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온 쌍용자동차도 전기 픽업트럭 라인업 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전기 픽업트럭 경쟁 후끈
올해는 픽업트럭이 전기자동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 고도화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K-배터리를 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구애가 거듭되고 있는데요.
이미 내수 시장을 넘어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를 비롯해 중국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CATL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리비안은 지난 2021년 11월 세계 최초로 전기 픽업트럭 ‘R1T’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테슬라보다 일찍 전기 픽업트럭 생산에 나서며 ‘제 2의 테슬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R1T 픽업트럭에는 삼성 SDI가 공급하는 2170 원통형 배터리셀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트림에 따라 105kWh, 135kWh, 180kWh 배터리팩을 선택할 수 있으며, 1회 주행가능거리는 180kWh를 기준으로 640km 이상입니다.
기존 픽업트럭 시장의 강자였던 포드와 GM도 리비안 추격을 위해 앞다퉈 신차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는 하반기 출시될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은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400km 이상인 풀 사이즈급 픽업트럽인데요. 해당 모델에는 SK온이 새롭게 개발한 ‘구반반 배터리’가 탑재될 계획입니다. 구반반은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였던 NCM 811에서 니켈 함량을 90%까지 끌어올려 현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 최고사양을 자랑합니다.
이에 힘입어 F-150 사전 예약대수는 이미 2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연간 생산대수는 두 차례나 변경돼 15만대까지 확대되었습니다.
GM도 쉐보레의 ‘실버라도 EV’를 앞세워 전기 픽업트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실버라도 EV’는 GM의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해 쉐보레 픽업트럭 고유의 강인함과 주행성능, 활용성을 전동화 모델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얼티엄 플랫폼은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만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데요. 350KW급 고속 충전 시스템은 GM 자체 테스트 기준으로 10분 충전만으로도 160km를 달릴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까지 4.5초면 됩니다.
또한 별도 악세서리를 활용할 경우 다른 전기차를 충전하거나, 최대 10개의 콘센트에 총 10.2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캠핑이나 작업 현장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 가능합니다.
실버라도 EV의 사전 예약 대수는 벌써 11만대를 돌파하며, 포드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GMC의 허머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세운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생산하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탑재했습니다.
NCMA 배터리는 알루미늄을 음극재로 사용해 희토류인 코발트의 양을 약 70% 줄여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이 배터리는 최소 50kWh급에서 최대 200kWh급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주행거리는 최대 724km입니다.
지난해 10월 사전 예약을 개시한 허머 EV 에디션은 10분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완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가올 전동화 시대에 대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맞춤형 전동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기 픽업트럭을 향한 초기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만큼 현대트랜시스의 전동화 계획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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