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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시스 기획실장이 이야기하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리더십

 

현대트랜시스는 ‘리더의 문화 다락방’ 코너를 통해 임원들의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된 영화나 드라마, 도서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한주 기획실장님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주어진 오늘을 기꺼이 살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포레스트와 꼭 닮은 그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Q. 평소 영화를 즐길 때 고수하는 ‘나만의 습관’이 있나요?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습관이에요. 결혼한 지 32년 됐는데 부부가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다른 사람과는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영화를 아내와 즐기고 있어요. 여기에 팝콘과 감자칩 같은 주전부리는 꼭 있어야 합니다.(웃음)

 

가끔 아내가 외출하는 날에는 혼자 집에서 넷플릭스를 즐겨 보기도 하는데요. 다큐멘터리 같은 기록물이나 세계관이 확실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영화적 테크닉과 서사만을 강조한 작품보다는 캐릭터와 대사 하나에도 확고한 개성과 철학이 드러나는 작품을 선호합니다.

 

Q. <포레스트 검프>를 임직원에게 추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사는 보통 일정한 목표나 성과로 돌아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직장을 너무 이해집단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있을 수 있고요. 저는 선후배, 동료와의 관계는 꼭 그런 목적을 위해서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이고 확고한 목표 의식을 갖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포레스트 검프>를 추천했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순수한 삶의 기쁨과 슬픔, 따뜻한 관계에서 오는 행복을 모두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Q. 따뜻한 리더십을 가지신 것 같은데,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화내는 일이 잘 없는 편이에요. 포레스트의 주변인들처럼 조언을 통해 그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에겐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일하면서 느끼는 허점은 쌍방이 느끼는 부분일 텐데, 제가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후배 직원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하거나 다그치면 일방적이고 불공평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지적보다는 조언이나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도 말을 안 할 뿐이지 나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거다’라는 마음으로 인내하면서 바라봐 주는 거죠.

 

사실 예전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치열한 고민의 시간도 있었는데요. 그런 태도가 저를 자유롭지 않게 한다는 걸 나이 들어가면서 체득하게 된 것 같아요. 그냥 ‘하루가 이렇게 나에게 주어지는구나’ 라고 삶 자체를 받아들이면 나만의 세상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커서 좌절했든, 돈이나 인간관계의 문제든 인위적으로 조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포레스트처럼 담담히 자기의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게 일을 할 때도 가끔 나가서 너무 이상적이라는 말도 듣죠.(웃음)

 

Q. <포레스트 검프>가 기획실장님께 어떤 임팩트를 남겼는지 궁금합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영화가 처음 나왔던 때에는 성공하기 위해서, 훌륭한 아빠와 남편이 되고자 경쟁적인 삶을 살아가던 시기였어요. 여러 방면에서 자기 성취를 이뤄내는 포레스트를 보며 ‘도전과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를 스스로에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마흔 중반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이 영화도 다르게 해석되더라고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있는 포레스트의 모습이 진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줄 아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지향하는 삶과 현재 삶의 간극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간극이 꽤 크죠.(웃음) 어떻게 보면 저는 이상주의자에 가까우니까요. 현실에서는 당장 실현해야 할 과제들이 있고 그것에 매몰되다 보면 제 마음과는 달리 조급해질 때가 많아요. 일단 제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진심을 나누는 경험을 더 많이 쌓고 싶어요. 그러려면 업무를 하면서 후배들이 저에 대한 불만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귀를 열고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겠고요.

 

Q. 실제로 주변을 통해 동기부여를 얻거나 감동을 나눈 경험이 있나요?

 

 

3년 전 합병을 앞두고 TFT를 꾸려 중장기 사업 비전을 세우고 여러 청사진을 꾸려가던 시기가 있었어요. 당시에 모인 사람들끼리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미래 방향도 세웠죠. 몇 달 동안 동고동락하며 서로에게 힘이 돼 주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당시에 저희가 얘기했던 것들이 현실화되고 회사도 점점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을 보면 굉장히 놀랍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주가 태어난 감동적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러고보니 올해는 둘째 딸이 결혼을 했고 얼마 전에는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정말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어요. 이 모든 일이 제 인생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Q. 최근 인상 깊게 본 영상 콘텐츠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스갬빗>이요. 일종의 성장 스토리로 볼 수 있는데 체스를 통해서 고아인 엘리자베스가 성장하는 과정, 그 안에 담긴 개인적 정서와 가치관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체스로 성공과 명예를 얻었지만 그녀에게 성공은 궁극적인 기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보면 체스는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매개체로서 기능할 뿐이죠. 엘리자베스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체스를 통해 채웠다고 생각해요.

 

Q. 임직원들에게 오늘 주제와 관련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많은 사람들이 ‘최초’, ‘최고’에 목말라 있는데요.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뭔가를 자꾸 극복하려고 하고 헤쳐 나가려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노력이 아니라 짐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짐을 때론 옆 사람과 나누면서 지냈으면 해요. 누구에게나 짐이 있듯 또 누구에게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회사 생활도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Q. <포레스트 검프>에 직접 한 줄 평과 별점을 매긴다면?

‘포레스트는 이미 기적이었다’

 

보통 별점 만점이 다섯 개인데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여서 여섯 개를 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또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포레스트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 여운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 봤을 땐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임직원분들도 꼭 두 번 이상 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한미림

포토 안용길(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