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분야에도 전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에 근거한 규제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용어인 ‘전과정 평가’, 오늘은 자동차 전과정 평가와 이를 위한 자동차 업계의 노력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환경규제의 새 기준, 전과정 평가란?
전과정 평가는 ‘전생애 평가’라고도 불리고 있는데요. 제품의 생산 단계부터 유통, 사용, 폐기, 재활용 등 모든 과정에서 소모되고 배출되는 에너지와 물질의 양을 정량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환경 영향 평가 방법입니다.
현재 자동차 환경 규제는 주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TtW·Tank to Wheel)에 의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질소산화물, 입자성 고형 물질 등이 이에 해당되죠.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연비가 높을수록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전기차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0’ 인 것입니다.
하지만 전과정 평가가 적용되면 이 같은 개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TtW 뿐 아니라 연료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웰투휠(Well to Wheel)과 자동차 생산, 윤활유부품 교체,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자동차 순환(Vehicle Cycle) 부분까지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전과정 평가 도입 이유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이행이 필수적입니다. 내연기관차는 1km를 달리는 동안 적게는 100g에서 많게는 200g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 7억 2760만 톤 중에 9,810만 톤인 약 13.5%가 자동차 등 수송 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자동차 LCA 기준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2025년 이후 도입을 위해 LCA 기준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전 세계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전과정 평가가 자동차 부문에 적용될 가능성은 이미 충분해 보입니다.
전과정 평가 도입은 자동차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인데요. 고효율 내연기관차인 하이브리드카가 재조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이 하이브리드차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수준의 생애주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카 신차를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기아는 최근 프리미엄 하이브리드인 K8를 선보였고, 중국은 2035년 신차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50%로 제시했고, 일본은 2030년 하이브리드차의 비중을 30∼40%로 설정했습니다.
탄소 중립을 향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노력
자동차 생산 공정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친환경 공정 기술을 도입하려는 업계의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GM과 BMW는 205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자발적 참여를 선언했죠.
현대자동차그룹도 기후 변화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데요.
먼저 기아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서 영감을 얻은 새로운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반영한 최초의 전용 전기차 EV6를 공개했습니다.
EV6에는 전기차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이 탑재되어 있는데요.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 난방으로 활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했습니다. 여기에 도어 포켓과 클래시 패드, 보조매트, 가죽시트 같은 내장재에도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와 아마씨 추출물 등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실내 곳곳에 적용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실증사업을 본격 개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외부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아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수명이 다 된 전기차 배터리에서 회수한 금속 물질을 재활용하기로 했습니다. ESS로도 배터리 재사용이 어려울 경우 셀 단위로 분해해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금속 자원을 회수한 뒤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다시 활용하는 것입니다. 양사는 사용 후 배터리 전처리, 금속자원 회수, 양극재 이용, 배터리 이용, 차량 장착에 이르는 EV 배터리 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가 현대카드와 함께 새롭게 선보인 '현대 EV 카드'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친환경 모빌리티 라이프에 최적화된 'EV 카드는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 리워드 혜택을 극대화해 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100%(월 2만원 한도)를 블루멤버스 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으며, 현대차 신차 구매시 1.5% 특별 적립 혜택도 적용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강화된 환경 규제에 선제적 대응
현대트랜시스는 제조 단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와 폐기 시 발생하는 중금속 매립량을 최소화해 재활용 가능성을 높인 소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내장재는 폐차 시 전체 차량 중량의 85%가 재활용되어야 하고, 95% 이상이 재생 가능해야 하며, 중금속이 배출되지 않는 순수 폐기량이 5% 미만이어야 한다는 엄격한 ELV(End-of-Life-Vehicle Direction) 법규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죠.
또한 강화된 글로벌 환경 규제 기준에 맞춰 연비 효율을 높인 하이브리드 구동 장치와 ‘제로 에미션(Zero-Emission)’을 목표로 하는 전기차 구동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불필요한 동력 손실을 줄여서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약 6~8% 향상시켜줄 AWD 디스커넥터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경량화 된 소재로 연비 향상에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천연 소재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천연 피마자씨 오일을 활용한 폼패드를 개발해 이산화탄소 방출 및 에너지 사용량 절감은 물론 항균 기능까지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용제형 열경화성 폴리우레탄 접착제를 활용한 상온 접착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냄새 및 유해물질을 해소하기도 했죠.
이외에도 사회적기업과의 협력으로 자원 순환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시트 연구 개발 후 생기는 폐시트와 자투리 가죽을 사회적기업 ‘공공공간’과 함께 재활용해서 지갑이나 고급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료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전 생애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이제 모든 자동차 산업의 미션이자 목표가 되었습니다. 현대트랜시스 또한 연구와 변화를 지속해 자동차가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의 주범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삶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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