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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ESG 시대, 탄소 중립 자동차가 탄생하는 곳

 

그 어느때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시간의 환경 보호 활동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ESG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동차에 있어서도 단순히 연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죠.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장이 돌아가는 원리, 전기차를 생산하는 과정, 자동차 부품의 기술 하나하나에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ESG 경영은 기업의 윤리 문제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들의 접근법

국제 이니셔티브 「RE100」 (사진출처: RE100)

 

지난 2020년 12월 SK 그룹은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RE100 멤버로 가입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4월 가입 승인을 완료했으며, 삼성전자도 최근 RE100 가입을 선언했습니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할 것을 약속하는 기업 차원의 글로벌 캠페인인데요. 출발은 자발적 비영리 단체였으나, 현재 많은 나라와 지역이 제도를 통한 촉진 및 강제성을 띠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 연료나 원자력 발전으로부터 얻어지는 전기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RE100에 참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처음에는 기업의 이미지 향상을 위한 공익 활동 차원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통 ‘지속가능성’이라 하면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떠올리는데요. 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돌이킬 수 없다는 반복된 경고나 폭염, 가뭄, 폭우, 슈퍼 태풍처럼 날로 거칠어지는 이상 기후로 이미 우리는 그 위험을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입니다. 에너지를 마구 사용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면 그 비용을 자신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즉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ESG 경영을 의미하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는 단순한 수익성 이외에 경영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강조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탄소 중립 경영이며, RE100이 구체적인 접근법인 셈이죠.

 

RE100 회원사 중 금융업 등 서비스업들은 이미 탄소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아 탄소 저감 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제조업은 참여 기업이 많지 않는데요. 그런 가운데 애플은 2022년 탄소 중립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이 탄소 중립화 선언이 일종의 주도권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애플은 자신에게 납품하는 부품 제조사에게도 탄소 중립적으로 생산된 부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합니다. 탄소 중립을 기업의 경쟁력이자 차별화를 위한 장벽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죠.

 

탄소 중립을 위한 자동차 기업의 노력

 

자동차는 우리 눈에 가장 잘 띄는 이산화탄소 배출 장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연기관의 퇴조와 전기차의 빠른 확산은 이산화탄소 절감이 매우 절실하다는 사회 분위기를 대중이 가장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주요 수단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기업 중 전체적인 탄소 중립화를 완료한 사례는 아직 없는데요. RE100에 보고된 목표 연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제너럴 모터스의 2030년이 가장 빠른 목표로 볼 수 있습니다. 기아는 2040년, 현대차는 2045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위 공장으로는 탄소 중립화를 달성한 자동차 공장이 이미 존재합니다. 이 공장들은 대부분 유럽에 위치해 있는데요. 친환경 산업이 가장 발달한 유럽은 사회적으로 친환경 비용에 대해 대중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21세기 초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독일 프리미엄 3사가 쥐고 있었던 이유도 크죠.

 

그러나 2015년에 일어난 디젤 게이트는 유럽 자동차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게다가 좀처럼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의 경제는 특단의 초치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때 등장한 것이 친환경 산업의 경제 경쟁력화 정책입니다.

 

 

탄소국경세가 대표적인 예인데요. 저렴하게 생산된 제품이라도 생산 과정 전반에서 많은 탄소를 발생시켰다면 이를 일종의 관세처럼 부과하여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고,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제품에 경쟁력을 부여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 제작사들은 이례적일 정도로 발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또한 탄소국경세를 통해 자동차 생산 공정과 부품을 직접 생산 및 조달하는 서플라이 체인의 친환경화에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자동차 공장의 탄소 중립화 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실현시킨 공장들

벤틀리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출처: 벤틀리모터스)

 

2019년, 영국 크루(Crew)에 위치한 벤틀리 본사와 공장은 탄소중립성 전문 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로부터 PAS 2060 탄소 중립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벤틀리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공장 지붕과 주차장에 설치한 3만 장이 넘는 솔라 패널에서 발전되는 7.7 메가 와트의 전력과 친환경 전기로 인증 받은 공급원에서 구입한 전기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1년 11월에 탄소 중립 인증을 갱신하는 등 2030년을 목표로 앤드-투-앤드 탄소 중립을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는데요. 12기통 모델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벤틀리의 탄소 중립 변신은 자동차 산업의 탄소 중립화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 크루위 벤틀리 공장 모습 (사진출처: 벤틀리모터스)

 

같은 폭스바겐 그룹의 일원인 아우디도 탄소 중립 공장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8년 3월 아우디는 벨기에의 친환경 인증 기관인 뱅소트로부터 벨기에 브뤼셀 공장의 탄소 중립 인증을 획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우디는 2012년 3만 7000제곱미터에 달하는 벨기에 공장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덮었으며, 난방 시스템에도 음식물 발효 과정에서 얻어지는 바이오가스를 사용했습니다. 태양광 패널과 바이오가스는 연간 4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약했고, 이를 통해 공장 내 필요한 전체 에너지의 95%를 충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10월 아우디는 헝가리 기요르 공장의 탄소 중립도 실현했습니다. 에너지 공급원은 지열 발전, 바이오 가스, 그리고 공장 지붕의 태양광 패널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는 나투르스트롬 (사진출처: 나투르스트롬)

 

폭스바겐 그룹의 모기업인 폭스바겐 브랜드는 좀 더 광범위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첫 번째 사례로는 탄소 중립화를 선언한 드레스덴 시내의 ‘유리 공장’입니다.

 

이 유리 공장은 2002년 설립 당시 폭스바겐의 대형 세단인 페이톤을 생산했고, 벤틀리 플라잉스퍼도 잠시 생산했던 럭셔리 팩토리입니다. 현재는 전기차만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생산 과정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외에도 폭스바겐은 그룹사와 고객들이 사용하는 전기를 탄소 중립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 등 전기와 관련된 사업을 총괄하는 자회사인 엘리(Elli)는 나투르스트롬(Naturstrom)이라는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데요. ‘자연으로부터 얻은 전기’라는 뜻으로 필요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력발전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한 팩토리56 (사진출처: 메르세데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진델핑겐에 ‘팩토리56’을 새로 오픈했습니다. 이 공장은 에너지 조달을 친환경적으로 하는 것은 물론, 처음 설계부터 에너지 소모량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는데요.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단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지붕의 약 40%를 식물로 덮어 냉난방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줄였습니다. 또한 부품의 이동이나 에너지 컨트롤 등의 모든 공장 경영을 5G 네트워크를 포함한 디지털 네트워크로 처리하여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금년 말까지 모든 공장의 탄소 중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라이벌 마이크로팩토리 (사진출처: 어라이벌)

 

주목할 만한 이색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대형 자동차 공장들은 에너지 소비량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모듈형 부품을 이용하면 고객들의 주문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는 미래 전기자동차나 모빌리티 디바이스처럼 작고 유연한 공장이 적합한데요.

 

이런 개념을 적용한 것이 영국 스타트업 어라이벌의 마이크로팩토리입니다. 소규모 모듈형 조립 공장을 도시의 상업 지역에도 손쉽게 설치해 대규모 탄소 발자국을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는 물론 거대 굴뚝 산업이었던 자동차 공장의 모습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데요. 멀게만 느껴졌던 탄소중립 달성은 이미 현재 진행 중입니다.

 

나윤성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