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립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열리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CES 2023은 174개국에서 3,1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고, 행사장 규모도 지난해보다 1.5배 커져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오픈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올해는 ‘빠져들어라(Be in it)’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한층 진화한 IT기술과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메타버스, ESG 등의 기술이 공개되었습니다. 오늘은 CES 2023에서 주목받은 완성차 업체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CES 2023의 5가지 핵심 키워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올해 CES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웹3.0 ▲메타버스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를 선정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이번 CES 2023에서 메타버스를 앞세운 웹3.0 기술을 대거 선보였는데요. 또한 전쟁과 기후변화,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근본적인 위기에 처한 인류를 위해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에도 주목했습니다. 이외에도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디지털 헬스 기술도 전시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올해 CES 2023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분야는 ‘모빌리티’입니다. 이전보다 한층 진화된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로 마치 ‘오토쇼’를 방불케 했는데요.
사실 CES에서 모빌리티 기술이 관심을 끈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지난 CES 2020에선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개념이 소개되었으며,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완전 자율주행차 비전을 공개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CES 2021은 온라인으로 열리며 그 기세가 다소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열린 CES 2023은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부품사, 빅테크, 스타트업 등 3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해 최대 규모의 부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보다 25% 더 커진 전시 공간에서 최신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퍼스널 모빌리티 등의 신기술을 선보였죠.
CES 2023에서 주목받은 완성차 업체의 모빌리티 기술
BMW는 ‘노이에 클라세(Neue Klasse, 뉴 클래스)’라는 차세대 전동화·디지털화 차종의 밑그림을 공개했습니다. 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기조연설 행사에서 미래형 중형 세단 ‘BMW i 비전 디(Dee)’ 콘셉트카를 선보였는데요. 여기서 디는 ‘Digital Emotional Experience’를 줄인 말이며, 운전자와 자동차의 관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BMW i 비전 디 콘셉트카는 전면 유리 전체를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활용해 운전자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주는데요. 해당 어드밴스드 HUD는 2025년 출시될 노이에 클라세 라인업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헤드라이트와 닫혀 있는 키드니 그릴에 피지털(phigital) 아이콘으로 차량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시하고, 운전자의 음성 명령을 수행하는 등 운전자와 차량이 완벽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폭스바겐은 세단형 전기차 ‘ID.7’의 위장막 모델을 공개했습니다. ID.7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스마트키를 통해 운전자의 접근을 감지하고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기 전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율주행과 고출력 충전 기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벤츠는 전 세계 주요 시장에 1만 대 이상의 고출력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 구축 비전을 밝혔는데요. 또한 최신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기술과 ZYNC와의 협업으로 만든 차세대 인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공개했습니다.
푸조,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그룹은 2038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전기 콘셉트카와 커넥티비티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대표적으로 피아트는 인터랙티브 쇼룸 ‘피아트 메타버스 스토어’를, 램은 전기 콘셉트카인 ‘램 1500 레볼루션 BEV’를 공개했고, 푸조는 운전석을 재정립한 ‘푸조 인셉션 콘셉트’를 발표했습니다.
소니는 지난 CES에서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올해는 혼다와의 합작사 소니혼다모빌리티를 통해 첫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Afeela)’를 공개했습니다.
아필라의 차량 내∙외부에는 45개의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물체 감지와 자율주행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운행 중 영화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움직이는 게임기’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이를 위해 소니혼다모빌리티는 퀄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필라에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모빌리티에 뛰어든 부품사·빅테크 기업
올해 CES에서 모빌리티 기술은 단순히 완성차 업체만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소프트웨어 종합 솔루션을 공급하는 ‘뉴 모비스’를 선언하고, 목적 기반 차량(PBV) 콘셉트 모델 ‘엠비전TO’와 ‘엠비전HI’ 2종을 공개했습니다.
엠비전TO에는 차량 앞뒤 측면 4개의 기둥에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가 장착되었고, 네 바퀴에 조향 기능이 달린 ‘e-코너 모듈’이 탑재되어 제자리 회전이나 평행 주행 등이 가능합니다. 엠비전HI는 레저와 휴식, 아웃도어 목적에 맞게 개발된 PBV로, 차량 유리를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해 영화 감상이나 인터넷 쇼핑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보쉬는 인포테인먼트와 ADAS 기능이 통합된 차세대 차량 제어 도메인 컴퓨터, 자율주행 레벨4 수준의 장거리 라이다와 전기차용 전기 구동 장치 e-Axle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콘티넨탈은 AI 기술이 적용된 ADAS 칩과 고성능 라이더, 1.2m 길이의 곡선형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자동차의 전장화와 함께 자동차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급속도로 전환되면서구글, MS,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습니다.
구글은 야외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운영했고, MS는 AR, MR, 메타버스의 자동차 적용 가능성과 IoT 기술로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는 차량 SW 기술 등을 소개했는데요. 아마존은 AWS의 데이터 분석, 처리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강화 기술을 선보였고,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기반 게이밍 서비스인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적용한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국내 기업에서는 SK온과 LG이노텍이 돋보였습니다. SK온은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 중 가장 빠른 충전 속도를 갖춘 SF(Super-Fast) 배터리와 NCM9 등 배터리 3종을 전시하고, 미국 솔리드파워와 공동 개발 중인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올해 처음 CES에 참가한 LG이노텍은 부스 중앙에 자동차 모형을 배치해 카메라 모듈, 라이다 모듈과 센서 등 자동차 부품 16종을 전시했고, 부스의 절반 이상을 전장용 부품으로 채웠습니다.
그동안 CES 모빌리티 전시에서 완전 자율주행 등 완성차 기업들의 미래 비전에 집중되었다면, 올해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적용 가능한 기능과 전동화 기술 소개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또한 IT·SW 기업과 완성차 기업의 협력도 눈에 띄었죠. 이렇게 우리 일상과 가까워진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향연,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CES 2023에서 소개된 미래 모빌리티 기술들을 곧 현실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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