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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AI 기술,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작년 10월 웹툰계를 뒤흔든 소식이 하나 있었죠.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 작가가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만화 작법을 가르치기로 했다는 것인데요. 지난 44년간 자신이 창작한 약 4천여 권의 작품을 AI에게 학습시켜, AI가 스스로 작품을 생산하고 자신의 만화 세계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일컬어지는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앞다퉈 이를 활용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동 수단인 모빌리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로보틱스, 완벽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메타버스까지 AI는 일상의 사소한 부분부터 그림이나 소설 같은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거의 모든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AI 기술, 상상을 현실로 만들다

존디어의 씨앤스프레이(사진출처: 존디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미래 IT 기술들이 총집합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박람회입니다. 지난 CES 2022에도 수많은 미래 기술이 소개되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주목받은 분야는 AI였습니다.

 

특히 농기계 제조회사인 존디어가 선보인 씨앤스프레이(See&Spray)는 기술을 통해 잡초에만 제조체를 뿌리는 AI 로봇인데요. 독한 화학 성분으로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여겨진 제초제 사용량을 평균 77% 수준으로 줄이고, 환경보호도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 받아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최첨단 로보틱스 기술인 PnD 모듈과 PnD모듈 플랫폼

 

현대자동차도 지난 CES 2022에서 최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특히 모든 사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를 구체화한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핵심 기술인 플러그 앤 드라이브(Plug&Drive Module·PnD) 모듈은 바닥에 바퀴가 달린 원통 모양으로 모터와 브레이크 시스템, 주변을 인지하는 센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nD 모듈은 작은 테이블부터 커다란 컨테이너까지 범위 제한이 없으며, 크기와 개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특정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라스트마일을 위한 퍼스널 모빌리티

 

라스트 마일(배송 및 이동의 마지막 단계)을 위한 ‘퍼스널 모빌리티’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캡슐에 PnD모듈 네 개가 달린 형태로,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없이도 좌석 우측에 설치된 조이스틱으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짐을 실어 나르기 편리하도록 설계된 캡슐을 적용한 ‘로지스틱스 모빌리티’는 물류창고에서의 사용성을 고려한 모델로 두 개의 가로 선반이 있습니다.

 

서비스 모빌리티

 

서비스 모빌리티’는 천장에는 옷걸이, 바닥에는 세로 칸막이가 달려있어 호텔 등에서 짐을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데요. 사람 한 명이 앉을 수 있는 너비 140cm, 길이 190cm, 높이 70cm 사이즈로 퍼스널 모빌리티처럼 조이스틱을 통해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인간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화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는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환경에 맞춘 동작 구현이 가능한데요. 자연스럽게 춤을 추거나 앞구르기, 물구나무서기, 제자리에서 뛰어 돌기 등과 같은 고난도 동작이 특기입니다.

 

아틀라스는 다리 관절에 장착된 강력한 유압 모터를 통해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차원이 다른 동력을 공급받습니다. 이로 인해 전력 소모는 크지만 점프, 달리기, 댄스 등 다양한 동작을 구사하기 적합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아틀라스가 BTS의 ‘Permission to Dance’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요. 춤을 추는 아틀라스의 움직임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높은 기술력을 인정 받은 바 있습니다.  

 

미세한 감정변화까지 캐치하는 아메카 (사진출처: 엔지니어드 아츠)

 

아틀라스만큼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Arts)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아메카는 외형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이나 반응까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을 구현하며 세계에서 가장 첨단화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수십 개의 근육을 통해 미세한 감정 변화를 나타내는 인간의 얼굴은 그 어떤 동작보다도 모방이 힘들어 그만큼 고도로 발달된 AI 기술이 필요한데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아메카의 머리 내부에는 17개의 작은 개별 모터가 존재합니다. 이 모터가 로봇의 근육 움직임을 제어해 인간과 비슷한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엔지니어드 아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아메카 영상은 미소 짓는 표정부터 놀라는 표정, 호기심 어린 표정까지 다양한 감정 변화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기존 휴머노이드의 어색한 표정 대신 사람과 유사한 표정을 짓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디지털 헬스 케어, 친환경 등에 적극 활용

AI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알고케어' (사진출처: 알고케어 홈페이지)

 

AI 기술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는 분야 중 하나는 디지털 케어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AI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혁신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헬스케어 기업 알고케어는 AI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뒤, 개인 맞춤형으로 영양분 조합을 제공하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알고케어의 알고리즘은 개인의 식습관, 생활 습관, 보유 질환, 만성 질환 위험도, 영양제에 대한 반응 등을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필요한 영양 성분 조합과 정확한 함량을 파악해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것이죠.

 

AI 내시경 소프트 웨어 'WAYMED endo' (사진출처: 웨이센)

 

메디컬 AI 전문 기업 웨이센은 AI 내시경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내시경 검사 시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이상 부위를 감지해 의료진이 현장에서 문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인데요. 또한 인터넷 설치가 어려운 내시경실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내시경 장비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 없이 기존 장비에 적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이 기술은 인터넷 기반 시설이 부족한 의료 개발도상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티티케어 홈페이지

 

펫 헬스케어 기업 에이아이포펫은 AI로 반려동물을 진단하는 앱 ‘티티케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눈이나 몸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분석해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기술인데요. 진단 키트를 구매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질병 유무를 파악해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도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메타 디캘브 데이터 센터 (사진출처: 메타 페이스북)

 

디지털 헬스케어만큼이나 AI의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분야는 일명 ‘그린 AI’로 불리는 친환경 기술입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메타는 자신들이 개발한 AI를 활용해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교가 축적해 공개한 ‘콘크리트 압축 강도’ 데이터 세트를 학습했는데요. 이를 통해 콘크리트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존보다 약 40% 줄이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콘크리트는 가장 흔한 건축 재료지만 시멘트 1톤을 생산할 때마다 0.8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온실가스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콘크리트를 만드는 1030가지 재료 조합과 그에 따른 내구성 정보를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내구성이 뛰어난 최적의 조합을 찾게 된 것입니다.

 

메타는 미국 건설회사 오징가와 일리노이주 디캘브에 설립될 데이터 센터에 해당 기술을 처음 적용했습니다. 현장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저탄소 콘크리트 재료 조합이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0% 줄였고, 충분한 내구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어 메타는 미국 내 4개 지역에서 진행되는 데이터 센터 건설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이정흔 IT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