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요약
더 뉴 그랜저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의 도입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맞춤형 차량 제어까지 더욱 진화된 디지털 경험과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세단 최초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시스템이 탑재됐다.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까지 현대트랜시스가 공급하는 다양한 변속기 라인업을 통해 사용자의 주행 패턴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다.
요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말을 제법 들어봤을 것이다. 쉽게 말해 '달리는 스마트폰', 즉 소프트웨어가 동력과 편의 및 안전 장치 등을 제어하는 자동차다. 우리 손에 이미 스마트폰이 있지만, 각 디바이스가 서로 연동됐을 때의 이상적인 편리함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상에 가장 먼저 닿을 브랜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고 본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알아서 창문을 닫아 주는 센스! 이런 것은 손에 스마트폰만 들고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SDV 시대의 그랜저: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바꾸다
최근 출시한 더 뉴 그랜저는 조금 더 SDV에 가까워졌다. 마이너체인지를 거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인포테인먼트 아키텍처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AAOS(Android Automotive OS) 기반 운영체제인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채택했는데, 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무선으로 그대로 재현하는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혼동해선 안 된다. AAOS는 자동차 하드웨어에 직접 설치되는 완전한 OS이며 하드웨어 추상화 계층(HAL)을 통해 서드 파티 앱이 자동차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개방형 앱스토어를 구현한다. 여기에 결합된 대형 언어 모델(LLM) 기반 에이전트 '글레오(Gleo AI)' 역시 정형화된 명령어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다중 요청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며, 출고 이후에도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기능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스펙이 출고 시점에 고정되던 기존 개발 패러다임과는 궤를 달리한다.

공간과 시트까지 이어지는 디지털 경험
이러한 소프트웨어 중심 진화는 공간 경험의 설계 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스마트 비전 루프'에 쓰인 PDLC(고분자 분산형 액정) 필름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액정 방울이 고분자 매트릭스 내에 분산된 이 소재는, 전압이 인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액정 방울과 매트릭스 간 굴절률이 불일치해 빛이 산란하며 불투명해지고, 전압을 가하면 액정이 전기장 방향으로 재배열되면서 굴절률이 일치해 투명해진다. 이 원리를 여섯 개 구역으로 독립 배선해 부분별 투명도를 개별 제어한 것이 이번 시스템의 핵심으로, 기계식 블라인드 대비 구동 소음이 없고 응답 속도도 빠르다. '전동식 에어벤트'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돌출형 조작 노브를 없애고 플레오스 커넥트와 연동해 탑승객이 원하는 풍향으로 세팅할 수 있다. 물리적 조작을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로 흡수한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디지털 경험은 결국 시트에서도 체감 가능한 안락함으로 수렴한다.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는 18방향 조절과 4방향 럼버 서포트, 쿠션 익스텐션 기능으로 체형과 자세에 맞춘 정밀한 착좌감을 제공하며, '스트레칭 모드'는 시트 각 부위를 순차적으로 움직여 장시간 운전으로 누적된 근육 긴장을 완화한다. '릴렉세이션 컴포트'는 정차 중 시트백을 뒤로 젖히고 다리 받침을 전개해 라운지 체어에 가까운 자세를 제공한다. 두 기능 모두 사양 나열이 아니라 장거리 운행이 잦은 플래그십 세단 오너의 실제 피로도 관리를 겨냥한 설계이며,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동급 최초로 2열 통풍 및 리클라이닝 시트가 추가되면서 뒷좌석 편의성에서 내연기관 모델과의 격차도 함께 좁혀졌다.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까지 각기 다른 매력
더 뉴 그랜저는 내연기관부터 하이브리드까지 다양한 파워트레인 라인업을 선택할 수 있다. 공통점은 두 파워트레인 모두 현대트랜시스가 공급하는 변속기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 설계 철학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기보다, 서로 다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내연기관에는 토크컨버터 타입의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유성기어 세트를 다단으로 조합하는 전통적인 구조로, 발진 시에는 유체 커플링이 충격을 흡수하고 대부분의 주행 영역에서는 락업 클러치가 기계적으로 직결돼 유체 슬립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한다. 다단화의 실질적 이점은 기어비를 좁은 간격으로 세분화해 엔진을 항상 최적 효율 회전영역에 근접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고배기량 엔진의 여유로운 토크감과 맞물려, 대형 세단 특유의 묵직하고 일관된 주행 질감을 완성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급스러운 주행감은 이러한 변속기로 인해 완성된다고 보면 된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토크컨버터가 아닌 단판 클러치 타입의 6단 변속기를 쓰며, 세단 최초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기존 세대는 엔진과 벨트로 연결된 P0 모터가 시동 및 발전을 담당하고 P2 모터가 구동을 단독 전담하는 'P0+P2' 구조였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변속기는 이를 'P1+P2 병렬형'으로 재설계했다. P1 모터가 벨트 없이 엔진 크랭크샤프트에 직결되면서 마찰 손실이 사라졌고, 시동·발전은 물론 P2와 함께 구동력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다. 그 결과 변속기 허용 토크는 약 25% 상향됐고, P1·P2 모터의 냉각 유로 개선으로 출력·토크 밀도도 함께 높아졌다. 모터가 즉각적인 토크를 공급하는 구조 특성상 발진 가속 응답성이 민첩하고, 변속 순간 모터 토크로 회전수 단차를 상쇄하는 능동 변속 제어(ASC) 덕분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변속 이질감도 크게 줄었다.
정리하면 내연기관은 넓은 회전영역에서의 일관된 동력 전달과 여유로운 주행 질감을, 하이브리드는 민첩한 응답성과 회생제동 기반의 효율을 지향한다.

하이브리드 연비는 어떤 주행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일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실생활 연비는 회생제동을 얼마나 자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감속과 가속이 반복되는 도심 혹은 국도 구간에서는 제동 에너지를 전기로 회수해 배터리를 충전하고, 그 전력으로 다시 구동하는 선순환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반면 고속도로 정속 구간에서는 감속 기회 자체가 물리적으로 줄어들어 회생 에너지의 절대량이 감소하고, 여기에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는 공기저항과 지속적인 엔진 가동이 겹치며 연비 개선 폭은 완만해진다. 국내 하이브리드 오너들의 누적 데이터를 종합하면 대체로 시속 80~100km 구간에서 효율이 최대치에 근접하고, 시속 110~120km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하락 추세가 뚜렷해진다. 즉 하이브리드의 효율은 순수 고속 순항 성능이 아니라,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 실사용 환경에서 가장 높다.
여름 휴가철, 장거리 여행 동반자로 더 적합한 모델은?
앞선 두 질문을 종합하고 해당 운전자가 주로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면 자연스럽게 답이 드러난다. 정속 주행 비중이 높은 장거리 여행에서는 회생제동의 효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하이브리드보다, 애초에 정속 구간에서의 효율과 여유로운 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된 3.5 가솔린 모델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8단 변속기의 세밀한 다단 기어비는 고속 순항 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해 정숙성과 연비를 동시에 확보하며, 넉넉한 배기량은 짐과 동승자로 무거워진 차체를 여유롭게 이끈다. 반대로 정체와 가감속이 잦은 도심 구간이 주된 사용 패턴이라면, 회생제동을 적극 활용하는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이 여전히 우세하다.

다만 실제 주행 패턴이 도심과 장거리 사이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는 드물다. 평일 출퇴근과 여가를 위한 주말 장거리 이동이 혼재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사용 양상에 가깝다. 그렇다면 두 파워트레인 사이의 선택은 '어느 쪽이 우월한가'가 아니라, '자신의 주행 생활에서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점검하는 문제에 가까워진다. 도심 비중이 높고 유지비 효율을 중시한다면 하이브리드가, 고속도로를 타는 경우가 잦고 여유로운 주행 질감을 우선한다면 8단 자동변속기 기반의 가솔린 모델이 각각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현대트랜시스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변속기 유닛을 하나의 모델에 공급한다는 것은, 요즘 소비자들이 플래그십 모델에 바라는 바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방증이다.
글ㅣ모터트렌드 코리아 편집장 안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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