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제주는 발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집니다. 푸르른 초록색과 바다색의 어우러짐!
이 무렵 제주는 그냥 발길 닿는, 시선이 머무는 곳 어디든 다 좋을 수밖에 없죠. 이런 곳을 캠핑카로 달리면서 그냥 마음 내키는 곳에 차를 정박하고 한없이 쉬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누구나 한번쯤 꿈꾸던 상상일텐데요.
오늘은 직접 차량을 개조해 나만의 캠핑카로 푸른 제주, 햇볕이 가득한 성산일출봉에서 보낸 차박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구형 스타렉스,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다!
제주를 떠난 지 8년만에 다시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 2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나만의 캠핑카 제작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주행거리가 27만km인 2003년식 수동기어 스타렉스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 시간 날 때 마다 틈틈이 원하는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했고, 색을 칠했습니다. 마무리로 선박에 쓰이는 동그란 창을 포인트로 달아주면서 나만의 바퀴 달린 집을 완성했습니다.
캠핑에 필요한 용품들은 보이스카우트시절부터 쌓아온 캠핑 경력으로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실용성 높은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캠핑카에서 전기와 수도를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전기를 공급해주는 보조배터리인 ‘파워뱅크’는 자체 제작으로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보냉성이 좋아 이틀 정도 얼음을 보관해도 쉽게 녹지 않고 정수기처럼 바로 물을 따를 수 있는 스탠리 워터저크와 야외에서도 고품질의 커피를 즐기기 위한 스타레소3 미라지 커피메이커는 구매를 했죠.
왜 캠핑카를 직접 만드냐고 물어보신다면, 직접 만든 캠핑카의 가장 큰 매력은 개인의 취향을 가득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를 위한 것이 아닌, 오롯이 나만을 위한 맞춤 공간이 되기 때문에 캠핑이나 차박 시 만족도가 더욱 증대됩니다.
내가 가는 곳, 바퀴 닿는 곳이 모두 내 방!
최근 차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자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섬 전체가 거대한 캠핑장과 같은 제주는, 잘 꾸며진 캠핑장도 많지만 길을 지나가다 차를 세우고 쉬어 갈 곳도 많고, 숨겨진 나만의 비밀 장소를 찾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캠핑카를 개조하면서, 누울 수 있는 평상과 그 아래에 캠핑 도구를 싣고 다닌 덕분에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뒤로 휙 넘어가 벌러덩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면 어느 뷰맛집 숙소가 부럽지 않죠. 무엇보다, 가고 싶은 노지가 많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의 목적지는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노지입니다. 사실 제주의 무수히 많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꽃밭 사이를 지나가면서 샛길로 빠지는 것도 제주 여행만의 매력이죠. 성산일출봉에 가기 전, 송당리에 있는 부소오름 아래 숲길에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나무 냄새를 맡으며 얼마 전 식당에서 받은 고소한 과자 한 컵, 얼음 띄운 콜라 한 컵과 함께 휴식을 취합니다. 숲을 한참 구경하다 괜히 캠핑카 지붕에도 올라가보고, 침대에 누워도 보면서 ‘오늘은 여기서 지내볼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곧 성산일출봉의 멋진 풍경을 그리며 다시 출발합니다.
노지 여행, 발길 닿지 않는 곳이기에 더 주의해야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노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자리도 평평하고, 경관도 좋은데 무엇보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화장실이 있어 더욱 좋은 장소입니다. 보통 노지는 화장실이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아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보는 분들도 계시는데, 노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한 다른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으니 모두가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죠.
성산일출봉 노지는 제주 아쿠아플라넷 입구 왼쪽으로 난 바닷길을 따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좁지만 차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포장 도로이며 바로 옆 들판에 자리 잡을 수 있는데요, 바다를 사이에 끼고 코앞에 있는 듯한 성산일출봉의 웅장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노지는 상황에 따라 폐쇄될 수 있습니다.)
어른의 소꿉놀이, 특별한 하룻밤을 위한 전초전
아무것도 없는 노지에서는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리거나, 분주한 소일거리를 찾게 되는데요. 그늘막을 쳐볼까, 어두워지기 전에 조명을 설치할까, 장작을 쪼개 놓을까, 커피를 마셔볼까, 모기향을 피울까 등 특별한 하룻밤을 위해 여러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릅니다.
캠핑은 어른의 소꿉놀이라고 하기도 하죠? 이런 소소한 준비를 하면서 일상 속 여러 가지 복잡한 잡념은 잠시 멀리 두고, 단순한 소일거리를 하다 보면 지끈거리던 두통도 사라지고 뇌에 좋은 공기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게 되죠. 특히 자연과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는 감동까지 밀려오니 마음껏 누리기로 합니다.
노지의 장점이자 단점은, 해 질 녘이면 주변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조명을 켜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 뒤, 나만의 공간에서 제주의 밤을 즐겨봅니다.
밤이 되면 시작되는 풀벌레 소리와 잔잔한 음악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 켜놓은 노란 조명, 마지막으로 살랑이는 초여름 제주 바람 등을 즐기면 절로 감성적인 마음이 생깁니다. 다만 살짝 추워질 수 있기 때문에 캠핑카 안에서 여유를 누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주가 선사하는 완벽한 아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문 너머로 성산일출봉의 장관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런 광경은 제주이기에, 차박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기에 하루 중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순간이며, 이 때의 마음이 그 날의 기분을 결정하는데요, 제주의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노지는 완벽한 하루를 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여유로운 아침 후, 운전대를 잡고 다시 일상으로 향합니다.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일상 중, 기회가 된다면 이런 특별한 쉼표를 남겨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글&포토 고준형
'Story >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기차부터 킥보드까지! 맞춤형 제주도 공유 모빌리티 꿀TIP (0) | 2021.06.29 |
---|---|
이 차도 차박이 된다고?! 차종별 차박 즐기기 (0) | 2021.06.23 |
호텔, 도심에서 차박을?! 올 봄 놓치면 아까울 차박 Tip (0) | 2021.05.05 |
꽃놀이, 맛집 투어... 2021년은 '드라이브 스루' 시대! (0) | 2021.04.05 |
현대트랜시스 콘텐츠 제작 그룹, T.크리에이터 1기 비하인드 공개 (0) | 202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