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나 에너지 관련해서 요즘 자주 보이는 키워드 중 하나는 ‘RE100’이죠.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은 2050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입니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기후그룹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시한 이 캠페인은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RE100 참여 기업은 가입 후 1년 이내에 중장기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계획을 제출하고 매년 이행 상황을 점검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은 어디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글로벌 대표 기업들, 앞다퉈 RE100 참여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에 따르면 현재 RE100에는 310여개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빅테크를 비롯해 나이키, H&M, 샤넬 등의 패션까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고 있죠.
애플, 구글 등 30개 기업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했으며, 95% 이상 달성한 기업도 45개에 달합니다. 구글을 지난해 9월 ‘탄소 발자국(탄소 총배출량) 제거’ 작업을 시작했으며, 페이스북은 미국 전역과 해외 5개국에서 풍력 및 태양광 단지와 계약을 맺는 등 RE100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E100 가입이 왜 중요한가?
전 세계 기업들이 탄소 중립을 핵심 가치로 선언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환경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탄소 중립에 앞장서지 않은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업체에도 이행을 독려하면서 RE100은 ESG경영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죠.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 도입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BMW는 부품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실제 BMW가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전제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삼성SDI는 BMW에 납품하는 국내 공장 생산물량을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가능한 해외공장으로 옮기기도 했죠. 또한 애플은 2020년 반도체 납품물량을 놓고 SK하이닉스에 RE100을 맞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환경 캠페인으로 시작한 RE100이 지금은 국내 기업에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 셈이죠.
글로벌 이어 국내 기업도 RE100 선언
국내 기업들도 RE100 참여를 속속 선언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SK 6개 사와 LG 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현대자동차그룹 등 8개 기업입니다.
참여율이 아직 저조한 이유로는 국내 여건이 실질적으로 RE100 추진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이며, 직접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데 높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또한 아직까지 RE100에 대한 관심이나 인지도가 높지 않고,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독특한 구조로 인해 아직 전력 직거래와 녹색 요금제와 같은 다양한 대안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현대차그룹, 탄소중립 실현 위해 RE100 참여
현대트랜시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5개사가 지난 7월 7일 RE100 참여를 밝혔습니다. 전 세계 사업장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대체해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동참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참여한 현대차그룹 5개사는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각 사별 여건과 해외 진출 사업장의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2040년 이후부터 조기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달성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세계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는 ‘직접 재생에너지 생산’ 체계 구축 검토에 나섰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직접거래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과 한국전력을 통한 ‘녹색 프리미엄’ 전력 구매도 추진합니다.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자동차 기업들의 노력
국내 자동차 기업의 대표주자인 현대차그룹은 RE100 캠페인 참여 이전부터 재생에너지 생산 및 활용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아산공장에 지붕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 연간 1만3천MWh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공동으로 울산공장 내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연간 1만2,500MWh 전기를 생산하고 있죠.
기아는 2019년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오토랜드 광명 및 화성, 광주가 국제표준화기구 (ISO)에서 공인하는 ‘에너지경영 시스템(ISO50001)’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초 슬로바키아 및 스웨덴 사업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했으며, 국내외 사업장에 ‘에너지관리 시스템 (GMEMS, Global Mobis Energy Management System)’을 적용 및 전사 에너지 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차량을 출시하고, 수소 모빌리티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2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차세대 넥쏘, 수소 트럭 등 다양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죠. 또한 수소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수소 트램, 수소 선박 등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개최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과 실천이라며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그룹 5개사가 RE100를 선언하며, ‘탈탄소’ 실현을 가속화한다고 밝힌 것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RE100 가입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잣대로 여겨지며, 기업의 글로벌 투자유치 시 긍정적 작용 요소가 되기 합니다. RE100 캠페인 참여에 동참한 현대트랜시스의 에너지 전환 실천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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