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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eople

경영지원본부장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 대한 생각은?

 

현대트랜시스는 ‘리더의 문화 다락방’ 코너를 통해 임원분들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주었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스스로를 검증하고 객관성을 갖추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김영기 경영지원본부장님을 만났습니다. 생각을 잘 활용하고 컨트롤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들어볼까요?

 

Q. 심리학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생각에 관한 생각’을 추천하는 이유는?

 

 

2002년 현대자동차 재직 시절, 회사 지원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습니다. 당시 인사를 담당했는데 너무 주관적이고 정적으로만 접근하는 업무에 회의감이 들면서 데이터에 빠지게 됐어요.

 

요즘으로 치면 빅데이터로 생각하시면 되는데, 그땐 데이터 마이닝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어요. 관련 과목을 통칭해서 퀀트(Quant, 계량과 분석가의 합성어)라고 불리는 연관 강의를 전부 수강할 정도로 푹 빠지게 됐죠. 공부를 하다 보니 통계적인 기법이나 데이터를 활용한 인사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관련 분야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한참 뒤에 이 책을 접했는데 읽자마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어요. 데이터에만 매몰돼 있던 저는 데이터만큼이나 사람 자체에 대한 이해나 식견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데이터를 활용해서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Q. 책에서 인상 깊은 챕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말 많아요(웃음) 굳이 꼽자면 앞부분에 등장하는 시스템 1, 2 얘기를 하고 싶네요. 그게 책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인간에게는 시스템 두 가지가 존재한다는 내용이예요.

 

시스템 1은 직관적이지만 정확도는 현저하게 떨어지는 반면, 이성적인 시스템 2는 게으른 천성 때문에 사실상 인간의 의사 결정에 거의 개입하지 않아요. 결국 의사결정은 시스템 1이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로 이는 곧 자기 판단을 객관화할 줄 모르면 모든 인간은 편향에 빠지기 쉽다는 겁니다.

 

Q. 편향과 오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런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하려면 역설적으로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되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에게 데이터를 주고 어떤 사람을 뽑으면 좋은 지 모델을 만들어내면 그 전문가는 실패할 확률이 큽니다. 기술자에게 기술은 있지만 방향성이나 해석에 대한 이해는 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기술과 분석력을 모두 갖춘 양수겸장이 필요한 시대예요. 알고리즘 기술과 마케팅 분석, 인사 분석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을 동시에 갖춘 분들은 색다른 분석 접근법을 시도할 줄 알아요. 새로운 모델 개발이 가능한 사람들이죠. 물론 아직 찾아보기 쉽진 않지만요.

 

Q. 생각을 잘 활용하고 컨트롤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라도 자신이 내린 결정과 판단이 틀리거나 잘못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본부장으로서 항상 옳은 답과 결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통해서 제가 내린 답이죠. 우리의 의사결정과 모든 행동은 생각이 지배하잖아요. 어떤 판단에 앞서 과연 최선 인지를 고민하고, 한 번 더 그 결정을 돌아볼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다잡게 된 데에는 이 책의 역할이 컸죠. 의사결정을 앞두고 계속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들 때마다 이 책을 열어보곤 하니까요.

 

Q. 현대트랜시스 임직원이 특히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면 좋을까요?

평생 읽은 책 중에서 이것만큼 저의 사고와 가치관에 영향을 많이 준 책은 없어요. 의미가 큰 책이다 보니 팀장들에게도 선물로 주곤 했는데, 워낙 분량 자체가 많고 두꺼운 책이다 보니 받으면 다들 표정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웃음)

 

선물 받았던 팀장들이 혹시 인터뷰를 본다면 어딘가 구석에 있을 이 책을 다시 한번 찾아서 읽어줬으면 하고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놓지 못할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으니 관심이 있는 직원들은 꼭 접해봤으면 해요.

 

Q. 책 말고도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요즘엔 오디오나 블루투스 스피커 같은 장비에 관심이 많아요. 중고가 브랜드 오디오를 장만해서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웃음) 대학생 딸과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신곡 정보도 공유하고요.

 

Q. 살아가면서 주로 어디에서 힘을 얻나요?

당연히 가족에게 얻는 힘이 가장 커요. 사소하지만 ‘당신 때문에 힘이 나’, ‘고마워’라는 얘기를 들으면 ‘아,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해주는구나’ 하는 게 딱 느껴지거든요. 그런 표현 하나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면서 정말 행복해져요.

 

Q. 직장 동료나 부하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자주 나누시는 지 궁금합니다.

회사 내에서 직무 만족도, 컬처 서베이, 회사 만족도 등 직원 대상의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설문 문항도 중요하지만, 똑같은 문항이라도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 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그래서 ‘이 부분이 우려가 되니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순서를 바꾸는 게 좋겠다’라는 식으로 보완할 부분을 알려줍니다. 간혹 데이터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공부하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저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그럴 땐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해요.

 

Q. 본부장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굳이 인력을 쓰지 않고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지금의 AI 면접인데요. 사실 사람에서 기계로 대체만 된 것일 뿐이라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변별력 없는 면접의 고착화된 체질을 궁극적으로 바꾸는 게 제 목적이니까요. 지금 하고 있는 것보다 정확도가 높은 채용 프로세스를 만드는 게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에요.

 

제가 현대트랜시스 경영지원부로 발령받은 지 이제 5개월 정도 됐어요.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유의미한 채용 시스템을 구현해보고 싶어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지만 여러 시도를 하다 보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현대트랜시스 임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니어 시절에는 상사에게 지적 받은 단점을 고쳐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어요. 돌아보니 그게 꼭 정답은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게 업무적으로 훨씬 효율적이고 ‘수지 타산’이 맞아요.

 

그래서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어요. 자신의 단점으로 괴로워하거나 에너지를 쏟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요. 단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해요. 장점에 더 집중하면 일의 효율이나 성취감이 남다를 거예요. 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입니다.

 

한미림

포토 안용길(도트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