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에서 2년 만에 두 번째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부산국제모터쇼를 다녀오신 분들은 실차를 마주하고 전반적인 사이즈부터 인테리어 소재들의 컬러감까지 확인한 터라 이미 '뇌이징'이 충분하게 된 모델이죠.
이전에 공개한 아이오닉5가 레트로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E-GMP 플랫폼을 통해 공간적인 표준을 새롭게 제시했다면, 아이오닉6는 2020년에 공개된 프로페시 콘셉트의 디자인을 많이 채용하여 기존에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부드럽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공력계수인 0.21Cd를 달성했습니다.
다만 실내·외 V2L, 2열 슬라이딩 & 리클라이닝, 유니버셜 아일랜드, i-PEDAL(아이페달) 등 아이오닉5를 통해 이미 익숙해진 사양들이 그대로 채용되거나 몇 가지는 아예 공간적인 한계로 삭제되어 차쟁이들에 상당한 아쉬움을 남긴 것도 사실인데요. 그러나 사전예약 하루만에 3만 7천여대란 대기록을 세우는 등 아이오닉6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과 인기는 무척이나 뜨겁죠.
“차는 타보고 평가하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는 타보고 평가하는 겁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조선의 포르쉐’ 아이오닉6 시승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오닉6는 짧은 오버행을 특징으로 윈드스크린(전면유리)과 A필러는 마치 보닛의 선이 연장되듯 드라마틱하게 누워 완만한 루프라인을 그려내는 흔히 '캡-포워드(cap-forward)'라고 부르는 디자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죠. 덕분에 배터리팩으로 인해 일반적인 내연 기관 차량들보다 감소한 헤드룸을 확보하기 위해 전고를 50mm 이상 높였음에도 시각적으로 안정감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실내는 아이오닉5에서 익숙한 디테일들에 운전자의 편의성에 포커스를 맞춰 업그레이드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아이오닉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플랫 플로어의 장점을 더욱 강조해주던 유니버셜 아일랜드가 빠지고, 전통적 방식의 차량 인테리어인 센터콘솔이 자리 잡았죠.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도 종종 있지만, 막상 차량을 주행하면서 무선충전패드와 컵홀더, 하부 수납공간 등을 모두 활용해보니 현재의 방식이 납득이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오닉6는 디지털 사이드미러의 OLED 디스플레이를 도어패널이 아닌 대시보드로 옮겨 유니크하면서도 실사용 환경에서 엄청난 편의성을 전해주고 있는데요. 후측방 모니터링 피드백부터 주차 편의성까지 섬세하고 능동적인 편의사양으로 경험적인 만족감을 크게 높여주었습니다.
2열 뒷좌석 공간은 아이오닉5 보다도 더 여유로운 레그룸이 돋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레그룸을 살짝 희생하더라도 2열 시트를 단 몇 cm만이라도 앞으로 당겨 리클라이닝 기능과 기본적인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고 수동식 선 블라인드처럼 순정 특유에 깔끔한 마감을 보여줄 수 있는 저렴한 사양들을 넣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약간 있습니다.
“완전히 몰입되는 주행감각”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모두 지워버릴만큼 아이오닉6의 주행감각은 처음 전기차를 타시는 분들도 시승만으로 완전히 몰입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내연엔진들에 비해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장점은 E-GMP 플랫폼을 포함해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통해 과속방지턱과 같은 완만한 범프를 스무스하게 타고 넘을 수 있다는 점이죠.
또한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해 무게 중심이 낮고 전후 무게 배분이 균일해 전기차를 처음 타보시는 분들에게 마치 자석에 이끌려 와인딩 구간을 빠져나가는 듯한 엄청난 회두성과 노면 추종력을 보여줍니다. 반면에 배터리로 인해 늘어난 무게는 매순간 차량 내부에 5~6명의 성인을 태우고 다니는 것과 동일해서 피칭(pitching)이나 롤(roll)의 파장을 확장시켜 부드러운 하체에는 울렁거림을, 단단한 하체에는 쿵쾅거리는 승차감을 만들어 주죠.
그러나 아이오닉6는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들 중 에어서스펜션을 탑재한 모델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코일오버 서스펜션만으로도 전자식 댐퍼, 에어스프링을 탑재한 차량들을 모두 압도할 정도로 뛰어난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물론 대중 브랜드의 전기차 중형 세단을 추구하며 서스펜션의 하드웨어가 평범한 탓에 시내주행 시에는 20인치 휠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잔진동에 대해서는 세련된 처리를 능력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다소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모터가 가진 구동 특성과 320마력이라는 출력을 감안한다면 풀옵션 기준으로 채택한 휠타이어 사양이 아이오닉6 듀얼모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나 이번 아이오닉6는 '내가 만드는 세상'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EV 성능 튠업'과 '전기차 전용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로 구체화하며 전기차가 가진 매력적인 주행감각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모드를 비롯해 스티어링휠의 저항 감도와 출력, 가속 민감도, 구동방식에 이르기까지 파워일렉트릭 전반에 대한 세팅을 나에게 딱 맞게 설정할 수 있죠.
또한 청각을 통해 전기차가 가진 하이테크한 감성을 증폭시켜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역시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아이오닉6를 통해 본질적인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4륜구동모델로 현대트랜시스에서 개발한 전기차용 디스커넥터가 탑재되었습니다. 전기차의 AWD 시스템은 주구동륜과 보조구동륜으로 구성되었는데, 험로나 급가속 상황에서는 4륜구동으로, 일반 도로에서는 2륜구동으로 갈 수 있도록 주구동력을 차단해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는 기술입니다. 이에 따라 일반도로에서의 에너지 손실이 줄어들고 전기차 운행거리 향상에 크게 도움을 주죠.
아이오닉6는 아이오닉5, EV6와 동일한 수준의 GV60에 비해서 수치적으로는 한참 낮은 출력을 가졌음에도 세단 모델에 맞게 기어비를 설정한 현대트랜시스의 감속기 통해 후륜에 장착된 168kW(단순환산 시 225마력) 모터의 출력이 영민하게 제어되어 일상 영역에서도 교통 흐름을 리드하는 상황을 손쉽게 재현해줍니다.
또한 고속 주행 중 가속페달을 전개하며 높은 출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전륜모터와 일체형 구조로 이뤄진 DAS(Disconnector Actuator System)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최대 239kW(단순환산 시 32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구동축에 파워풀하게 전달해줍니다.
덕분에 속도를 높여 반복되는 코너를 공략하는 상황에서도 전자제어장치의 넓은 허용 범위와 시너지를 내며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즐거움을 더욱더 증폭시켜줍니다. 차체 하부에 깔린 배터리는 무게중심에 대한 이점 외에도 바디 프레임에 대한 보강바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주어 차체가 하중에 대한 스트레스를 여유롭게 받아주고 있다는 확신을 만들어줍니다.
현대차는 이미 두 대의 전동화 모델을 통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아이오닉5를 통해서 아이오닉(IONIQ) 브랜드가 선사할 미래 모빌리티의 Space, Sustainability, Technology를 제시했다면, 오늘 시승한 아이오닉6는 Customizing, Comfort, Completion을 통해 단순해진 하드웨어와 높아진 출력을 운전자 중심으로 편안하고 완벽하게 다루는 경험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때문에 아이오닉6는 아이오닉5 때 다소 기믹(gimmick)스러웠던 IPR 콘텐츠를 철저히 배제한체, 소비자에게 퍼포먼스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드라이빙에 대한 경험을 유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 네고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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