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Tech

전기 자전거에 빠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사진출처: BMW

 

전 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와 고유가 속에서 전기 자전거(e-bike)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전기 자전거 시장에 주목하고, 개발과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완성차 기업들은 향후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기 자전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잇달아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 자전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동부터 운송, 레저까지 전기 자전거 시장이 뜬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2019년 212억 달러(약 30조 원)였던 전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 규모가 올해 273억 달러(약 39조 원)으로 커졌고, 2025년에는 361억 달러(약 5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판매 대수도 크게 증가해 유럽자전거산업연맹(CEBI)은 유럽의 전기 자전거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약 7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 자전거는 유지 비용이 자동차보다 현저히 낮고, 전동 킥보드나 휠 등 다른 마이크로 모빌리티보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짧은 거리를 오가는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 기준 평균 출퇴근 거리가 15km 안팎이라면 최대 주행거리가 80~90km인 전기 자전거는 출퇴근 용으로 충분하겠죠.

 

이런 이유로 ‘스윙’이나 ‘킥고잉’ 같은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로 눈을 돌리며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기 자전거 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진출처: 포르쉐

 

포르쉐는 2021년 ‘e바이크 스포츠(eBike Sport)’와 ‘e바이크 크로스(eBike Cross)’를 출시하며 전기 자전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크로아티아 소재 전기 자전거 브랜드 그레이프(Greyp)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올해 6월 전기 자전거용 모터·배터리 제조사 ‘파주아(Fazua)’를 인수하며 전기 자전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뮬러E팀 e바이크 (사진출처: 엔플러스바이크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E’에 출전하는 메르세데스-EQ 포뮬러E팀이 개발에 참여한 전기 자전거 4종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모델은 엔플러스바이크스(N+Bikes)와 협력해 만들고 있는데요.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압식 디스크 브레이크, 탄소 벨트 드라이브를 가지고 있으며 라이더가 자전거를 타며 입력하는 토크와 파워를 감지해 이를 전기 모터 보조 장치와 연결하는 페달 어시스트 기능도 탑재하고 있습니다.

 

BMW의 전기 자전거, i비전 AMBY (사진출처: BMW)

 

BMW는 2013년 전기 자전거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점차 라인업을 확장해 왔는데요. 지난해에는 전기 오토바이와 함께 전기 자전거 ‘i 비전 AMBY’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외형은 다른 전기 자전거와 유사하지만 더 높은 전력의 모터와 2,000Wh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최대 시속 60km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앱으로 속도 모드를 설정할 수 있으며 지오펜싱을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속도 조절도 가능합니다.

 

아우디 전기 자전거 '뵈르테제' (사진출처: 아우디)

 

아우디는 2020년 고성능 전기 자전거 ‘뵈르테제(Worthersee)’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26인치 휠은 무게가 600g 밖에 되지 않으며, 몸체에도 탄소섬유를 사용해 530kW의 5kg짜리 리튬이온배터리를 포함한 총 무게가 21kg에 불과한데요. 한 번 충전으로 50~80km를 달릴 수 있고, 시속 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혼다가 무인양품과 함께 개발한 'MS01'

 

올해 7월 혼다는 무인양품과 함께 전기 자전거 ‘MS01’를 개발해 중국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인 하라 켄야(Kenya Hara)가 디자인을, 혼다와 중국 선디로 홀딩스의 합작사인 선디로 혼다 오토바이가 개발과 제조를 맡았는데요.

 

최고 시속 25km, 한 번 충전으로 65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혼다는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무인양품과 합작을 통해 전기차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고, 무인양품은 도시에서 짧은 거리를 통근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효과를 높일 계획입니다.

 

사진출처: 콰이어트캣

 

이외에도 지프는 2020년 전기 자전거 브랜드 콰이어트캣과 협업으로 자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도심용 전기 자전거가 아닌 산악 전기 자전거를 출시했습니다. 그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트럭에 주력해온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올해 1월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 사용 범위를 전기 자전거까지 확장해 등록하면서 사업 분야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 자전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사진출처: BMW

 

그렇다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 자전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이 선보인 전기 자전거는 자동차의 부속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하지만 전기 자전거 성능이 향상되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자동차의 장점을 전기 자전거에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미래차 사업에도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는데요.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 향후 사업 영역을 넓히거나 투자를 유치할 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율주행차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도로 상황, 주행 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하는데요.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자동차 도로 외에도 도심 골목 및 이면도로 등에서도 풍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의 뛰어난 기술력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긴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더 다양한 전기 자전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