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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 주는 감동적 여행지 페로제도

보가르 섬의 뮬라포슈 폭포 

페로제도 여행은 한 스마트폰 광고를 통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새로운 디자인과 높은 사양을 앞세운 광고였지만 정작 눈에 띈 것은 광고 속 배경이었습니다. 절벽의 단충과 폭포, 그리고 섬의 분위기가 주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아이슬란드와 흡사하면서도 달랐죠. 광고 속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수록 잠들어 있던 여행 세포도 깨어나기 시작했죠. 심장을 뛰게 한 그곳은 바로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 페로제도였습니다. 

18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페로제도는 북대서양의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그리고 스코틀랜드 한가운데 있습니다. 면적은 제주도보다 작아서 일주일이면 페로제도를 즐기기에 충분하죠. 문제는 한국에서 페로제도까지 가는 직항이 없어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쳐야 한다는 것! 그런데 코펜하겐까지 가는 직항도 없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두 번 이상의 경유가 필요해요. 결국 경유편 대기시간 포함 23시간 걸려 페로제도의 보가르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곳, 열쇠 없는 게스트하우스

첫날 묵은 소르바구 마을은 공항에서 10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운치 있으면서 소박한 느낌이 좋았죠. 이곳의 게스트하우스는 초인종도, 열쇠도 없었습니다. 자신을 필리핀 사람이라고 소개한 주인아주머니는 열쇠가 없는 콘셉트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했죠. 비록 이방인이지만 이곳의 우수한 치안과 0%에 가까운 범죄율을 소개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이 사는 터전과 신뢰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죠. 다른 주민들도 페로제도의 문화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며 관광객에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숙박 결제를 하려는데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죠.


“이곳 날씨는 거의 매일 흐린데, 당신들은 운이 참 좋네요. 어서 짐 풀고 나가세요!”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는 소리였습니다. 

 

말문이 막히는 절경 바다 위의 호수, 소르바그스바튼

골이 깊게 파인 절벽 트레라니판 

바다를 생각하면 보통은 해안가의 고운 모래와 밀려오는 파도가 떠오르죠. 그런데 보가르섬에서 만난 바다는 달랐습니다. 아래가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 위에서 보는 북대서양은 마치 세상의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들게 했죠. 절벽에서 멀리 떨어져 바다를 바라보면 바다 위의 호수 ‘소르바그스바튼’과 그 아래 어우러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요. 세상 처음 보는 절경에 말문이 막혔어요. 검푸른 바다와 절벽이 만나는 지점엔 흰 파도가 테두리를 이루고 있었고, 그 절벽 너머 소르바그스바튼 호수는 연한 회청색을 띤 초승달 모양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지형이 가능한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죠. 인공적으로 설계할 수 없어 보이는 페로제도의 지형들은 빙하가 화산을 긁고 지나간 흔적으로, 수만 년 전 빙하기 시대의 형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골이 깊게 파인 절벽이 있는데 바로 ‘트레라니판’입니다. 자세히 보면 거대한 코끼리 발이 바다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요. 천혜의 자연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부합한 곳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요? 

 

잊을 수 없는 바다낚시 그리고 푸르른 삭순 

낚시도 잘하고 생선 손질도 수준급인 이탈리아 삼총사

보가르섬과 연결된 해저터널을 지나 스트뢰뫼섬으로 넘어가면 베스트만나라는 작은 항구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반나절 가량 바다낚시를 즐겼어요. 낚시 투어는 먼바다 깊은 수심부터 시작해 포인트를 옮기면서 진행되는데, 수심에 따라 여러 종의 어종을 만날 수 있죠.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대구와 고등어가, 수심이 얕아질수록 가자미가 많았어요. 내가 낚은 고동색 등에 흰 배를 가진 튼실한 대구는 바늘에 꿰인 채 힘차게 파닥거렸죠. 같은 배에 탄 일행 중 으뜸은 이탈리아 삼총사였습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어부인 줄 알았죠. 줄을 던지자마자 기본 두 마리씩은 줄지어 낚아 내심 부러웠어요. 

 

삭순에서 풀을 뜯는 동물 

페로제도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바로 삭순입니다. 스트뢰뫼섬 53번 국도의 끝에는 삭순 마을이 있어요.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삭순의 풍경을 보니 안정감이 느껴졌죠. 마을 양쪽에서는 빙하가 있던 자리에 바닷물이 차오른 피오르가 물줄기를 아래로 흘려보내 동그란 연못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들판에서 자유로이 풀을 뜯는 말과 양들, 듬성듬성 보이는 가옥과 작은 교회가 삭순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죠. 삭순에서는 풀을 뜯는 동물들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요. 

 

미키네스섬의 핵인싸 퍼핀 

미키네스섬의 마스코트 퍼핀

여름에만 입장이 가능한 미키네스섬은 페로제도 18개의 섬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북대서양과 어우러진 섬 자체의 광활한 풍경 말고도 미키네스섬이 필수 코스인 이유는? 바로 이곳이 퍼핀의 서식지이기 때문이죠. 퍼핀뿐만 아니라 여러 희귀 개체의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어 미키네스를 ‘조류의 낙원’이라고도 부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미키네스섬의 핵인싸, 최고 인기쟁이는 바로 퍼핀입니다. 

 

압도적 웅장함 칼루 언덕 그리고 빌링거달스피옐과 마린스피엘 

칼소이섬 최북단의 칼루 언덕은 양들이 뛰노는 페로제도 최고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칼소이섬의 랜드마크이자 칼루풍경의 절정인 거대 절벽이 하늘로 높게 솟아 있죠. 마침내 마주한 칼루의 거대한 절벽은 마치 톱질로 깎아낸 듯 날카롭고 웅장했죠. 


비도이섬의 최북단 빌링거달스피옐은 해발 841m로 페로제도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이곳 하이킹이 유명한 이유는 정상에서 남쪽을 바라보는 비경 때문인데, 특히 맞은편에 높게 솟아 있는 마린스피옐 봉우리 전경은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죠. 마린스피엘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굽이굽이 연결되는 다른 자잘한 봉우리들과는 다르게 홀로 우뚝 솟아올라 그 위용을 뽐내기 때문이죠. 


한 폭의 수채화 뮬라포슈 폭포 그리고 페로제도 드라이빙 

페로제도의 뮬라포슈 폭포

여행 첫날 잠시 들렀던 보가르섬의 가사달루에서 페로제도의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마을 자체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바로 이곳에 전 세계 사진작가들의 성지, 삼성 갤럭시 노트8CF 메인에 등장하는 뮬라포슈 폭포가 있죠. 뮬라포슈 폭포는 많은 이들이 페로제도로 여행을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 질 무렵까지 넋 놓고 바라본 뮬라포슈 폭포, 어두워질수록 흐릿해지는 주변의 풍경 속에서 폭포는 더 하얗게 빛났죠. 천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이곳이 아닐까요? 

 

페로제도에서의 드라이빙

또 한 번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페로제도 여행에서 드라이빙을 꼭 해보길 추천합니다. 페로제도 여행의 백미가 트레킹과 자연 탐방이라면 목적지로 이동하는 드라이브 그 자체도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죠. 이곳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순간 CF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대자연을 감상하며 달릴 때 전달되는 운전대의 촉감은 현실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죠. 페로제도에서의 드라이빙은 섬이 주는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선물입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페로제도이지만 혼자 알고 있기엔 아까운 여행지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꿈을 갖고 있나요?

‘짧은 시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
‘위대한 빙하의 걸작을 보고 싶다’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날것의 여행을 하고 싶다’
‘뻥 뚫린 도로와 협곡, 피오르 사이를 운전하고 싶다’
‘아스팔트 말고 푸른 초원 위를 걷고 싶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다음 여행지는 페로제도가 정답입니다. 

 

 윤대일 <그 여름, 7일>저자/ 사진 윤대일, 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