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눈에 띄게 성장한 분야는 바로 물류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되면서 전자상거래가 더욱 활성화되었고, 급증한 물류 수요를 처리하기 위해 물류 자동화 설비가 앞다투어 도입되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자동화 시장은 2020년 484억 8,700만 달러에서 2026년 889억 3,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물류 산업에 새롭게 등장한 모빌리티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적인 물류 자동화를 위한 AGV와 AMR
물류 현장에 도입된 운반 로봇에는 AGV와 AMR 두 가지가 있습니다. AGV는 ‘Automated Guided Vehicle’의 약자로 무인 운송 차량을, AMR은 ‘Autonomous Mobile Robot’의 약자로 자율주행 로봇을 의미합니다.
AGV는 바닥에 라인을 그려 놓고 이를 따라가는 형태의 운송 수단입니다. 물류시설은 물론 공장 같은 생산시설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비교적 간단한 센서를 장착하고 바닥에 설치된 마그네틱테이프, 마커 같은 유도 장치를 따라 사전에 설정된 경로로만 이동합니다. 때문에 물류나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돌발적인 변수나 경로 변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지만, 무거운 중량을 들고 전용 경로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AGV로는 아마존 ‘키바’와 알리바바의 ‘퀵트론’, ‘긱플러스’ 등이 있습니다. 아마존 키바는 최대 1,360kg까지 물건을 적재할 수 있으며, 시속 4.8km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대한 아마존 물류창고 생태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풀필먼트센터에 긱플러스 AGV를 1,000대 이상 투입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전체 업무 단계의 65%를 단축하고 평균 2분 내에 상품 수백 개가 진열된 선반을 직원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AGV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움직인다면 AMR은 탑재된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 GPS, 딥러닝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를 스스로 찾습니다. 사전에 전용 이동 경로를 설정할 필요가 없지만 정해진 노선으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AGV보다는 시간이 다소 소요됩니다.
AMR은 작업 동선이 자주 바뀌고, AGV 인프라를 갖추기 힘든 소규모 물류 창고나 호텔, 병원 등에 더 적합합니다. 또한 공간이 너무 넓어 마커나 마그네틱테이프 등의 인프라를 설치하기 힘든 공항, 백화점, 박물관이나 전시회 등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요즘 식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빙 로봇, 사람 대신 집 앞까지 택배를 나르는 배송 로봇도 AMR의 한 종류입니다.
아마존은 AGV인 키바와 함께 AMR인 ‘프로테우스’를 물류 창고에 적용하고 있는데요. 프로테우스는 아마존 고카트 자체를 들어 올려 작업자나 다른 로봇 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키바가 작업자와 떨어진 공간에서만 작동하는 것과 달리 프로테우스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서빙 로봇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서빙 로봇 사업 독립 법인인 비로보틱스는 외식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월 구독형으로 일정 금액을 받고 서빙 로봇을 대여해 줍니다. 전국 1,000여 개 외식업체에서 이용하고 있으며 메뉴 추천, 테이블 안내, 음식 서빙 등이 가능합니다.
스마트 물류 플랫폼 FMS와 WMS
AGV, AMR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로봇을 관리하는 관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관제 시스템은 운반 로봇이 서로 충돌 없이 물류 이송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FMS(Fleet Management System, 로봇 편대 관리 시스템)와 FMS와 연동해 개별 로봇의 물류 이송, 자율 충전, 대기, 이동, 에러 감지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로봇 매니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물류 기업들은 로봇 관리에서 범위를 넓혀 물류창고 전체를 관리하는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창고 관리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WMS는 입고, 출고, 운반과 선적, 재고 관리, 모니터링 등 물류창고의 모든 프로세스를 통합 관리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물류 비용과 오류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유통·물류 기업들이 자체 WMS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는데요. 대표 사례로 AGV 기업을 인수한 아마존과 자사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상품화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오카도의 물류 자동화 솔루션(OSP, Ocado Smart Platform)을 들 수 있습니다.
물품 배송의 마지막 단계, 라스트마일과 라스트인치 서비스
물류 모빌리티에서 빠질 수 없는 용어가 바로 라스트마일 서비스(Last Mile Service)와 라스트인치 서비스(Last Inch Service)입니다.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환승 물류센터에서 건물 앞 도로까지의 모빌리티 배송 서비스를 의미한다면, 라스트인치 서비스는 건물의 안과 밖 모든 공간에서 배송 서비스가 끊어지지 않고 제공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활용해 라스트마일 시장을 확대해 왔는데요. 2019년부터 워싱턴,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시범 운행된 아마존의 스카우트(Scout),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봇 배송 시범 사업을 시작한 우버이츠의 배송 로봇 등이 그것입니다. 구글과 월마트 등은 배송 드론을 도입해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제조 대기업과 로봇 전문 기업은 물론 통신사와 플랫폼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자율주행 배송 사업, 특히 실내외 통합 주행이 가능한 라스트인치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실내외 배송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국내 선두 배달 주문 서비스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2019년부터 시범 운행했던 실외 자율주행배달 로봇 ‘딜리(Dilly) 드라이브’를 2021년 실내외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광교 주상복합단지와 화성시 롤링힐스호텔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실내외 배송 로봇은 10kg의 중량을 탑재할 수 있으며, 통신 연동 기능을 활용해 승강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과 용어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기술들이 선보일까요? 미래 물류 산업의 지형을 바꿀 모빌리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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