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2023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자율주행차를 필두로 한 모빌리티였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KMPG는 2020년 71억 달러(약 10조 1,672억 원) 규모였던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엔 1조 1,204억 달러(약 1,604조 4,128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까지 왔으며, 우리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2023년 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레벨0~5를 기준으로 여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레벨0~2의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레벨3부터는 시스템이 운전의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레벨3부터 레벨5까지를 자율주행차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상용화된 기술은 레벨2로, 일부 자율주행은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차량이 일정 속도로 스스로 주행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지 않으면 경고가 울리고 수동으로 전환되는 형태죠. 자율주행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풀셀프 드라이빙(FSD)’ 기술도 레벨2에 속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이미 레벨3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력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협력하거나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빠르게 기술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회사 끌어안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 라이다 없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인수했습니다. 포티투닷은 정확도는 높지만 전력 소모가 많고 가격이 비싼 라이다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시스템(GNSS)을 통합한 AI 기술로 주변 환경과 차간 거리 등을 인식하여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하는데요.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 인수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 체계 전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GM은 2016년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인 ‘크루즈’를 인수하고 2020년 1월 레벨5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오리진’을 공개했습니다.
크루즈는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무인 택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텍사스 오스틴 등으로도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장했는데요. GM은 대규모 인력 감축 중에도 2019년 영국 커넥티드카 데이터 스타트업 위조(Wejo)에 투자하는 등 자율주행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2020년 차량용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카리아드’를 설립하고 인력과 자본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6년까지 1만 명의 직원을 충원하고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 카리아드에서 개발 중인 차량 운영체제 ‘VW.OS’를 전 차종에 적용할 방침입니다. 2021년엔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체 트레이스트로닉과 합작해 ‘네오크스’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말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인 ‘AI모티브’를 인수했습니다. AI모티브는 스텔란티스에 통합된 후로도 독립성을 유지하며 자회사로 운영되며, 자율주행 통합 소프트웨어인 ‘ai드라이브’를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새 소프트웨어는 스텔란티스의 기술 플랫폼인 STL 브레인, STLA 스마트 콕핏, STLA 오토드라이브에 통합될 전망이며, 2024년부터 선보일 신차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출격 앞둔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들
국내에서도 조만간 레벨3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인 HDP(Highway Driving Pilot)가 탑재된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을 올해 상반기에 양산할 계획인데요.
고속도로나 강변북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시속 80km 범위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교차로 진입 시 차량이 스스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기아도 올해 상반기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모드’를 탑재한 ‘EV9’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EV9의 오토모드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위해 무선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최적화, 자율 차선 변경, 고정밀 지도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GM은 자율주행 시스템 ‘슈퍼크루즈’를 적용한 캐딜락의 대형 전기 SUV ‘리릭(Lyriq)’을 연내 국내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GM의 슈퍼크루즈 시스템은 그동안 국내에 규제 및 기반 문제 등으로 도입되지 못했는데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앞차와의 간격 조절, 차선 유지는 물론 스스로 차선을 변경해 추월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볼보는 내년 하반기에 자율주행 전문 기업 루미나의 ‘아이리스 라이드’가 탑재된 ‘EX90’를 국내에 선보입니다. EX90은 8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6개의 초음파 센서 및 라이다 등으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낮과 밤 상관없이 고속 주행에서도 전방 250m에 있는 보행자와 반경 120m 안에 있는 작은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노력과 출시를 앞두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아직 전문가들은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완전 자율주행을 목표로 하기보다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안정적으로 상용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죠.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9월 2027년까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35년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신차 보급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며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처럼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자율주행 시대는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곧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만나게 될 레벨3 기술을 탑재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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