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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차에서 패밀리 슈퍼카로, 픽업트럭 경쟁 불붙는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세단과 SUV가 주도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동안 픽업트럭은 ‘짐차’라는 인식이 강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요. 최근 캠핑, 차박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와 큰 차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 증가하면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트럭 내부에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광활한 북미 대륙을 질주하던 초대형 픽업트럭까지 국내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덩치만큼 활용성이 다양한 픽업트럭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갈 수 있을까요?

 

짐차’로 불리던 픽업트럭의 위상이 달라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용차를 만들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습니다. 이를 벗어나고자 군용차를 기반으로 민간용 롱보디 SUV를 생산하게 되었는데요. 1~2열을 승객석으로, 3열을 짐칸으로 꾸민 것이 지금의 픽업트럭 형태가 되었습니다.

 

픽업트럭의 최대 시장은 짐을 싣고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는 미국입니다. 한 해 1,500만 대가 넘는 신차가 팔리는 미국에선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의 40%가 넘는 수요를 픽업트럭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한때 ‘픽업트럭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화물 적재용의 차량으로는 픽업트럭보다 1톤 트럭을 선호했고, 큰 크기 때문에 도심 주행이다 주차가 쉽지 않아 찾는 소비자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사진출처: 지프코리아

 

하지만 최근 들어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세제 혜택도 픽업 인기의 큰 요인 중 하나인데요. 국내에서 화물차로 분류되는 픽업트럭은 연간 자동차세가 2만 8,500원에 불과합니다. 같은 배기량의 일반 승용차를 구입할 때보다 약 70만 원 정도가 절약되는 셈인데요. 화물차는 신차 구매 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차 가격의 3.5%)와 교육세도 면제되고 취득세 역시 5%로 승용차(7%)보다 낮습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국내 시장 노리는 수입 픽업트럭

GMC 의 프리미엄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 (사진출처: GMC코리아)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새로운 픽업트럭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GM은 쉐보레 콜로라도에 이어 프리미엄 레저용 차량(RV) 브랜드인 GMC를 국내에 도입했는데요.

 

지난 2월 7일 정식 출시한 ‘시에라 드날리’는 계약 시작 이틀 만에 초도 물량 100대가 완판되는 등 프리미엄 픽업트럭에 대한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에라 드날리는 ‘정통 아메리칸 풀사이즈 픽업트럭’으로 국내에 정식 출시된 픽업트럭 중 가장 크기가 큽니다. GM은 GMC 시에라로 프리미엄 시장을, 쉐보레 콜로라도로 대중성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포드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와일드트랙 (사진출처: 포드코리아)

 

2021년 ‘레인저’를 국내에 출시한 포드는 지난 3월 2일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국내 출시를 알렸습니다. 이번에 출시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는 기존 레인저의 완전 변경 모델로, ‘와일드트랙’, ‘랩터’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는데요.

 

2.0ℓ 바이터보 디젤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고, 운전석 중앙에 12인치 대형 세로 터치스크린을 적용해 편리하게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와일드트랙은 최고 출력 205마력, 최대 토크 51kg·m의 강력한 주행 퍼포먼스와 6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하고, 랩터는 오프로드와 험로 주행에 특화된 7개 주행모드를 제공합니다.

 

지프, 글래디에이터 (사진출처: 지프코리아)

 

이외에도 2020년 국내에 브랜드 최초 컨버터블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출시한 지프도 올해 다양한 색상의 글래디에이터 버전으로 국내 판매를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일본 상용차 브랜드인 이스즈트럭은 연내에 픽업트럭 ‘디맥스’를 국내에 출시할 계획인데요. 디맥스는 전 세계 약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델로 국내에는 디젤엔진 모델만 출시됩니다.

 

실용성, 가성비로 국내 시장 지키는 국산 픽업트럭

기아 신형 픽업트럭의 뼈대가 될 대형 SUV 모하비 (사진출처: 현대차그룹)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수입 픽업트럭에 맞설 맞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최근 1981년 브리사 픽업트럭(B-1000) 단종 이후 43년 만에 신형 픽업트럭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대형 SUV 모하비의 뼈대를 활용한 중형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한 것인데요. 기아는 화성 1공장에서 2024년 12월부터 자체 설비를 활용해 양산하기로 했으며, 2025년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어온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 (사진출처: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모델이자, 매년 2~3만 대의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는 효자 모델입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픽업트럭 시장에서 94.1%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12.9% 증가한 2만 7,962대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렉스턴 스포츠의 장점은 수입 픽업트럭 대비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해 10월에 영국 자동차 전문지 카바이어로부터 ‘최고의 픽업’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쌍용자동차는 기존 렉스턴 스포츠에 이어 내년엔 전기차 모델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기름값 부담과 좁은 도로 사정으로 픽업트럭을 세컨드카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눈에 띄는 판매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편의성과 승차감, 디자인이 뛰어난 픽업트럭이 속속 등장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숨은 수요가 드러나 꾸준히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산타크루즈

 

해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산타크루즈가 북미를 비롯한 픽업트럭 본고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산타크루즈는 디자인과 실용성을 결합한 차량으로,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출시 때는 월평균 1000대 수준이었으나,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2614대와 2868대를 판매해 1~2월 기간 동안 5482대를 판매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리비안, 테슬라 등 전기 픽업트럭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지난해 기아도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용 전기 픽업트럭과 신흥시장 전략형 픽업트럭을 EV 라인업에 추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짐차에서 세련되고 실용적인 패밀리 슈퍼카로 변신에 성공한 픽업트럭, 이 다재다능한 자동차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겨보시는 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