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에서 사용자와 가장 넓은 면적을, 가장 오랜 시간 맞대는 부품은 무엇일까요? 스티어링휠, 서스펜션도 중요하지만 탑승자의 오감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시트'입니다. 그래서 시트는 단순한 의자를 넘어, 승차감, 정숙성, 피로도, 안전까지 묶어내는 ‘모빌리티 기술의 집약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브랜드로 공식 출범한 이후 10년, 럭셔리의 기준은 디스플레이 크기나 소재의 화려함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워졌습니다. 오히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체감되는 건 시트가 만들어내는 ‘앉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G90(국내명 EQ900)부터 제네시스 10년을 관통한 현대트랜시스 시트 기술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2015년, 브랜드 출범과 함께 시작된 프리미엄 시트의 기본기
브랜드 출범 초기인 2015년, 제네시스가 먼저 완성해야 했던 건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신뢰와 지속성을 위해선 어떠한 상황에서도 탑승자의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기본기가 중요했죠.
운전자는 시트를 통해 운전자세를 만들고, 그 자세는 피로도는 물론 안전과 직결됩니다. 때문에 제네시스가 시트에 요구한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장거리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지지력, 그리고 눈과 손이 먼저 납득하는 고급감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작을 알린 G90(국내명 EQ900) 출시와 함께 ‘모던 에르고 시트(Modern Ergo Seat)’를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모던 에르고 시트는 고장력강 구조 적용으로 시트 프레임 떨림을 개선하고, 신체 접촉 부위별 패드를 최적화해 장시간 앉아도 안락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설계로 독일 척추 건강협회 (AGR; Action Gesunder Ruecken)로부터 공인을 받기도 했습니다.
후석에는 항공기 1등석과 명품 소파를 분석해 개발한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적용했습니다. 18개 방향의 시트 전동조절이 신체의 전 부위를 지지하여 장시간 앉아있어도 피로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항공기 1등석처럼 버튼 하나로 다양한 착좌 모드 전환이 가능해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도 주요 특징입니다.
초기 제네시스가 ‘승차감 좋은 차’를 넘어 ‘피로도가 낮은 차’로 인식되기 시작한 기술적 바탕이었죠.
2016~2019년, 스포츠와 전동화로 분화한 시트
프리미엄 시장에서 시트는 이제 '안락함'이라는 기본기를 넘어선 가치를 요구받습니다. 고객은 자신의 안목과 취향이 시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각과 촉각으로 온전히 구현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시기 제네시스의 시트는 라인업이 확장될수록 획일화된 기준 대신, 차의 성격에 맞춘 다변화를 꾀합니다.


G80 스포츠에는 전용 퀼팅 패턴으로 역동성을 부여했고, 이후 등장한 전동화 모델에는 천연 염료를 활용한 나파 가죽을 적용해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가치를 시트에 투영했습니다. 단순한 소재의 고급화를 넘어, 시트를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로 확장시킨 것입니다.

이 단계의 진화 포인트는 단순히 소재가 좋아진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퀼팅과 파이핑으로 시각적 풍성함을 주는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서 가죽이 늘어나는 것을 억제해 컨디션을 오래 유지하도록 했죠.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시트 품질은 탑승자의 만족도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2020년, 인체공학 기술의 정점 에르고 모션 시트
제네시스 시트 기술의 새로운 분기점은 2020년으로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브랜드 최초의 SUV인 GV80와 3세대 G80의 등장은 시트의 정의를 새롭게 썼습니다. 시트는 단순히 신체를 지지하는 구조물을 넘어, 주행 환경과 탑승자의 컨디션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지능형 능동 시스템’으로 진화합니다.

진화의 핵심은 공기주머니(Air-cell)입니다. 에르고 모션 시스템은 시트 내부에 총 7개의 공기주머니를 통해(쿠션 2, 등받이 3, 사이드 볼스터 좌우 각 1개) 공기압을 미세하게 제어하며 탑승자의 착좌 경험을 바꿉니다. 두꺼운 시트로 푹신함을 만드는 대신,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만 부풀려 공간의 여유와 편안함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접근이죠.
에르고 모션 시트는 단순한 마사지 기능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에서 사이드 볼스터를 팽창시켜 몸을 더 단단히 잡아주고, 특정 속도 영역에서는 지지 형태를 바꾸는 스마트 서포트가 작동합니다. 또 G80는 주행모드 또는 차의 속도에 따라 7개의 공기주머니가 18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최적의 맞춤 지지력을 구현했습니다.

안람함을 넘어선 다음 과제는 탑승자의 ‘컨디션 케어’입니다. 3세대 G80는 에르고 모션 시트를 통해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포지션은 물론, 공압을 활용한 ‘컴포트 스트레칭’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장시간 주행 시 허리와 골반 부위의 에어셀을 미세하게 조절해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고 척추 부담을 분산시키는 ‘스마트 자세 보조’ 기술은 장거리 운전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췄습니다.
2022년~현재, 플래그십의 완성 VIP 시트
2020년이 움직이는 운전석의 시대를 열었다면, 2022년 등장한 2세대 G90는 플래그십의 본질인 ‘존중받는 느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핵심은 앞 시트의 정교함을 더 촘촘히, 그리고 2열 시트를 완벽한 휴식 공간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G90 운전석에 22방향(22-way) 조절이 가능한 에르고 릴렉싱 시트를 적용했습니다. 전동 헤드레스트, 럼버 서포트, 쿠션 익스텐션, 시트백, 쿠션, 사이드 볼스터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체형과 목적에 맞는 최적의 포지션을 구현하려는 접근입니다. 물론 마사지 기능도 제공됐죠.
G90의 2열 시트는 차체 구조와 간섭이 많아 기능 구현에 제약이 많았지만, 현대트랜시스는 16방향 조절을 비롯해 레그레스트와 풋레스트를 더했습니다. 특히 풋레스트에도 열선과 통풍 기능을 추가했죠. 마사지(발 마사지 포함)를 비롯해, 리클라이닝(일반 42도, 롱휠베이스 45도) 기능도 함께 제공됩니다. 나아가 위험을 감지하면 안전 자세로 빠르게 되돌리는 PSS(Pre-Active Safety Seat)도 G90 시트의 특징입니다.


이 단계에서 시트는 단순한 편의장치가 아니라, 차 안에서의 완벽한 휴식을 만드는 핵심 장치가 됩니다. 결국 G90의 VIP 시트는 공간 제약 속에서도 자세와 온도, 피로 케어, 안전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낸 높은 기술력이 집약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가 축적해온 전동 메커니즘, 공압 제어, 타협 없는 내구성 검증이 플래그십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촘촘하게 구현된 결과물이죠.

제네시스의 품격 있는 실내공간을 뒷받침한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기술
제네시스 시트는 10년 동안 고급 소재와 정교한 메커니즘 기술에서 출발해, 주행 상황에 반응하는 에어셀 제어, 그리고 VIP 탑승자 케어까지 포함하는 전 좌석 웰니스 시스템으로 확장됐습니다. ‘더 고급스럽게’를 넘어 ‘공간을 지키면서 더 편안하게, 그리고 상황에 맞춰 스스로 바뀌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온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에 걸맞는 최첨단 편의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 이를 완성시키는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제네시스의 지난 10년을 뒷받침해왔습니다. 현대트랜시스의 시트 기술과 함께할 제네시스의 다음 여정이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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