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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UX, ‘버튼’과 ‘촉감’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

 

운전은 생각보다 아주 짧은 순간들의 연속입니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고, 속도를 올리고, 음악을 틀고,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고, 잠깐 자세를 고쳐 앉는 일까지. 이 모든 동작이 끊김 없이 이어질 때 우리는 그 차를 ‘편하다’고 느낍니다. 바로 이 행동 하나하나가 자동차에서의 UX(User Experience)입니다.

 

UX라고 하면 흔히 커다란 디스플레이나 화려한 UI(User Interface)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 자동차에서 UX의 범위는 훨씬 넓습니다. 입력 조작(버튼, 노브, 터치, 음성), 정보 표시(계기반, HUD), 몸으로 느끼는 주행반응( 가감속, 변속), 그리고 신체적 경험(시트, 자세, 피로 관리)까지 모두 포함하죠. 자동차가 공간으로 진화해온 만큼, 자동차에서 사람이 경험하는 모든 감각 역시 진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UX는 어떤 흐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까요. 그리고 왜 지금 다시 ‘촉감’과 ‘몸의 경험’이 주목받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세대: 근육으로 이해하던 기계식 UX

 

초기의 UX는 순수하게 기계적이었습니다. 운전자는 차를 ‘조작’한다기보다 ‘다룬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죠. 최초의 대량 양산 모델인 포드 모델 T의 경우, 엔진 스파크 타이밍과 스로틀까지도 운전자가 직접 조작해야 했습니다.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가 말 그대로 기계를 다루는 경험이었죠. 

 

이 시기의 운전자는 버튼과 스크린 대신, 대신 손끝과 근육의 움직임으로 차를 익히고 이해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에 성공한 포드 모델 T

 


2세대: 라디오가 만든 첫 번째 혁명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UX의 영역도 급격히 넓어졌습니다. 그 첫 번째 변곡점이 자동차용 라디오였습니다.

 

1930년대 초 모토로라가 자동차 라디오를 출시하면서, 운전자들은 처음으로 이동 중 뉴스와 음악을 듣는 혁명적인 경험을 맛보게 됩니다. 자동차 UX가 단순 조작을 넘어 정서적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결정적 순간이었죠. 

 

차량용 라디오는 운전을 ‘여정’으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모토로라가 자동차용으로 만든 첫 번째 라디오 5T71

 

 

3세대: 숫자와 픽셀이 가져온 디지털 충격

 

디지털 계기반은 자동차 UX의 언어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바늘 대신 숫자와 그래픽이 정보 전달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차가 바로 애스턴마틴 라곤다(1970년대)입니다.

 

애스턴마틴 라곤다의 인테리어. 전통적인 아날로그 바늘 대신 속도와 회전수 등을 모두 디지털 숫자로 표시했습니다

 

애스턴마틴 라곤다는 디지털 표시장치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혁신적인 인터페이스를 선보였습니다. 물론 이 시기의 디지털 UX는 오류도 잦았지만, 라곤다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정보의 표현 방식도 UX의 일부다’라는 것입니다.

 

 

4세대: 터치스크린과의 통합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터치스크린의 출발점은 1986년 뷰익 리비에라입니다. 터치스크린 도입 자체는 시대를 앞섰지만, 영상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이콘은 작고 반응 속도도 느려 당시 사용자는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죠.

 

1986년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뷰익 리비에라의 터치스크린

 

 

그런데 스크린이 커질수록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동차의 기능이 늘어나면서 터치해야 하는 아이콘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겁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BMW 아이드라이브(iDrive)입니다. 복잡한 기능을 통합해 다이얼로 조작하는 방식이었죠. 

 

아이드라이브의 핵심은 통합과 계층입니다. 기능을 화면에 모두 보여주는 통합, 그리고 중요한 것을 위로, 덜 중요한 것을 아래로 내리는 계층화였죠. 이 철학 개념은 지금도 대부분의 제조사가 따르는 UX 구조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초창기 BMW iDrive의 모습

 

 

5세대: 자동차가 곧 스마트 디바이스

 

2010년대는 자동차 UX가 스마트폰 UX와 급격히 닮아간 시기입니다. 대표 사례인 테슬라 모델 S는 17인치 대형 멀티터치 스크린을 차량 중심에 배치했고, UI를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했습니다.

 

또한 애플 카플레이(CarPlay)는 아이폰의 기능(통화, 메시지, 음악, 지도 등)을 차량 내에서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디바이스 연동’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때부터 좋은 UX란 더 이상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연결성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됩니다.

 

초창기 테슬라 모델 S에 장착된 17인치 디스플레이

 

6세대: 버튼의 귀환

 

최근 업계는 다시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모든 기능을 터치스크린으로 옮겨놓는 방식이 오히려 운전 집중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신 UX는 물리 버튼을 다시 만드는 추세입니다. 유럽 안전도평가(NCAP) 역시 ‘운전 중 조작 안전성(Driver Engagement/Driving Controls)에서 필수 기능은 직접적인 물리 조작으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상황에 맞는 입력 방식의 ‘조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물리 버튼, 복잡한 설정은 터치스크린, 주행 중 순간 조작은 음성으로 하는 식입니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양한 UX 개발과 조합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가 점점 디지털화될수록, 오히려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조작 방식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입력 방식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룩한  아이오닉 9

 

 

차세대 UX: 보이지 않는 경험의 가치

미래 UX는 더 화려한 화면이 아니라, 조용한 배려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이해되고, 시선을 빼앗지 않으며,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며, 탑승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편안함’을 유지시켜주는 경험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UX가 화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명령의 통로라면, 시트와 파워트레인은 주행 내내 사용자의 몸을 지지하고 차의 리듬을 만드는, 상시 작동 UX입니다.

 

EV9, 아이오닉9, 팰리세이드 등 대형 SUV 2열 시트에 적용된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스템은 탑승객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모드의 마사지 기능을 제공합니다

 

 

 

화면은 필요할 때 잠깐 보지만, 시트는 탑승 시간 내내 몸을 지지하고, 변속기는 모든 움직임에서 차의 반응을 결정합니다. 즉 피로와 집중력, 안정감 같은 운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은 터치스크린이나 버튼이 아니라 시트와 변속기인 셈이죠.

 

현대트랜시스가 만들어가는 기술이 닿아 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공기주머니 제어와 개인화 기능으로 착좌 경험을 세밀하게 다듬고(에르고 릴렉싱 시트), 2열까지 웰니스 경험을 확장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로 캐빈 전체의 UX를 넓혀갑니다. 동시에 변속기, 전동화 구동 시스템에서는 토크 및 속도 제어와 통합 시스템 설계로 주행 UX의 핵심을 다듬고 있습니다. 즉 현대트랜시스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UX’를 만드는 기술을 다듬고 있습니다.

 

 

기술이 눈에 띄지 않을수록 경험은 더 자연스러워집니다. 

 

현대트랜시스의 UX는 바로 그 ‘자연스러운 경험’을 일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글. 이진우(자동차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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