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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화부터 생산 효율성까지, 3D 프린터가 만드는 자동차 세상

 

사진출처: BMW

 

3D 프린팅 기술은 3차원의 그래픽 설계를 기반으로 폴리머, 금속, 종이 같은 물질을 쌓아 올려 입체물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다양한 소재로 복잡한 형상을 구현할 수 있어 인공장기부터 건축물, 항공우주 분야까지 두루 활용되며 제조업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오늘은 자동차 산업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고, 관련 기술에 대한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동차에 3D 프린팅 기술이 들어가는 이유

 

3D 프린팅은 소재를 깎거나 녹여서 만들어야 했던 기존 방식으로 제작하기 어렵거나 구조적으로 복잡한 모양의 부품도 설계에 가깝게 입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세라믹이나 금속도 소재로 활용할 수 있고, 여러 개로 나누어 제작해야 했던 부품들을 하나로 통합 설계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이렇게 필요한 만큼만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원 낭비나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BMW그룹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동화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부품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훨씬 적은 부품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전기차 무게가 주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량화를 위한 새로운 소재 개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렇듯 자동차 업계가 3D 프린팅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강도 부품을 보다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D 프린팅 기술 도입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포드의 자동 3D 프린팅 로봇 (사진출처: 포드)

 

사실 완성차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3D 프린팅 기술에 주목해 왔습니다. 포드는 1988년 3D 프린터를 처음 도입했는데요. 첨단제조센터(Advanced Manufacturing Center)를 설립해 3D 프린팅, AR과 VR, 로봇 기술 등을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자동차 기업 최초로 3D 프린팅 전문 기업 스트라타시스(Stratasys)와 협력해 자동차 부품 생산 실험을 하기도 했죠.

 

지난 2022년에는 사람의 도움 없이 3D 프린팅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개발해 생산라인에 적용했는데요. 스포츠카인 머스탱 쉘비 GT500의 브레이크 라인 브래킷 등 소량의 맞춤형 부품을 3D 프린팅 기술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이 들어간 BMW i8 로드스터 (사진출처: BMW그룹)

 

BMW는 가장 적극적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BMW는 1991년부터 시제품의 부품을 적층 제조 방식으로 만들었는데요. 2010년에는 플라스틱과 금속 소재를 3D 프린팅 기술로 가공해 경주용 자동차의 부품을 만들었고, 2018년엔 자동차 업계 최초로 금속 3D 프린팅 부품을 양산해 BMW i8 로드스터 모델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BMW 적층 제조 캠퍼스(Additive Manufacturing Campus) (사진출처: BMW그룹)

 

또한 BMW는 2020년 독일 뮌헨에 대규모 3D 프린팅 시설 ‘적층 제조 캠퍼스(Additive Manufacturing Campus)’를 세워 3D 프린팅 기술을 연구하고 시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 생산도 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첨단 3D 프린팅 센터(Advanced 3D Printing Center) (사진출처: 폭스바겐)

 

폭스바겐은 2018년 ‘첨단 3D 프린팅 센터(Advanced 3D Printing Center)’를 설립했는데요. 2021년에는 지멘스, HP와 협력해 3D 프린팅 기술인 ‘바인더 제팅(Binder jetting)’을 이용해 2025년까지 매년 10만 개의 자동차 부품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바인더 제팅은 접착제를 분말 입자의 얇은 층에 도포하여 적층하는 방식으로 레이저로 금속 분말을 녹여 제작하는 방식보다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기존에도 센터 콘솔, 도어 클래딩, 계기판과 범퍼 같은 플라스틱 부품의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왔는데요. 이미 티록 컨버터블의 A 필러 부품 제작에 금속 바인더 제팅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3D 프린팅 기술을 생산공정에도 적용할 계획입니다.

 

3D 프린터로 생산한 시트 부품 (사진출처: 포르셰)

 

포르셰는 시트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과 엔진 피스톤을 3D 프린터로 생산하고, 시험 주행을 완료했습니다. 폴리프로필렌으로 제작된 시트 밑단 위에 3D 프린팅으로 만든 폴리우레탄 소재 혼합물을 얹는 방식으로, 경도도 3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시트 무게도 기존보다 8% 줄였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시트는 박스터와 카이맨, 911 등 포르셰 주요 모델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만든 엔진 피스톤 (사진출처: 포르셰)

 

또한 포르셰는 독일 부품 업체인 ‘말레(Mahle)’와 협업해 911 GT2 RS에 들어가는 엔진 피스톤을 3D 프린터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엔진 폭발력을 견뎌야 하는 입체적이고 복잡한 부품을 쉽게 만들고, 무게도 10% 줄였죠.

 

이외에도 3D 프린터로 전기차 모터나 감속기 등을 보호하는 외장 부품을 제작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스텔란티스

 

자동차 부품뿐만 아니라 차량용 액세서리에도 3D 프린팅 기술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의 푸조는 센터 콘솔에 넣는 ‘스토리지 인서트’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바 있고, 포드는 픽업트럭인 매버릭의 센터 콘솔과 좌석 아래에 있는 슬롯에 자신이 원하는 액세서리를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캐드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3D 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2017년 UNIST 김남훈 교수팀이 제작한 3D 프린팅 전기차 (사진출처: UNIST)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동차 내외장재 부품 생산을 위한 시제품 제작과 디자인 검증에 3D 프린팅 기술을 주로 활용해왔는데요.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자동차 생산공정에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자동차 생산공정에 3D 프린터를 도입하고 맞춤형 부품을 만들어왔던 해외 기업들에 비하면 그 발전 속도가 느린 편이죠.

 

2017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국내 최초로 3D 프린터를 이용해 전기차를 제조했고,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에서는 한국재료연구원이 금속 분말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용접이나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동차 구조물을 만들어 선보인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금속 3D 프린팅 제조 품질 개선을 위한 소프트웨어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정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AI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도입되어 자동차가 더 지능화되는 것처럼 자동차의 하드웨어 영역에서도 3D 프린팅 기술 도입 같은 다양한 시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3D 프린팅 기술이 자동차 제조에 더 많이 활용되려면 대량 생산,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소재 관련 기술 국산화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로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더 가볍고, 효율적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만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3D 프린팅 기술이 자동차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