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인간(Human)’과 ‘형태(-oid)’의 합성어로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기계 팔처럼 일부분만 존재하는 산업용 로봇이나 원통형의 서비스형 로봇과 다르게 신체 구조처럼 머리, 몸통, 팔다리 등으로 구성되었죠.
최근 로봇 분야는 인공지능(AI)과 융합해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화’로의 기술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대신해 로봇이 유의미한 노동력을 제공한다면 제조나 물류 등 산업 전 영역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오늘은 역사는 길지 않지만 다채로운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꿈의 로봇’ 휴머노이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0년 후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휴머노이드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1540억달러(약 21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간의 신체와 행동 양식에 맞춰진 휴머노이드는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산업용 로봇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한 2030년 초중반부터 미국 제조업 노동력 부족의 격차를 일부 채우고, 같은 기간 전 세계 노인 간호 수요의 2~3%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로봇 패권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반도체처럼 향후 로봇 산업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봇 투자 규모는 200억달러(약 26조8260억원)로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보스턴, 피츠버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산학연’을 육성하고, 정부를 중심으로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과 제조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로봇 굴기’ 정책에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중국 제조 2025년’을 통해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했는데요. 이듬해에는 2025년까지 로봇 산업 매출액을 연평균 20% 이상 높이겠다는 ‘로봇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휴머노이드 출격 채비에 나선 글로벌 기업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AI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옵티머스는 키 173cm, 몸무게 73kg로 성인 남성과 비슷한 크기로 시속 8km로 이동하며, 약 20kg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옵티머스에는 테슬라 차량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이 똑같이 사용되었는데요. 3차원 공간의 깊이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테슬라 자율주행차와 동일한 반도체가 적용되고, 8개의 카메라가 탑재되어 주변 상황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옵티머스 모형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 2021년 로봇 사업을 위해 ‘에브리데이 로봇’을 분사했습니다. 매뉴얼에 따라 공장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동작과 환경 조건을 스스로 학습해 일상에서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목표죠. 구글 본사에는 테이블 청소 로봇, 쓰레기 분리수거 로봇 등 시제품 로봇 100여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구글은 고급 기계학습 두뇌에 로봇 몸체를 결합하여 로봇 공학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는데요. 지난해에는 ‘팜 세이-캔(Palm Say-Can)’이라는 AI 기술을 에브리데이 로봇 몸체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 자동화 기업인 키바시스템을 인수해 아마존 로보틱스로 개편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가정에서 보안과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정용 로봇 '아스트로(Astro)'를 공개했습니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Alexa)와 결합한 영화 속 집사 로봇을 연상시키는데요. 가족들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해 방으로 물건을 가져다 주고, 문이나 창문이 열려 있으면 확인이 필요하다는 알림을 전송해줍니다. 또한 이용자가 집에 없을 때는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짧은 영상을 찍어 이용자에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도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포드는 미시간대학에 7500만달러(약 988억원)를 투자해 자체 로봇 연구소를 설립했는데요. 대규모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시뮬레이션 다음 단계로 실제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로봇 연구로 미국 내에서도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포드는 최대 18kg까지 물건을 들 수 있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직립 보행 로봇 ‘디지트(Digit)’를 선보인데 이어 최근 이동형 전기차 충전용 시범 로봇도 공개했습니다.
자체 리서치 연구소와 투자 자회사를 통해 연구개발과 창업 생태계 선점에 나서고 있는 도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인 ‘우븐 플래닛’을 신설했습니다. 또한 1986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오고 있는 혼다는 다리보다 손에 중점을 두어 유용성을 강화한 새로운 휴먼 로봇인 ‘푸시(push)’를 공개했습니다.
3대 그룹이 로봇 사업 육성에 힘 쏟는 이유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를 로봇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을 선점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가전, 반도체 등 기존 산업의 수요 감소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는데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건설 작업을 하는 1분 21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나무판자를 들어 올려 계단과 비계 사이에 임시 다리를 만들거나, 공구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른 뒤 설치한 비계를 균형을 잃지 않고 건넜습니다.
높이 1.5m, 무게 75㎏로 수색 및 구조 작업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된 아틀라스는 두 다리로 걷고, 두 팔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설명을 듣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을 직접 안내하며 눈길을 끌었는데요.
영하 20도의 추위나 영상 45도 고온에서도 작동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팟은 기아 오토랜드 광명, 현대건설 현장 등에 투입되어 안전 환경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일찌감치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투자를 늘려 왔는데요. 2017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기업인 엔젤로보틱스, 자율주행 로봇 기업 로보티즈 등 약 5개의 로봇 관련회사에 투자하며 로봇 관련 밸류체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LG전자의 안내로봇 ‘클로이’는 매장, 호텔, 학교 등에서 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고, 올해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로봇 특화 인재 양성을 공동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초에는 로봇 벤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는데요.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로 꼽히지만 이족 보행 로봇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로봇과 함께하는 생활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을 체감할 정도로 공상과학 영화 속 로봇은 더 이상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가 아닌데요. 사람에 가까운 휴머노이드 로봇과 친구가 되는 세상이 펼쳐지게 되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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