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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 참관기]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점령…모빌리티는 무한 진화중

AI, 가전·車에 이어 뷰티·쇼핑까지 영역 확장
현대차그룹, 최대 규모 참가해 수소·SDV·PBV·AAM 등 성장동력 제시

 

 

이번 달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는 인공지능(AI)이 시작부터 끝까지 지배한 행사였다.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 직후인 2017년 CES에 처음 등장한 AI는 7년 만에 올해 핵심 주제로 자리 잡았다.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영향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150여개국, 4천여개 기업은 AI가 스며든 자사의 기술을 뽐냈고, AI가 기기에 적용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도 예고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성·현대차·SK·LG·HD현대 등 700여개 기업이 참가, 존재감을 뽐냈다.

 

가전ㆍ車에 스며든 AI... 피부 관리부터 쇼핑 검색까지

 

올해 CES에서 AI는 가전과 자동차는 물론 물론 뷰티와 소매 산업까지 영역을 넓혔음을 보여줬다. 먼저 가전에서 AI는 TV의 화질을 선명하게 해주고, 냉장고에 들어가고 나오는 식재료를 인식해 푸드 리스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세탁물 상태를 스스로 판단해 맞춤 세탁을 지원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에서 각각 선보인 AI 반려 로봇인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에 탑재된 AI는 운전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확인해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목적지를 설정한다. 여기에다 챗봇은 탑승자와의 대화를 통해 운전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독일 자동차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생성형 AI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운전자와 의사소통하는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공개했고, 같은 국가의 폭스바겐은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챗GPT를 통합한 차량을 소개했다.


AI가 피부 관리 방법을 알려주고, 제품도 추천하는 뷰티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프랑스 로레알이 공개한 이 '뷰티 지니어스'라는 앱은 AI가 피부 관리 정도에 따라 개인화된 맞춤형 제안을 해주는 '뷰티 비서'다.
미국 월마트는 이용자들이 특정 용도별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챗봇을 소개했다. 쇼핑에도 생성형 AI 챗봇이 도입됐다. 여기에다 AI를 활용해 칫솔질을 향상하는 칫솔, AI가 코골이를 줄여주는 베개도 등장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상호연합군을 구성해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에 대응하고 있었다. 독일 지멘스는 AI를 적용한 산업용 확장 현실(XR) 헤드셋 개발을 위해 일본의 소니와 손을 잡았다. 독일 BMW는 운전자를 지원할 생성형 AI 탑재를 위해 아마존과 협력에 나섰고, 소니 혼다 합작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 닛산과 링컨은 구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는 삼성전자와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또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도 반도체, 에너지 관리 설루션 등에서 협력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구글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車 넘는 미래모빌리티 시대로...현대차그룹 주도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고 불릴 정도로 모빌리티 기업이 선전했던 CES는 올해 기존 자동차 개념에서 벗어나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에 주목했다. 올해 CES에는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총 693곳 참가했다. 하지만 이전처럼 화려한 콘셉트카의 향연은 찾아볼 수 없었고, AI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관련된 모빌리티 신기술들이 전시의 주를 이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CES 2024'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해 수소와 소프트웨어,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 대표되는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선보였다. 올해 CES에 참가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슈퍼널, 제로원 등 총 5곳이다.

 

이중 각각 2년,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현대차와 기아는 자동차 대신 수소와 소프트웨어(SW),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주제로 내세웠다. 먼저 현대차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 이즈 에브리 웨이(Ease every way)'를 주제로 한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기반의 대전환을 통해 '인간 중심적인 삶의 혁신'을 일군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혁신을 통해 이동을 넘어 일생 전반의 편안함을 더하는 것을 현대차의 새 역할로 정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全) 주기에서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하는 'HTWO 그리드(Grid) 솔루션'과 사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전략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를 제시했다.


HTWO 그리드 솔루션 실행을 위해 현대차는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 생산을 위한 메가와트(㎿)급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를 수년 내 양산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수소 사회의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연간 수소 소비량을 지난해 1만3천t에서 2035년까지 300만t으로 늘린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과 서비스가 자동화·자율화하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각각 개발과 업데이트가 가능한 SDV를 만들고, 이 SDV로 축적한 이동 데이터를 인공지능(AI)과 접목한 후 다양한 이동 솔루션으로 확장해 로지스틱스, 도시 운영 체계와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SDx의 궁극적 목표다.

 

 

기아는 '준비된 기아가 보여줄,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를 주제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PBV와 관련한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기아의 PBV 전략은 전통적 자동차 개념을 탈피한 PBV 라인업 출시, 이지스왑·다이내믹 하이브리드 등 신기술 적용 등으로 정리됐다.


먼저 기아는 PBV를 전통적 자동차의 개념을 뛰어넘는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중형·대형·소형으로 이어지는 PBV 라인업 구축, '완전한 맞춤화'(비스포크) 제작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단계별 PBV 로드맵을 공개했다.  기아는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는 또 이 기술은 전통적인 볼트 체결 방식 대신 마그네틱과 기계적 체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을 통해 별도 차량을 새롭게 구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비즈니스 형태에 따라 차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이지스왑 기술을 공개하며 PBV 선도 기술력을 뽐냈다.

 

AIㆍSW가 지배한 모빌리티...모빌리티 형태의 확장

 

현대차·기아 외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이번 CES에서 AI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BMW는 증강현실(AR) 글라스를 비롯해 새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오퍼레이팅 시스템 9, 생성형 AI 등 미래에 적용할 디지털 기술을 발표했다.


혼다는 2026년 출시 목표인 전기차 '0 시리즈'를 공개한 후 독자 차량용 OS를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전장 기업들도 SDV 공략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첫 공동 부스를 꾸리 하만은 디지털 콕핏(디지털화한 자동화 운전공간) '레디 업그레이드'를 선보였다. AI 기술로 맞춤형 안전 운전을 지원하는 솔루션 '레디 케어'도 관람객을 만났다.


테크 기업들의 모빌리티 관심은 여전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 전시관을 차려 운전자와 소통하며 비서 역할을 하는 생성형 AI '알렉사'를 선보였다. 아마존의 로보택시 자회사 죽스도 스티어링휠이나 페달이 없는 무인 로보택시를 전시했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모빌리티의 형태가 항공모빌리티, 건설기계, 선박 등으로 다양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은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이다.


슈퍼널의 기체는 기존 항공기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접목했다는 점에거 주목받았다. 캐빈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시트 사이에는 자동차와 같은 센터 콘솔이 적용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HT도 자동차에 헬리콥터 프로펠러를 부착한 모양의 eVTOL을 전시했다. 건설기계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모인 웨스트홀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올해로 3번째 CES에 참가하는 HD현대는 세계 1위 농기계 업체인 존 디어 맞은편에 전시관을 꾸리고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무인 굴착기 등 미래 건설 인프라 기술을 선보였다.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은 육상 인프라로 안전과 안보, 공급망 구축, 기후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을 뜻하는데, 올해 CES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은 이를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했다.

 

두산밥캣은 완전 전동식 스키드 로더 'S7X' 등 무인·전기 콘셉트 장비들을 공개했다. 이 외에도 선박 회사인 브룬스윅은 전기보트와 자율주행 보트를 전시했다.

 

글: 연합뉴스 김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