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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 모빌리티 업계를 달궜던 이슈들

 

2024년 상반기,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여러 기술 혁신과 사회 현상들이 맞물리며 다양한 이슈들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1. 전기차 캐즘 현상의 심화


무서운 판매 증가세를 보이던 전기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한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2021년은 전년 대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109%까지 치솟았지만, 그 성장세는 꾸준히 하락해 올해는 16.6%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부도 2032년까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목표를 56%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른바 ‘캐즘(Chasm)’이라 불리는 수요 정체 현상이 전기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싼 가격, 그리고 긴 충전 시간을 전기차 캐즘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요. 한풀 꺾인 시장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제조사들은 더 합리적이고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해 캐즘 현상을 돌파해 나갈 전망입니다.

 

 

2. 식지 않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인기 

 

 

전기차의 수요 둔화 현상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건 다름 아닌 하이브리드 자동차(이하 HEV)입니다. 내연기관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한 HEV는 바짝 끌어올린 주행 효율 덕에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국내 자동차 시장만 봐도 HEV 대세론은 명확합니다. 베스트셀러 SUV 기아 쏘렌토의 경우 HEV 모델이 순수 내연기관보다 판매량이 2배가량 많을 정도인데요. 지난 2월에는 현대차가 자사 미니밴 최초로 스타리아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면서 그야말로 HEV의 최전성기가 도래했음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이하 PHEV)도 엄청난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전기차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HEV 이상의 주행 효율을 경험할 수 있어 PHE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PHEV의 올해 1, 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50%가 증가했고, 중국은 지난 5월 기준 PHEV의 판매량이 전년보다 88%나 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업평균연비(CAFE) 향상을 위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짓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전기차 캐즘 현상이 겹치며 HEV와 PHEV의 전성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3. 전기차 대중화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뿐, 전기차 시장의 외형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에는 약 900만 대에 달하는 전기차(BEV)가 팔렸는데요. 독일 CAM(Center of Automotive Management)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는 200만 대가 늘어난 1,1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시장 규모 확장에 맞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신차 공세에 들어갑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중대형급 차량에 편중되었던 라인업을 소형급까지 확장하는 대중화 전략을 펼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정식 판매를 시작한 기아의 EV3가 바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선봉장입니다. 콤팩트급의 작은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전력 관리 기술과 고용량 배터리 탑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500km를 상회할 만큼 동급에서 압도적인 상품성을 자랑합니다. 특히 E-GMP 기반의 전기차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되는 만큼, 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부산 모빌리티 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수 시장에만 판매했던 내연기관 모델과는 달리 유럽과 일본 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인데요. V2L이나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등 고급 편의장비와 경형급 모델에서는 단연 독보적인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로 EV3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예정입니다.

 

 

4. 모빌리티 서비스의 다각화 

 

 

미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우버는 뉴욕에서 열린 ‘Go-Get’ 이벤트에서 공연장, 공항 등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사용하는 ‘우버 셔틀’을 비롯, 공유 서비스 형태인 ‘우버X셰어’ 등 6개의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공개했는데요. 우버는 이렇게 커넥티비티와 공유성을 강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편의와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버의 사례와 같이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틈새를 비집는 서비스를 론칭하는 가운데, 지난 6월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로봇친화형 빌딩 '팩토리얼 성수'의 국내 최초 주차 로봇이 화제입니다. 초속 1.2m 속도로 최대 2.2t의 차량을 자동 주차하는 이 로봇은 ‘스마트 주차 관제 시스템’과 결합해 최적의 경로와 공간 효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빌딩 내부에는 현대차그룹의 배달 로봇 '달이 딜리버리'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배달 서비스까지 선보여, 다양한 최첨단 로봇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된 첫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2022년에는 ‘펫미업’이라는 반려동물 이동 보조 택시 서비스를 론칭하더니, 올해에는 ‘브링(BRING)’이라는 로봇으로 원하는 곳에 식음료나 우편 등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조만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5월, UAM의 상용화 시기에 맞춰 한국형 UAM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은 모든 모빌리티를 하나의 플랫폼에 담는 이상적인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완성을 꿈꾸고 있는 셈입니다. 앱 하나만으로 UAM을 호출하는 이미지가 벌써부터 그려집니다. 

 

 

5. 모빌리티와 AI 기술의 융합 

 

 


생성형 AI는 이제 IT업계를 넘어 전 산업분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하면서 생성형 AI의 고도화 속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는데요.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은 모빌리티 업계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운전 중 손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말만 하면 차량의 기능을 실행이 가능해지는 장점 때문입니다. 일찍이 자연어 기반의 대화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탑재했던 현대차그룹은 기능의 한계를 넘기 위해 AWS와의 협업으로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 탑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열렸던 CES 2024에서는 폭스바겐이 AI 챗봇의 대표 격인 ‘ChatGPT’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하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의 음성 어시스턴트 IDA는 방대한 데이터 기반의 ChatGPT를 등에 업고 최고의 인포테인먼트 경험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하네요.

이런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작동하게 만드는 토대는 바로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입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타사의 사례처럼 LLM을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의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차선 인식에 LLM의 추론 및 설명 능력을 활용해 차선 변경의 의도와 예측 궤적을 판단하는 기상천외한 로직을 실험 중인데요. 기술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수도 있는 자동차 업체들의 행보가 더더욱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6. 수소 인프라 구축 가속화

 

 


전기차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수소연료전지차도 친환경 차의 미래로 손꼽히는 만큼 꾸준한 투자와 인프라 확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는 장거리 주행 비중이 높은 상용차 카테고리에 끼칠 영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실제로 상용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은 지난해 전년대비 2.5배가 커졌을 정도로 의미 있는 성장을 기록 중인데요.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춘 현대차그룹은 수소 인프라 확보와 더불어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지난 CES 2024에서 발표한 ‘HTWO 그리드’가 바로 이런 전략의 일환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종합 수소 비즈니스 솔루션’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수소 기술을 다루는 그룹 내 각 계열사의 역량을 결합해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단위별 솔루션을 조합해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전략인데요. 부산 모빌리티 쇼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의 수소 사회를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수소 사회의 완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 에너지 관련 업체로부터 수소 공급망 개발에 대한 6억 1천만 달러(한화 약 8,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체결한 건데요. 같은 날 일본 정부와 공동으로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공급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7. 상용화 시동 거는 차세대 항공기, UAM 

 

 

UAM(Urban Air Mobility)은 비단 항공 업계뿐만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업계도 주목하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입니다. 기존의 항공기와 달리 도심 내의 단거리, 혹은 도심과 도심 사이의 중거리 비행을 위한 신개념 항공 모빌리티죠.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UAM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CES 2024를 통해 슈퍼널의 차세대 항공 모빌리티 기체, ‘S-A2’의 실물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체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인데요. 현대차그룹은 S-A2를 비롯해 슈퍼널의 UAM 생태계를 실현하기 위해 그룹사의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국토교통부의 주관하에 이뤄진 UAM 실증사업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해당 사업은 현대차와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건설 등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참여하여 UAM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데요. 향후 현대차를 비롯한 4개 업체는 1단계 검증 결과를 토대로 한국형 UAM의 실현을 앞당길 것이라고 합니다. 2025년 상용화가 목표라니, 도심 속의 ‘플라잉 모빌리티’가 그저 먼 상상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2024년 상반기에 있었던 모빌리티 관련 이슈들을 알아봤습니다. 남은 하반기에는 또 어떤 이슈들이 모빌리티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