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인 줄 알았더니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출퇴근길 옷깃을 꽉 여며야 할 정도로 공기는 차갑고, 새파랗게 맑은 하늘도 계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번 달은 갑자기 바뀐 날씨만큼 놀라운 모빌리티 업계 소식들을 가져왔습니다.
1.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현대자동차의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가 현지에 진출한 지 28년 만에 인도 증시에 상장했습니다. 현재 인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 10월 22일, NSE(인도증권거래소)에서의 상장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도 증권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로 모회사인 현대차는 신주발행 없이 전체(100%) 지분 중 17.5%를 매각해 4조5000억원을 조달합니다. 현대차는 상장을 통해 급성장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같은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자동차 시장인 인도는 그 규모가 무려 500만 대에 달합니다.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의 ‘빅마켓’이죠. 그러나 시장 규모에 비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EV 시장의 확대 속도가 늦어 잠재력이 높은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상장식에서 “인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며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상장식 전날 있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면담에서는 “인도에서 전기차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충전망 설치, 부품 현지화 등 인도 EV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현지 개발 완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소형차 개발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R&D) 우수 인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는 상장 이후 인도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예정인데요. 인도를 러시아와 중국을 대체하는 주력 시장으로 공략하는 동시에 유럽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는 글로벌 제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내년 초, 크레타 기반의 전기차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가량의 전기차를 출시해 인도 정부의 전기차 확대 목표에 발맞춰 나갈 계획입니다.
2. 자동차 업계 3분기 실적 발표
현대자동차의 3분기 매출이 3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 매출이 42조9283억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던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수치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조580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5% 감소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에 나오고 있습니다.
기아도 3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기아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26조5199억원, 영업이익 2조881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3.8%, 0.6% 증가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신차 판매 감소에도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SUV) 판매가 늘면서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냈습니다. 기아의 1~3분기 합산 실적은 매출 80조3006억원에 영업이익은 9조9507억원으로 처음 연간 매출 100조 돌파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테슬라가 지난해보다 영업 이익이 무려 54% 늘어난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테슬라는 올 3분기 매출 251억8200만달러(약 35조원), 영업 이익 27억1700만달러(약 3조75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각각 작년 동기 대비 8%, 54% 늘어난 수치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 이익이 감소세였는데, 3분기 들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승용차 일변도의 테슬라가 처음 출시한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의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에너지 저장 사업의 매출 증가도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 BYD(비야디)가 3분기 매출에서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미국 테슬라를 제쳤습니다. 분기 기준으로 비야디가 테슬라 매출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야디의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24% 증가한 282억달러(약 38조9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공개된 테슬라 3분기 매출보다 30억달러 많은 수치입니다. 비야디는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어난 16억 3000만달러(약 2조 2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비야디가 이런 실적을 올린 주요 원인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약진이 꼽히고 있습니다. 비야디는 ‘순수 전기차(BEV)’만 만드는 테슬라와 달리 전기 충전도 되고 기름으로도 달리는 PHEV를 함께 개발·생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기차 캐즘 상황에서 충전 부담이 덜한 PHEV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PHEV 판매 비율이 높은 비야디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한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것도 비야디의 성장세에 속도를 붙이는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57년 만에 1억대 생산, 금자탑 세운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누적 생산량 1억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1967년 12월, 정주영 선대 회장 설립 이후 57년 만입니다. 이 기록은 일전에 도요타가 세운 최단기간 기록(60년)을 3년이나 앞당긴 것으로, 1968년 11월 울산 공장에서 회사 최초로 생산한 코티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56년 만의 쾌거이기도 합니다. 첫 차량 생산 당시 614대에 불과했던 연간 생산 대수가 현재는 429만대(2023년 기준)에 달하며, 이제 현대차는 명실상부 당당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죠.
지금까지 현대차가 세운 기록을 보면 놀라운 것이 많습니다. 1986년, 100만대 생산 달성 후 겨우 10년 만에(1996년) 누적 생산 대수 1,000만대를 기록하는 역사적인 성장세를 자랑하기도 했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꾸준히 끌어올린 결과 2013년 누적 생산 대수는 5,000만대, 2022년에는 9,0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30일, 울산 현대자동차 출고센터에서 현대차는 1억 1번째로 아이오닉 5를 생산하며 1억대 기록을 자축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생산된 1억대의 현대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단연 1,537만대 판매를 기록한 아반떼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1,025만대를 기록한 엑센트로, 두 차종이 함께 1,000만대 클럽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쏘나타와 투싼이 각각 948만대, 936만대로 뒤를 이었습니다.
4. 글로벌 전기차 시장 동향
급변하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 동향을 살펴봅니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유럽 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달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 업체 로모션의 자료를 인용해 9월 순수전기차(BEV)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전 세계에서 169만대 팔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5%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47.9% 증가한 112만대에 달했습니다. 유럽에서의 판매량은 4.2% 늘어난 30만대를 기록했습니다. 영국에서의 수요가 24% 급증하며 전체 유럽 시장의 판매량 증가를 주도했고 이탈리아와 독일 및 덴마크의 수요 확대도 두드러졌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4.3% 증가한 15만 대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향후 5년간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습니다. EU 집행위원장은 작년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가 값싼 가격에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직권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지 1년여 만입니다. 회원국들 반응은 엇갈립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결정에 옹호한 반면, 독일자동차협회는 "추가 관세는 자유 무역에 대한 후퇴이며, 이는 유럽의 번영, 일자리 보존 및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동안 독일 자동차업계와 정부는 합작회사 형태로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국 업체 피해를 우려해 EU의 관세 인상에 반대해 왔습니다.
현대차그룹 역시 뜨거운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조지아주의 전기차 생산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그 중심이 될 예정인데요. 이곳에서는 아이오닉 5를 비롯한 현대차의 핵심 전기차 모델은 물론, 머지않아 출시될 신형 전기차 모델들도 생산될 전망입니다.
반면 도요타는 당초 내년부터 가동키로 한 북미 첫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도요타는 당초 13억 달러를 투입한 켄터키 공장에서 내년부터 대형 전기 SUV를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 대신 도요타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을 목표로 했던 렉서스 SUV 신형 전기차를 일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틀었습니다. 도요타는 2026년 전기차 150만대 판매 계획을, 100만대로 줄이는 내용의 수정안도 부품사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전기차 투자 확대 기조는 유지해 나가지만 주력인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최소 3곳을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구조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9월 초 폭스바겐은 수익성 악화로 설립 87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2곳 폐쇄 방침을 밝혔었는데, 당초 계획보다 폐쇄 공장 수를 더 늘린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독일 내 공장 10곳, 직원 약 12만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30% 안팎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폐쇄되지 않는 독일 공장도 생산량을 줄이고, 일부 부서를 해외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구조조정의 배경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에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에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가파르게 줄고 있고, 폭스바겐 매출의 30% 안팎이 나오는 중국 시장에서 쇠락이 구조 조정 필요성을 부추겼다는 평가입니다.
5. 현대차-도요타 협력 강화 움직임
한국과 일본, 양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토요타가 AI 기반의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합니다. 현대차가 지난 2020년에 인수한 로보틱스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토요타의 AI 및 자동차 연구 기관인 ‘도요타리서치연구소(TRI)’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TRI가 개발 중인 대규모행동모델(LBM)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는 계획입니다. 4족 보행 로봇 ‘스폿’과 물류 시설에 특화된 ‘스트레치’ 등으로 강력한 로보틱스 하드웨어 기술력을 입증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TRI가 자랑하는 AI 기반의 기술을 도입해 보다 정교한 동작과 원격 조작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두 회사의 협력 범위에는 인간과 로봇의 상호 작용과 안전 관련 연구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지난달 27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이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도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만나서 양사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드는데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양사는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물론,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한 수소 생태계 구축이 주요 협력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 회장은 “도요타와 협업해 더 많은 사람이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도요다 회장은 “현대차와 손잡고 더 좋은 차를,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6. 현대트랜시스, 자동차 부품 업체 최초 10년 연속 동반성장 최우수 기업 선정
현대트랜시스가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하는 ‘2023년도 동반성장지수평가’에서 10년 연속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평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미흡의 5가지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 10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현대트랜시스가 최초이며,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기업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명예기업’ 타이틀도 계속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상생경영을 선도하는 현대트랜시스는 파트너사 맞춤형 동반성장 프로그램, ‘PARTNe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발전(Progress)과 존속(Assistance), 역량 강화(Reinforcement), 기술(Technology) 발전을 지원하고, 소통 채널(Network)을 구축하는 등 5대 실행 과제를 바탕으로 파트너사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합니다. 제공 프로그램에는 해외 판로개척 지원 및 안전, 회계, 법률 등에 관한 교육과 컨설팅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 여수동 사장은 “앞으로도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시도와 성과를 엿볼 수 있는 한 달이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다음 달에도 흥미진진한 모빌리티 업계의 소식으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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