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고민이 깊어지는 겨울이 다가왔습니다. 전기차 오너들의 전비 걱정은 더욱 큽니다. 엔진의 폐열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난방에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전기차는 추운 날씨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전기차 오너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현대자동차·기아와 현대트랜시스는 다양한 열 관리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올겨울, 전기차 오너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줄 기술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세계적으로 검증된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의 열 관리 기술
지난겨울은 기후 이변으로 유난히 폭설과 한파가 잦았습니다. 당시 전기차들의 충·방전 성능과 주행 가능 거리가 화제였는데요. 특히 -30℃ 이하의 극심한 한파가 몰아친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방전된 전기차 수십 대가 길거리에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주행 중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거나 충전 중에도 배터리가 방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가 뚝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의 전해질 속에서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충·방전을 거듭하는데요. 온도가 낮아지면 전해질의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더뎌지면서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배터리도 평소보다 빠르게 소모됩니다. 겨울철 전기차의 전비가 악화되는 이유입니다. 추운 날씨에 스마트폰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의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충전과 주행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미 개발 단계부터 -30℃ 이하의 혹한에 대비한 배터리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버려지는 폐열을 재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 및 배터리 온도 최적화 기술 등이 탑재된 덕분이었죠.
현대차그룹은 난방에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전기차의 특성을 감안해, 인버터 및 구동 모터 등 전기차의 전장 부품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실내 난방에 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을 일찌감치 개발했습니다. 2014년 기아 쏘울 EV에 처음 도입된 이래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죠.
2018년 현대차의 1세대 코나 일렉트릭은 외부 공기 중의 열과 배터리 충전 시 발생하는 폐열까지 활용해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2세대 히트펌프를 적용했습니다. 이후 복합 열교환기를 활용하여 5%의 추가 성능 향상을 이룬 것이 3세대로,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에 탑재됐습니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온도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열 관리 기술도 사용 중입니다. 열효율이 높은 별도의 히터로 배터리 팩의 온도 조절을 담당하는 냉각수를 직접 가열하는 거죠. 덕분에 -30℃ 수준의 혹한에서도 충전할 수 있어 타사 전기차와 차별화를 이뤘습니다.
아울러 내비게이션에서 급속 충전소를 경유하거나 목적지로 설정하고 이동할 때는 배터리 온도를 미리 높여 최적의 급속 충전 속도를 확보하는 배터리 컨디셔닝 모드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온도를 높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전비가 낮아질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하면 겨울에도 우수한 충전 편의성을 경험할 수 있죠.
미래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혁신적인 열 관리 기술
현대차그룹은 향후 선보일 전기차에도 새로운 열 관리 기술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올해 8월 공개한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에는 송풍구를 통해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어 실내를 덥히는 방식이었지만,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자체 열원을 가진 별도 장비를 통해 전자기파 형태의 열을 직접 전달합니다. 마치 봄날의 햇빛 아래에서 우리 몸이 금방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공조 히터는 실내 온도를 전체적으로 높이는 데 일정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인체에 직접 열을 전달해 빠르게 체온을 높여줍니다. 따라서, 초기 난방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공조 히터와 함께 사용한다면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17%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연구소 측정 기준). 이로써 전기차의 전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의 핵심은 85~110℃의 고온을 내는 탄소나노튜브 소재의 필름형 발열체입니다. 탄소나노튜브는 나노 단위의 지름을 가진 튜브 모양의 탄소 집합체로, 전기 및 열전도율이 뛰어나고 강도와 무게 또한 우수하죠.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등 다양한 산업에 폭넓게 쓰입니다.
복사열 난방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 하단 덮개, 도어 트림, 센터 콘솔, 대시보드, 글러브박스, 시트백, 바닥 등 탑승자의 하체를 중심으로 열을 전달할 수 있도록 장착된다고 합니다. 상체는 공조 히터로, 하체는 복사열로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이죠. 화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품의 크기와 소재를 최적화하고, 신체가 직접 닿을 시 전원을 즉시 차단하는 제어 로직을 적용한 것도 이 시스템의 특징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탄소나노튜브를 시트에도 활용해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개발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안된 것이 바로 압력 감응형 소재입니다. 시트의 폼과 커버 사이에 압력 감응형 소재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파악된 탑승자의 생체 신호에 따라 효율적인 발열 기능까지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특화된 현대트랜시스의 전비 향상 기술
현대트랜시스 또한 전기차의 전비 향상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기아 EV9에 최초로 탑재한 저전력 카본 열선 시트가 좋은 예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EV9의 시트 설계 단계부터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저전력 및 경량화에 중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저전력 카본 열선은 금속 코팅 카본 섬유를 이용한 시트 열선 기술입니다. 카본 소재는 적은 에너지로 온도를 높일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카본의 특성 때문에 기존의 금속 열선보다 시트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죠. 열전도율은 높은 반면, 유연성이 부족한 카본은 시트 구조의 곡면 등에 활용하기 어려운 소재였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기술로 카본 소재 적용에 성공했고, 기존 열선 시트 대비 소비전력을 15%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기존 금속 열선 대비 2배 이상의 내구성도 확보했습니다. 목표 온도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10% 단축 시켰습니다.
EV9의 1, 2열 시트에 처음 적용된 저전력 카본 열선은 기존 열선 대비 약 20~25W의 전력 저감 및 2~5%의 난방 에너지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연구소 측정 기준). 공조 히터와 함께 1열 시트를 1시간 사용하는 조건에서의 효과입니다. 난방에 필요한 전력이 그리 많지 않다 해도, 조금씩 절약한 에너지가 모이면 전체 주행 가능 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나게 됩니다.
현대트랜시스의 전비 효율 기술은 파워트레인 분야에서도 돋보였습니다. 2021년 아이오닉 5 출시 당시 화제를 끌었던 기술 중 하나로 전륜 모터에 적용된 DAS(Disconnect Actuator System)가 있었죠.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은 차량 앞뒤에 전기 모터를 장착한 4륜구동 전기차에서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 모터와 구동축을 분리, 연결하며 후륜구동과 4륜구동 두 가지 방식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모터를 뒤쪽에 얹은 후륜구동 방식이 기본입니다.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보다 부피가 월등히 작은 모터를 사용하고, 차량 구조도 복잡하지 않아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전륜 모터를 추가해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모터를 추가하는 것도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간단하죠. 하지만 차가 무거워지고 전비가 낮아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큰 힘이 필요한 추월 가속 상황이나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전륜 모터까지 함께 써야 하지만, 일상적인 운전 상황에서는 굳이 앞바퀴에 힘을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현대트랜시스가 개발한 DAS는 바로 이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모터 방식의 액추에이터로 전륜 구동축에 있는 클러치를 단 0.4초 만에 붙였다 뗄 수 있거든요.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륜 모터의 부하를 줄여 전비를 높일 수 있고, 앞뒤 모터를 전부 가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0.4초 만에 클러치를 체결해 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운전자가 알아차리기기 힘든 짧은 시간 동안 클러치 체결 및 분리가 이뤄지는 셈이죠. 특히 E-GMP 플랫폼을 쓰는 전기차의 경우 6~8%의 전비 향상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1회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라면 DAS 적용 시 530~540km를 달릴 수 있게 됩니다.
현대트랜시스의 DAS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4륜구동 전기차에 모두 적용돼 전기차 오너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혁신성을 인정받아 2022년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현대트랜시스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인시켜준 장면이었습니다.
전기차 관련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전 중입니다. 현대트랜시스는 혁신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전기차 파워트레인 및 시트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혁신 기술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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