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드라이브에 좋은 길은 따로 있다. 봄에 유독 걷기 좋은 길도 있다. 이 둘이 나란히 이어지면 길은 곧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달리다 보면 걷고 싶고, 걷다 보면 달리고 싶은 봄의 베스트 코스 5.
1. 서울에서 1시간
태안 해변길 + 2코스 소원길 ㅣ충남 태안
충청남도의 서쪽 끝, 해안선이 500km 이상 길게 이어진 태안은 서울에서 비교적 쉽게 닿을 수 있는 드라이브 여행지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행담도만 지나면 1시간 안에 태안읍에 닿는다. 태안의 봄을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해변길을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파래와 곰피, 미역 등 바다가 키워낸 해초가 초록빛 싱그러움을 더하고, 3월 중순에 접어들면 목련과 산수유가 만개한다. 북쪽으로 학암포해수욕장과 신두리사구, 천리포수목원과 파도리부터 남쪽으로는 안면암과 꽃지해수욕장, 바람아래해변까지 눈을 시원하게 하는 풍경이 쉴 틈없이 펼쳐진다.
태안 해변길 2코스-소원길 l 태안의 해변길은 두 발로 걷기에도 좋다. 학암로자연관찰로부터 영목항까지 약 100km에 걸쳐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등 해변길 7개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이 중 3~4월에 가장 아름다운 길은 신두리해안사구부터 만리포해변까지 이어지는 총길이 22km의 소원길이다. 초보자도 쉽게 걸으며 태안의 섬과 마을, 해수욕장과 성벽 등을 만날 수 있다. 산책 삼아 한 군데만 가고 싶다면 1순위는 천리포수목원. 국내 유일의 목련 축제가 열리는 민간 수목원으로 붉은색과 노란색, 심지어 청동색을 띠는 희귀 목련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천리포수목원의 목련 축제는 3월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열린다.
2. 물안개 피는 봄
옥정호 순환도로 + 붕어섬 트레킹 ㅣ 전북 임실
섬진강 다목적 댐을 만들면서 생긴 거대한 인공 호수, 옥정호는 드라이버들이 사랑하는 여행지로 최상위에 꼽힌다. 옥정호를 둘러싸고 구불구불 이어진 약 18km의 순환도로가 드라이빙의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 옥정호 순환도로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2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섬진강 상류에서 흐르는 맑은 물과 얼음처럼 잔잔한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옥정호는 사시사철 전국의 드라이버들을 유혹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에는 옥정호를 감싸며 이어지는 약 10km의 순환도로 양쪽으로 연분홍색 벚꽃이 터널을 이뤄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붕어섬 트레킹ㅣ옥정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사봉 전망대에 오르는 것. 계단을 따라 15분 정도 걸으면 산들이 둥글게 품어 안은 옥정호 안으로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듯한 모양의 붕어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옥정호의 중심을 차지한 무인도, 붕어섬을 직접 걸어볼 수도 있다. 2022년 붕어섬을 연결하는 420m의 출렁다리가 개통한 것. 붕어섬 안에는 붕어섬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공원에 들어서면 화사한 꽃과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로 너른 잔디밭과 산림욕장, 연못과 숲 놀이터 등이 숨어 있다. 출렁다리와 붕어섬생태공원에선 올해 4월 5~6일 벚꽃축제가 열린다.
3. 다채로운 봄의 색채
남해바래길 + 본선 4코스 고사리 밭 길 ㅣ경남 남해
경남 하동군과 경남 사천시 아래, 노량대교와 삼천포대교로 연결된 남해는 드라이브와 트래킹의 즐거움을 가장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여행지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 위로 층층이 자리한 계단식 논과 바다에 참나무 말뚝을 박아 '금멸치’를 잡는 죽방렴 원시 어업, 완만한 백사장에 에메랄드 빛 파도가 밀려드는 리아스식 해변 등 시선 닿는 모든 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남해의 지형은 날개를 쫙 펼친 나비 모양. 산과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이어진 드라이브 코스는 놀랍게도 남해의 나비 모양 지형과 정확히 일치한다. 창선면과 상주면, 남면과 설천면까지 섬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남해의 다채롭고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대부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중 유채꽃과 벚꽃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가천다랭이마을 길은 남해 봄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다.
남해바래길 본선 4코스-고사리밭 길ㅣ 남해에는 남해군 10개 읍면을 모두 경유하는 총 231km의 남해바래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과 바다, 마을과 목장 등을 지나는 총 19개 트레일은 하나하나 흥미로운 스토리와 압도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그중 가장 이색적인 코스는 본선 4코스다. 우리나라 최대 고사리 산지인 창선면 가인리 일대에 조성된 길로, 가파른 산비탈과 호젓한 숲길, 드넓은 구릉과 작은 오솔길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꼬물꼬물 올라온 고사리가 넘쳐난다. 내비게이션에 '별해로'를 찍고 언덕을 오르면 알프스 초원이 부럽지 않은 고사리밭과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4. 성곽으로 안내하는 산벚꽃
남한산성 벚꽃 길 + 남한산성 둘레길ㅣ경기 광주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진해 벚꽃 등 봄소식은 가장 먼저 저 아래 남쪽 땅에서 들려온다. 하지만 하루 만에 다녀오기엔 부담스러운 거리. 수도권에서 가볍게 찾기 좋은 봄 드라이브 여행지로 남한산성만 한 곳은 드물다. 잠실이나 하남, 분당에서도 30분이면 닿아 반나절 피크닉 장소로 그만이다. 게다가 남한산성 관리사무소부터 남한산성면 행정복지센터까지 308번 국도를 따라 8㎞가량 이어지는 길은 아름다운 벚꽃길로 유명하다. 경기도 광주시가 1997년부터 조성한 무려 1만 5,000여 그루의 산벚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한산성 둘레길 ㅣ 남한산성 벚꽃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동차에서 내려 두 발로 걷고 싶어진다. 포근한 봄바람 따라 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을 가까이에서 천천히 감상하고 싶기 때문. 완연한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한산성 둘레길을 걷는 것이다. 남한산성 둘레길은 남한산성을 한 바퀴 빙 도는 총 길이 약 8km의 걷기 길로 1코스부터 5코스까지 조성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둘레길은 1코스. 아이들도 쉽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단단하게 쌓아 올린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새순을 피운 연둣빛 숲과 불을 밝힌 듯 환하게 빛나는 봄꽃들을 걸음걸음마다 만날 수 있다.
5. 봄에만 열리는 비밀의 정원
삼회리 벚꽃길 + (구)청평중앙내수면연구소 ㅣ경기 가평
봄 드라이브의 낭만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는 북한강을 끼고 청평에서 가평 방향으로 달리는 길이다. 강남 중심에서 남양주를 거쳐 자라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반나절 드라이브 코스로 후딱 다녀오기 좋다.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펼쳐진 북한강변을 달리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도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북한강 낭만로드에서 유독 아름다운 봄 드라이브 코스는 삼회리 벚꽃길이다. 신청평대교에서 삼회1리 마을회관까지 3km가량 이어지는 벚꽃 터널길은 특히 압도적이다. 키가 큰 벚꽃 나무가 하늘을 빼곡히 덮어 터널을 이루는데, 그 사이를 천천히 달리는 기분은 황홀함 그 자체다.
(구)청평중앙내수면연구소 트레킹ㅣ청평역 부근에는 숨은 듯 자리한 비밀의 정원이 있다. (구)청평중앙내수면연구소가 그곳. (구)가 붙은 건 연구소가 2021년 충남 금산으로 이전했기 때문인데, 부지 한가운데 저수지가 떡 하니 자리한 것도 놀랍지만 주변을 둘러싼 꽃과 나무의 아름다운 색의 조화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원래는 연구소 이전 후 출입이 통제됐다가 시민들의 열렬한 청원으로 지난해부터 벚꽃 시즌에만 개방하고 있다. 그러니 모네의 정원 같은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걷는 건 봄 한 철에만 느낄 수 있는 행운. 잔잔한 물 위로 파란 하늘과 연둣빛 버드나무, 샛노란 개나리와 연분홍색 벚꽃 나무가 그대로 담겨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 글. 최현주(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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