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봄입니다. 부드러워진 공기와 달리,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전략 투자 확대와 무역 변수, 기술 경쟁이 맞물리며 높은 긴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달의 모빌리티 이슈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는 자동차 업계의 주요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현대차, 백악관서 31조 원 대미 투자계획 발표
현대자동차그룹이 2028년까지 미국에 약 31조 원(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 24일, 정의선 회장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정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미 전략 투자를 공식화했습니다.
투자 금액은 자동차 생산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부문에 63억 달러가 각각 배정됐습니다. 특히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생산 능력을 당초 계획인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앨라배마 공장(37만 대)과 조지아 공장(35만 대)을 포함해 연간 12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는 미국 내 판매량의 약 70%를 현지에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한,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EAF)를 신설하며, 현대모비스의 전력 시스템 생산 공장과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시스템을 연계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합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에서 수직계열화를 실현한 유일한 완성차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미래 산업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로봇, AI, 도심항공교통(UAM) 등 첨단 기술 협력뿐 아니라, LNG 구매와 소형모듈원전(SMR) 건설도 추진합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국내에도 역대 최대 규모인24조3000억 원을 투자합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중심의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을 고도화하고, 전략적 신사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2.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엘라벨서 '메타플랜트' 준공식… 美 120만대 생산체제
현대차그룹이 백악관 발표에 이어, 26일에는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개최했습니다.
HMGMA는 자동화 제조기술과 지능화, 유연화로 제조혁신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입니다.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된 제조환경 안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로보틱스-사람을 연결해 유연하고 자유로운 협업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특히 HMGMA는 완성차 생산은 물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 기술 역량이 총집결된 복합 제조 클러스터 입니다.
현대모비스는 HMGMA 부지 내 글로벌 생산거점 중 최대 규모인 배터리시스템과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현대글로비스는 수요 기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보유 재고와 필요량을 예측하는 등 부품 공급을 전반적으로 관리합니다. 현대제철은 초고강도강을 포함한 자동차용 강판을 가공해 프레스 공장에 공급하며, 현대트랜시스 HMGMA 공장은 연간 42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아이오닉5·아이오닉9에 탑재되는 시트를 생산합니다.
HMGMA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전략적 생산 기지이며, 모빌리티의 미래를 현실화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북미 지역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시장 공략의 거점일 뿐만 아니라, 수소전기트럭 기반의 물류, 태양광 에너지 활용 등 친환경 시스템도 도입되며, 장기적으로는 연간 200만 대 생산 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기아와 현대차는 국내 투자에도 적극 나섭니다. 기아는 국내 화성에 세계 최초의 PBV(Purpose Built Vehicle) 전용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약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올해 하반기 첫 PBV 모델 ‘PV5’를 선보일 계획이며, 경기도 및 화성특례시와 협력해 휠체어용 차량(WAV), 수요 응답 교통(DRT) 등 맞춤형 모빌리티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현대차는 울산에 국내 첫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설립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소 스택부터 차량 조립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구축할 수 있어 수소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합니다.
3. 美, 수입차 25% 관세 전면 부과, 상호관세는 제외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3일부터 미국내 생산 외 모든 외국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약 60여 교역국엔 이보다 높은 관세를 매기는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는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는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백악관은 밝혔습니다. 이에 품목별 관세가 적용된 철강·알루미늄 및 자동차는 상호관세를 추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관세 25% 외에 상호관세까지 추가로 부과 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 왔습니다.
한편, 25% 자동차 관세 부과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했으며, 수출 차량 279만 대 중 절반 이상인 143만 대가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GM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국GM은 지난해 생산량 중 84%를 미국으로 수출해 왔습니다. 완성차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에도 동일한 25% 관세가 적용되면서 부품업계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부품사의 대미 수출액은 12조 원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영세 사업장인 만큼 타격이 우려됩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GM, 도요타, 혼다 등은 현지 생산 비율이 50~70% 수준이라 다소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멕시코·캐나다에 공장을 둔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제조사가 미국 내 생산시설 증설, 현지 조립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관세는 소비자 부담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차량 가격이 평균 3,000~6,000달러 오르고, 일부 고가 모델은 최대 1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무역 긴장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4. 국내 전기차 시장 반등…현대차·기아 내수 점유율 상승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집행시기를 앞당기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올해 1~2월 전기차 보급 대수는 총 15,63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46대 대비 3.4배에 달했습니다. 환경부가 보조금 지침을 예년보다 이른 1월 공표한 영향이 컸습니다.
보조금 지급 시기가 빨라진 반면, 금액 자체는 줄었습니다. 중대형 전기차 기준으로 국고 보조금이 최대 650만 원이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580만 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지자체 보조금도 서울 기준 145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절반 이상 깎였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누적 보급 대수는 약 71만 대에 그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60만 대 이상 보급이 이뤄져야 합니다.
한편,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내수 시장 점유율은 70.4%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아이오닉5와 EV3의 판매량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배 상승해 전체 전기차 중 최다 판매 차종으로 기록됐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신차 부재로 점유율이 15.6%까지 하락했고, 오토스티어 기능과 도어 해제 문제 등으로 21만 대 리콜도 발생했습니다.
야심차게 국내에 진출했던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아토3가 행정 절차 문제로 정부 보조금 심사에 탈락하면서 차량 인도가 지연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뒤늦게 ‘친환경차’ 등재를 완료했지만, 차량 출고는 빨라도 5월 이후가 될 전망이며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BYD는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택시·렌터카 등 법인 시장 공략에도 나섰지만, 초반 대응 미비로 인해 브랜드 신뢰도에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5. BYD의 독주와 테슬라의 고전: 글로벌 전기차 시장판도 변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BYD는 지난 3월 5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슈퍼 e-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테슬라와 벤츠보다 앞선 성능으로, 1000V 고전압과 1,000kW 충전 전력을 지원하며, 슈퍼 e-플랫폼이 적용된 세단 ‘한L’과 SUV ‘탕L’은 4월 중 출고 예정입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BYD는 지난 2월 자사 자율주행 시스템인 ‘신의 눈(天神之眼)’을 모든 차종에 무료로 장착하겠다는 혁신적인 경영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신의 눈은 BYD가 2023년 처음 선보인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원격 주차 등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테슬라는 3만 2000달러(약 4600만 원) 이상 모델부터 자율주행 기능을 적용하지만 BYD는 10만 위안(약 2000만 원)짜리 저가 차량에도 이를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BYD는 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소프트웨어도 차량에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점유율 하락과 정치적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BYD와 비교하면 부진이 두드러집니다. 2024년 BYD는 전기차 413만7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178만9000대)를 크게 앞질렀고, 매출(1070억 달러)과 순이익(8조2000억 원)도 테슬라 대비 우위를 점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으며 대규모 공무원 해고를 단행하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테슬라 불매 운동과 방화,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차량에 "일론이 미치기 전 산 차(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라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행보 때문인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 사이 독일과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각각 70%, 50% 감소했습니다. 다만 이는 테슬라의 인기 차종인 모델 Y의 신형 발매 대기로 인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으며, 모델 Y 주니퍼가 본격적으로 인도되는 이달부터는 판매량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중심의 시장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브랜드 간 기술력과 정책 대응력이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도 업계의 판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모빌리티 소식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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