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자동차 산업은 다시 한번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와 한미 무역 협상 타결, 온실가스 감축 목표 확정, 그리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맞물려 새로운 산업 지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독 굵직한 변화가 많은 최근 모빌리티 업계의 흐름을 5가지 핵심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1.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125조 국내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천억 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합니다. 직전 5년(2021~2025년) 동안 국내 투자액(89조 1천억 원)보다 약 40% 늘어난 규모입니다.
한미 관세협상 최종 타결 이후 대미 투자 규모 확대에 따른 국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높아지자, 그룹은 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아 화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투자 금액을 유형별로 보면 AI,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동화,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 5천억 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지속 강화를 위한 R&D투자 및 경상투자에 각각 38조 5천억 원, 36조 2천억 원이 투입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중장기 투자는 ▲국내 AI/로봇 산업 육성과 ▲그린 에너지 생태계 발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 경제 기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향후 5년간 AI 기술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며 국내 AI/로봇 혁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신차 투입을 위한 각 지역 생산 거점 라인 고도화 및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서남권 PEM 수전해 플랜트 구축 등으로 지역 균형발전 촉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현대자동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 한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 전액을 지원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2. 현대차그룹-엔비디아 동맹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GPU 26만 장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이 중 약 5만 장을 확보하며 미래차 두뇌 선점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자율주행과 ADAS,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의 중심축이 SDV로 옮겨가면서 자동차는 수십 개의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초당 수천억 번 연산해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대응하려면 GPU 기반 고성능 컴퓨팅이 필수입니다. 현대차는 확보한 GPU를 차세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플랫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물론 GPU 확보 경쟁이 현대차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체 OS에 엔비디아 AI 칩을 연동해 내비게이션과 음성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차세대 ADAS와 자율주행 플랫폼에 엔비디아 칩을 채택했습니다.
GM은 생산 공정 전반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을 도입하면서 GPU를 공장 효율화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완성차 업체들이 AI 칩 파트너로 엔비디아를 선택하면서, 소프트웨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3. 한미 관세 팩트 시트 합의…자동차 관세 15% 인하

한미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적용되던 25% 고율 관세가 15%로 인하됩니다. 이로써 4월부터 미국 수출분에 관세를 내던 현대차그룹은 이달 지불한 관세에서 약 1,400억원은 돌려받을 수 있게 됐고 앞으로 미국 수출과 관련한 관세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와 7월 말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내리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지 않아 계속 25% 관세를 부담해 왔습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일본·EU 등 주요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게 됐습니다. 특히 SUV 등 부가가치가 높은 모델의 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수익성 개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인하된 관세는 2025년 11월 1일 이후 부과분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4. 전기·수소차 10년내 950만대... 정부,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 발표
정부가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포함해 자동차 산업 전반을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친환경차 보급 비중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에게는 구매보조금을 확대하고, 부품기업에는 다양한 전환지원책을 제공할 방침입니다.
산업통상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K-모빌리티 글로벌 선도전략'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완성차 판매는 물론 부품사까지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것으로, 먼저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가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5년까지 90%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국내 완성차 전체 판매량 103만6912대 중 친환경차는 44%인 45만7321대입니다. 10년 내에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수급 전반에 걸쳐 친환경차 확산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수요를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승용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고, 내연기관차 부품기업의 70%를 2030년까지 미래차 부품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의 배출권거래제를 하한 목표인 53% 기준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상한 목표인 61%는 규제 외 수단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목표치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입니다. 산업계는 산업 부문의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감축 목표에 대한 부담이 매우 높으며, 세제·금융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워왔습니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할당량을 하한 목표인 53% 기준으로 운영해 기업의 배출권 매입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5. 올해 전기차 보급 사상 첫 20만대 돌파

올해 연간 전기차 신규 보급량이 20만대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수소차 보급량도 함께 늘면서 내년에는 전기·수소차 100만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기준, 올해 신규 전기차 보급 대수가 20만 65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산 비중은 승용 55%, 승합 64%, 화물 93%였으며, 전기버스(승합)는 중국산의 선전으로 2023년 국산 비중이 46%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 63.3%로 회복했습니다.
올해 신규 전기차 보급이 급반등한 데 대해 기후부는 연초 보조금 사업 조기 개시, 다양한 친환경 신차 출시 등을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연간 수소차 보급도 2023년 4700대, 지난해 3800대에서 올해 5900대를 달성했습니다.
전체 전기·수소차 등록 대수는 총 91만3207대로 내년이면 100만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3년간의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이 끝난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큽니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 대비 전기·수소차 비중은 아직 3.5%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한편,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91.9%의 점유율로 여전히 견고한 판매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두 회사의 내수 점유율이 90%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면서, 3년 연속 압도적 시장 지위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경기 둔화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도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친환경차 라인업이 판매를 견인하며 현대차·기아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6. 글로벌 자동차 소식
도요타가 북미 지역에서 첫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지난달 도요타 발표에 따르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리버티시에 위치한 배터리 제조시설이 공식 가동을 개시했습니다. 도요타는 미국 생산 전기차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에 따라 2021년부터 총 140억달러(약 20조6천억원)를 투자해 차량용 배터리 공장을 건설해왔습니다.
도요타가 미국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요타의 노스캐롤라이나 공장은 14개 생산라인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배터리 전기차(BEV)를 위한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북미 지역에서 최근 들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데 반해 도요타가 강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북미 하이브리드차량 시장에서 도요타의 점유율은 50%에 달합니다.

테슬라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가 올해 초 미국 생산 차량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테슬라와 협력사들은 이미 일부 중국산 부품을 다른 지역 제품으로 교체했으며 1∼2년 내 모든 부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발 부품 공급 차질을 겪은 테슬라는 이후 미국 생산 차량의 중국 부품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테슬라가 부품 배제 전략에 속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칩과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업체의 신용등급이 상당수 하락한 가운데 현대차와 도요타는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친환경차 기술력이 높고 관세 대응 역량도 충분했던 점이 비결로 꼽히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 도요타는 A+로 각각 유지하면서, 두 회사의 신용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피치는 상당수 자동차 업체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올해 2월 이미 투자 등급이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됐던 닛산은 최근 또 한 번 등급이 BB로 떨어졌고, 혼다와 폭스바겐은 각각 A와 A-를 유지했지만 신용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습니다. 신용등급 ‘부정적’은 2년 이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 기술력을 가진 점,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고율 상호관세 환경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유지할 여력을 보유한 점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모빌리티 산업은 전동화 투자 확대, 무역 환경 변화, 탄소 감축 정책, AI와 GPU 경쟁까지, 굵직한 이슈들이 맞물리면서 큰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완성차와 IT 기업, 각국 정부의 움직임은 결국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똑똑한 이동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삼아 모빌리티 공간 전체를 설계하는 파트너로서 미래 이동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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