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산업은 다시 한 번 거센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전략을 강화하는 현대차의 장기 계획, 미국발 고율 관세와 무역 합의 소식, 그리고 유럽에서 확산되는 전동화 경쟁까지, 이번 달 모빌리티 이슈는 글로벌 시장 재편과 정책 변수, 하이브리드 중심의 새로운 흐름을 함께 살펴봅니다.
1. 현대차, 친환경차 확대와 글로벌 투자 전략 발표
현대자동차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첫 해외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까지 총 77조 3천억 원을 투자하고 연간 555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4대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 확대입니다. 현재 8종인 하이브리드카를 2030년까지 18종 이상으로 늘리고, 제네시스와 고성능 브랜드 N의 신차도 확대해 올해 약 100만 대 수준인 친환경차 판매를 2030년 330만 대, 전체 판매의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목표한 총 투자 금액 77조 3천억 원에서 설비투자는 38조3천억 원, R&D 투자 30조9천억 원, 전략투자 8조1천억 원입니다. 특히 설비투자는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인도 푸네 공장, 울산 신공장을 3대 ‘혁신 생산기지’로 육성해 연 1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메타플랜트는 2030년까지 연 50만 대, 푸네 공장은 25만 대, 울산 신공장은 20만 대 생산을 목표로 가동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현지화 전략도 구체적입니다. 유럽에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아이오닉 3, 중국에는 준중형 전기 SUV와 세단, 인도에는 2027년 경형급 전기 SUV를 선보이며, 북미 시장을 겨냥해 2028년 전기 상용밴과 2030년 전까지 중형 픽업트럭을 출시합니다.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의 6세대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 5 주행시험도 연내 착수 예정입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맞았으나 과거 경험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 美, 일본에 이어 EU와 관세 15% 확정… 한국차 25% 관세 지속
미국이 일본과 체결한 무역합의에 따라 9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한데 이어, EU와도 유럽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확정했습니다.
반면 한국산 자동차에는 25%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돼,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기아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2.5%의 기본 관세만 내던 한국산 자동차는 이제 반대로 일본·유럽보다 10%를 더 내야 하는 상황으로 뒤바뀌면서 가격 경쟁력이 역전될 위험에 놓였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렇게 되면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며, 앨라배마 공장 역시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입니다. 그러나 현지 하이브리드 생산이 본격화되려면 내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7월 말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방향으로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 방식과 규모(3,500억 달러)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서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은 협상 타결 전까지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향후 협상 결과가 한국 완성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관세 여파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한 182억달러(약 25조4891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자동차 부품업계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습니다. 완성차 수출이 타격받아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면 차 부품·소재 협력사도 그만큼 힘들어지게 됩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82억2200만달러(약 12조원)에 달했습니다.
3. 미국발 관세 충격, 글로벌 자동차 시장으로 확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충격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억 달러(약 4조 1,600억 원) 줄어들며, 미국의 전체 자동차 수입도 21% 감소했습니다.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재고를 활용해 단기 대응에 나섰지만, 3분기부터는 재고 여력이 줄어 관세 부담이 매출과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의 영향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을 늘리고, 렉서스 일부 모델의 현지 생산을 일본으로 이관하는 등 생산 체제 재편에 나섰습니다.
미국 업체들도 변화에 직면했습니다. GM은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로 수요가 급감하자 테네시주 공장에서 캐딜락 전기 SUV 2종의 생산을 12월 한 달간 중단하고, 내년 초까지 교대 인력을 감축하는 등 전기차 생산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업계는 하반기부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감소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호관세 확대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불가피하게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을 늘려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 유럽 전기차 시장, 중국 브랜드 약진에 경쟁 심화
중국 자동차가 유럽 시장에서 고율 관세를 넘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28개국에서 중국산 차량 판매는 34만7,135대로 지난해보다 91% 늘며 점유율을 5.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EU가 중국 전기차에 17.8~45.8%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BYD, 샤오펑, 리프모터 등 주요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한 결과입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업체들은 유럽 현지 생산 기지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연간 25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연말 가동할 예정이며, 튀르키예에도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샤오펑은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와 협력해 첫 유럽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리프모터와 상하이자동차도 스페인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관세를 피하고 현지 맞춤형 모델을 내놓기 위한 전략입니다.
다만, BYD는 자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글로벌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판매 목표를 기존 550만 대에서 460만 대로 16%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으로, 중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이 글로벌 시장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 내 판매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63만1,02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8.5%로 0.7%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특히 기아는 같은 기간 판매가 8.5% 줄어 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유럽 현지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전기차 역시 관세 부담 없이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5. 유럽 최대 모터쇼 IAA 2025,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각축전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IAA 모빌리티 2025’가 9월 7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개최됐습니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750여 개 기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전기차·자율주행·차량용 첨단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Concept 3)’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골목길이 많은 유럽 도로 환경을 고려한 크로스오버형 전략 모델로, 유럽 전기차 대중화를 겨냥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46% 늘어나며 역대 최단기간 10만 대 판매를 돌파했고, 올해 전기차 20만 대 판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도 두드러졌습니다. BYD, 샤오펑 등은 2만 유로(약 3천만 원)대 소형 전기차를 대거 공개하며 유럽 시장 확대를 노렸습니다. 샤오펑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을 공개해 자율주행과 생산 자동화 기술력을 강조했고, BYD는 소형 SUV ‘돌핀 서프’와 ‘아토2’를 선보였습니다.
이에 맞서 유럽 전통 강자들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폭스바겐은 보급형 전기 해치백 ‘ID. 폴로’를 2만5천 유로 수준에 공개하며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본격화했고,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도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대거 발표했습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앞두고 중저가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본토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모터쇼는 전기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각축전이기도 했습니다. 퀄컴은 BMW와 협력한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을 소개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를 활용한 차세대 ‘디지털 콕핏’을 선보였습니다. 현대모비스도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디스플레이 등 전동화·전장 기술 20여 종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IAA 2025는 전기차 대중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로보택시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가늠하는 자리로, 유럽·중국·한국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글로벌 IT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6. 미국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구금, 전원 귀국과 후속 협상까지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75명이 취업비자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됐습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헬기와 장갑차까지 투입해 공장 출입문을 봉쇄하고 단속을 실시했으며, 상당수는 ESTA(전자여행허가)나 B1·B2 비자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즉시 주미대사관 총영사를 급파해 미국 정부와 협의했고, 체포된 한국인 약 330명은 9월 12일 전세기를 통해 모두 귀국했습니다. 일부 외국인 근로자도 조건부 입국이 허용됐습니다.
이 사태는 미국과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에 직접적 충격을 주었습니다. 공장 준공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하던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은 수주 공백과 납품 지연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현지 공장의 국내산 장비 사용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후방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외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싶지 않다”며 외국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언급하며 강경한 반이민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한·미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비자 제도 개선 필요성을 논의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사태 이후 현지 미국인 채용 확대에도 나섰습니다.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차 메타플랜트(HMGMA)는 9월 30일(현지 시간) 서배너 공대 캠퍼스에서 공개 채용 행사를 열고 현지 인력 확보를 통해 비자·관세 리스크 완화에 나설 방침입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보호무역·이민 규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교차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체포부터 귀국, 미 행정부와 주정부의 대응, 한국 기업의 후속 조치까지 일련의 과정은 한·미 간 투자 협력과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안정성을 시험하는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10월 글로벌 모빌리티 이슈에서는 현대차의 장기 투자 계획과 하이브리드 전략, 미국발 15% 관세율 합의, 유럽 전동화 경쟁 등 글로벌 시장 재편을 살펴봤습니다. 복합적인 정책·시장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트랜시스는 이러한 신호를 면밀히 분석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준비를 지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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