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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총력전

 

 

그동안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차량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상식이 무너지고 있는데요.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이동하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로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지에 따라 차량의 성능과 성격이 결정되는 시대가 온 것이죠.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차별화된 AI·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결정한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이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차량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자동차는 고성능의 컴퓨팅 시스템과 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요. 용량이 크고 정교하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운용해야 하고,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완제품으로 고객에게 전달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자동차가 고객에게 인도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차의 기능과 성능을 최상으로 유지하게 되므로 ‘업데이트’와 이를 구현하는 ‘최적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로 OTA 기술이 탑재된 GV60

 

여기서 필요한 것이 무선 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OTA(Over-the-Air) 기술입니다. 정비소에 가서 부품을 교체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성능을 개선하고, 자동차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콘텐츠는 물론 주행성능, 승차감, 연료 효율, 보안 기능까지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운전자에게 맞춤형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완성차 업체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단순히 자동차 판매를 통한 수익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구독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시장이 2020년 169억 달러에서 2025년 1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사진출처: 카리아드

 

폭스바겐그룹은 2020년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 조직 ‘카리아드(CARIAD)’를 신설해 2026년까지 1만 명의 직원을 확보하고, 기술 개발에 300억 유로(약 40조 원)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카리아드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통합 아키텍처와 자동차 클라우드, 운전자 지원 시스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등 선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벤틀리와 아우디에 적용할 레벨4 자율주행 기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GM

 

GM은 올해 초 열린 CES 2022에서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판매로 200~250억 달러(약 26~33조 원)의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한 지난 6월 오픈소스 솔루션 제공업체인 레드햇(Red Hat)과 SDV 개발을 위한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공개한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 얼티파이(Ultifi)의 지속적인 진화와 SDV 프로그램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출처: 엔비디아

 

메르세데스-벤츠는 AI·자율주행·GPU 기업인 엔비디아와 SDV 차량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오는 2024년부터 혁신적인 차내 컴퓨팅 시스템과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를 벤츠 차량에 적용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할 계획인데요. 고객은 차량을 이용하는 동안 OTA를 통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구독 서비스를 구입하고 추가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포드미디어

 

포드는 지난해 2월 구글과 향후 6년간 포드가 생산하는 차량에 구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기 위한 제휴를 체결했는데요. 최근 구글과의 파트너십 결과를 발표하며 제휴 이후 20개월 만에 500만 건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달성했으며, 구글의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연결하고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소니가 CES 2022에서 공개한 전기차 SUV '비전-S2'의 내부 (사진출처: 소니)

 

이 밖에 혼다는 지난 6월 소니와소니·혼다 모빌리티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하고, 각각 50억 엔( 48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스텔란티스도 지난해 말소프트웨어데이행사에서무선 업데이트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강조하며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에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고 커넥티드 차량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출처: 이타스

 

자동차 부품사를 살펴보면 보쉬는 2,300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한 자회사 이타스(Etas)를 설립했는데요. 베이직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클라우드 서비스, 범용 애플리케이션 및 관련 개발 툴을 이타스 산하에서 개발,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품사인 콘티넨탈은 폭스바겐 ID 시리즈에 고성능 컴퓨터를 납품하고, 카리아드와도 밀접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SDV로 대전환,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 여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술과 비전을 발표하는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열고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해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기술력 강화에 2030년까지 총 18조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OTA 기술을 탑재하고,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해 이종 산업과 제휴할 예정입니다. 또한 SDV 개발을 위해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하고 여기에 최적화된 고사양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 8월 한국과 미국에 각각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와 ‘로봇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는데요.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와 로지스틱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SDV용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또한 그룹 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서비스 개발 조직을 통합하여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미국에 설립될 ‘로봇 인공지능 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이 생산할 로봇을 비롯한 미래 신사업과 연계된 고도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합니다. 이 같은 조직 통합과 집중화는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그룹 내 역량을 신속하게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머지않아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감성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모바일 혁명을 일으켰던 것처럼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또한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과 SDV가 여는 모빌리티 혁명,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