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려 Zoom] 고령화 시대, ‘제론테크’가 뜬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부족한 실버산업 확대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을 실버산업에 접목시켜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차원적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최근 노년층의 디지털 형평성 증진을 위한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제론테크놀로지는 노인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노인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고, 독립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에이징(Aging) 편견에 맞서는 기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7년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2025년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통계청은 25년 후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고령사회는 자연스럽게 노인 건강 문제는 물론 사회 참여 저하, 사회적 비용 증가와 연결됩니다. 노인들의 사회적, 심리적 고립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때문인데요. 제론테크는 노인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팬데믹과 같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소셜 활동을 통해 사회와 연결될 수 있게 해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도와줍니다.

 

 

제론테크는 노인에 대한 시선을 수동적이고 비활동적이며 의존적인 존재에서 ‘활동적인 노화(Active Aging)’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동안 노인을 위한 기술이 질병·장애 치료를 중심에 뒀다면 ‘인간다운 삶의 지속’에 방점을 두고 건강과 사회 참여,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로 접근법을 재편했습니다.

 

제론테크에 접목되는 다양한 기술들

 

세계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제론테크에 관심을 두고 ICT 산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고령층에 대한 복지 지출 규모가 GDP의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인구 고령화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0년대 초부터 연금과 의료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활동적이고 건강한 노화(Active and Healthy Ageing, AHA)’라는 가치 아래 의료·보건 영역뿐만 아니라 각 가정, 공공기관, 대중교통 등에 IoT 환경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여 거대한 IoT 생태계를 만드는 ‘ACTIVAG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2년 'ICT 초고령사회 구상회의'를 통해 건강한 고령자가 경험과 지혜를 살려 젊은 세대와 함께 일하며, 경제 활동과 사회 참여를 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 플래티넘' 사회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의료, 간호, 건강 부문에 I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버 세대의 ICT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제론테크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원격 통신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 돌봄 서비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AI가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고 지시 내용을 이해해 노인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죠. 2019년부터 일부 지자체에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사투리까지 알아들을 수 있으며, 사용하면 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일본에서 개발된 돌봄 로봇 인형 파로(PARO) (사진출처: 파로로봇)

 

또한 AI 기술과 디지털 기기의 연결을 통해 건강 케어, 비상시 알림 및 구조 요청, 말동무 등이 가능한 돌봄 로봇 인형도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 사례로 들 수 있습니다. 인형이나 동물의 형상을 한 돌봄 로봇은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 외로움과 우울감을 달래주거나 치매 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원격으로 감지,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홈은 노인의 안전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TV를 켜고 냉장고 문을 여는 등 노인의 평소 생활 패턴을 파악해 평소와 다른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면 복지시설이나 관공서에 연락해 출동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원격 방범과 방재, 냉난방 제어도 가능합니다.

 

CES 2023에서 선보인 제론테크 기술과 제품

래브라도 시스템즈의 리트리버(Retriever) 로봇 (사진출처: 래브라도 시스템즈)

 

고령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올해 CES 2023에선 제론테크와 관련된 기술이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래브라도 시스템즈(Labrador Systems)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을 위해 일상용품을 옮겨주는 등 돌봄 기능을 갖춘 가정용 자율이동 로봇 '리트리버(Retriever)'를 선보였습니다.

 

식당이나 호텔에서 고객들에게 서빙하는 로봇과 유사하게 생긴 이 로봇은 최대 10파운드의 음식이나 세탁물 등을 싣고 집안 곳곳을 이동하는데요. 사용자는 터치스크린이나 음성 명령, 모바일 앱을 통해 로봇을 제어할 수 있으며, 로봇은 자율주행 기술로 장애물을 스스로 피할 수 있습니다.

 

청력이 손실된 사람들을 위한 스마트 안경, 잔더 글라스 (사진출처: 잔더 글라스)

 

MIT 미디어랩 졸업생 알렉스 웨스트너(Alex Westner)가 개발한 '잔더 글라스(Xander Glass)'는 청력이 손실된 사람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말풍선 같은 대화 자막을 제공하는 스마트 안경입니다. 증강현실(AR) 기술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없을 때 실시간으로 안경을 통해 떠오르는 텍스트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웨어러블 로봇으로 간병인을 직접 지원하는 저먼 바이오닉의 클레이X (사진출처: 저먼 바이오닉)

 

저먼 바이오닉 시스템즈(German Bionic)의 '클레이X(Cray X)'는 간병인의 외골격을 지지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가정과 장기 요양 시설에서 간병인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클레이X는 그 효과성을 인정받아 올해 웨어러블 부분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CES 2023 접근성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휠 (사진출처: 휠)

 

자율 휠체어 업체인 휠(WHILL)은 접근성 부문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휠은 최신 센서, 충돌 회피 기능과 결합된 고급 매핑 기술을 활용해 이동이 제한되고 감각 또는 운동능력이 저하된 사람들이 공항, 테마파크, 병원 같은 넓은 장소 안을 돌아다니기 쉽게 설계되었습니다.

 

훈련 받은 운전자가 동반하여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워드 라이드 (사진출처: 온워드라이드)

 

이외에도 CES는 매년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주관하는 제론테크 스타트업을 위한 피치 대회를 개최하는데요. 올해는 노인이나 신체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승차 공유 서비스 '온워드 라이드(Onward Rides)'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온워드 라이드는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훈련 받고 검증된 운전자가 동반하여 노인이 이용하는 병원이나 지역 기관으로 실어다 주는 의료 운송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 2013년부터 노인복지 프로그램인 ‘희망출동1365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봉사단을 중심으로 독거노인 안전 및 생활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실버카(노인 보행차)를 직접 제작 후원하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실버카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수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UN은 2021년~2030년을 ‘건강한 노화 10년’으로 선언하고 노령자가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많은 기업과 국가에서 고령자를 위한 제품과 서비스, 인프라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고,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도 고령층을 배려한 관점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제론테크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