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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관점에서의 공간과 시트의 역할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개념으로 키워드 ‘C.A.S.E’를 제시하기 시작한 지 어느 덧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연결성(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공유 및 서비스(Shared and Serviced), 전기 구동(Electric Drive)을 뜻하는 ‘C.A.S.E’는 사회, 문화,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를 잡은 자동차의 변화 방향을 알 수 있는 표현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10여년 전에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이미 현실로 구현된 것도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기존 기술이 융합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 예견되었던 이동 수단의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고, 그 덕분에 미래 모빌리티의 개념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트랜시스와 슈퍼널이 2022 판버러 에어쇼를 통해 공개한 AAM 인테리어 

 

자동차를 비롯해 킥보드와 같은 초소형 모빌리티 등 지상 모빌리티뿐 아니라, 도심 항공 모빌리티 (Urban Air Mobility, UAM), 첨단 항공 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 AAM)도 머지않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즉, 전동화를 통한 동력원의 소형화에 힘입어 모빌리티의 활용 영역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모두 그동안 진행되어온 C.A.S.E 관련 기술의 발전이 융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얻은 결과다.

 

무엇보다 자동차나 항공기와 같은 기기 자체의 형태에 집중되었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의 방향성은 이동 경험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모빌리티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공급자에서 사용자로 바뀔 뿐 아니라, 모빌리티가 생활에 연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기기의 형태는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미래 모빌리티는 기기의 형태와 관계없이 공간과 경험의 질과 가치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시대 모빌리티 공간의 새로운 인테리어 방향성을 제시한 '현대트랜시스 퓨처 모빌리티 스페이스'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 전동화가 진행되고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내 공간과 시트의 개념과 디자인이 달라지고 있다.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들고 실내에 일상생활 공간의 확장 개념이 녹아들고 있다는 점이 변화의 핵심이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의 실내는 탑승자가 이동하는 시간 내내 즐겁고 편안한 기분을 주는 공간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편안하고 안락한 컬러와 소재가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탑승자의 웰빙을 고려해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 등도 이전보다 강화되고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사용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용 편의성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아울러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시트 구성 요소들의 부피가 작으면서 조절의 자유도가 높은 시트가 요구되고 있으며, 전기차 주행거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량화와 더불어 전력 사용량도 최적화해야 한다.

 

2024 CES에서 기아가 공개한 헤일링 PBV의 실내 공간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최적화한 공간으로 변화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시트 전문 기업인 현대트랜시스가 시트 개발에 참여했다.

 

현대트랜시스는 국내외 업체들의 전기차 및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시트 개발을 통해 전기차에 특화된 시트 노하우와 다양한 컴포트 기술을 축적해 왔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 개발해 기아 EV9에 적용한 세계 최초 기술인 다이내믹 바디케어, 저전력 카본 열선이나 국내 최초의 틸팅형 워크인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G90 시트에 적용된 여러 컴포트 기술로 이동 경험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기술은 앞으로 한층 더 발전해 미래 모빌리티에 구현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움직이는 모빌리티에서는 모든 좌석이 반드시 앞을 향해 설치되지 않는 만큼, 충분한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탑승자의 자유로운 자세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공유 서비스에 쓰이는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를 이용하는 경우, 여러 사람이 같은 공간과 시트를 이용하기 마련이다. 이때 시트나 내장재가 쉽게 오염될 수 있는 만큼 오염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방오(防汚) 소재를 써야 한다.

 

재생가죽 등 지속가능한 소재로 제작한 '현대트랜시스 자율주행차 콘셉트 시트'

 

이를 위해서는 시트 자체 뿐 아니라 공간 전체를 종합적 관점에서 보고 설계 및 구성을 해야 하는데, 현대트랜시스가 2022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 시트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제안이었다. 친환경 재생 가죽을 사용한 소재, 기존 제품을 업사이클링 한 시트 프레임 등 전방위적 친환경 접근 방식을 통해 구현한 시트와 소재 및 색채, 활용성을 모두 고려한 공간 구성은 미래 모빌리티 공간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을 잘 보여주었다.

 

자동차와 같은 지상 모빌리티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더 많은 것은 UAM, AAM과 같은 항공 모빌리티를 위한 시트다. 항공 모빌리티용 시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기 안전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비행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경량화는 필수적이고, 비상 착륙이나 사고 발생 시 탑승자를 보호해야 하므로 강도와 충격 흡수 능력이 모두 뛰어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안락함과 편의성을 함께 갖춰야 하므로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대트랜시스 UAM 캐빈 콘셉트 'HTAM-Flip'

 

현대트랜시스는 이미 항공기 기내 디자인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2023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에서 UAM 캐빈 콘셉트 ‘HTAM-Flip’ 공개해 미래 모빌리티 시트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HTAM-Flip은 프레임이 노출된 슬림형 시트 디자인과 더불어 친환경 경량화 소재 사용 등으로 UAM에 최적화된 시트와 공간 구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현대트랜시스는 크리스탈 캐빈 어워드 첫 참가에서 자동차 부품사 가운데 유일하게 캐빈 콘셉트 부문 ‘숏 리스트’에 오르며 주목받기도 했다.

이처럼 미래 모빌리티의 공간은 이전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 사용자에게 기능과 감성 모두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대트랜시스는 오랜 경험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만족스러운 이동 경험을 선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아가 설계에서부터 생산, 사용은 물론 사용 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경험하게 될 모빌리티에서도 우리는 현대트랜시스가 꾸민 공간 덕분에 안심하고 더 안전하고 안락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