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인간의 감각과 반응 능력이 총동원되는 고도의 작업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가 보고, 듣고, 인지하고, 판단하고 반응하는 이 복합적인 과정을 차량이 대신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최근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ICT 기업들은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업 간의 수평적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자율주행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한층 본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은 자율 기능의 수준과 차량의 판단 범위에 따라 총 여섯 단계(Level 0~5)로 구분된다. 레벨 0은 자율 기능이 없는 상태이며, 레벨 1은 전방 충돌 경고나 차선 이탈 경고 등 일부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레벨 2에서는 차로 유지, 자동 속도 조절이 가능하지만, 제어권은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다. 레벨 3은 라이다 등 고성능 센서를 통해 차량이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단계이며, 레벨 4에 이르면 운전자 개입 없이도 지정된 구간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마지막 단계인 레벨 5는 운전자의 개입이나 도로·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차량이 모든 상황을 완전히 자율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상태로, 자율주행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로 간주된다.
현재 상용화된 수준은 레벨 2이다. 최근 출시되는 중대형 차량을 중심으로 기본 탑재되는 자율주행 레벨 2 기술은 일부 주행을 보조하고 운전자의 피로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자율주행으로 간주되는 레벨 3는 다소 갈 길이 멀다. 레벨 3 부터 고성능 센서를 도입하면서 제조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차량 가격이 기존보다 1.5~2배 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나 보험 적용 등의 제도적 기준도 아직 미비하다.
또한, 차량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어렵다. 특히 고속도로 주행이나 교차로와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는 차량이 모든 상황을 독자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도로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로 표지, 교통 정보, 고정밀 지도 등을 차량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V2X(Vehicle-to-Everything) 기반 초연결 시스템은 졸음운전이나 돌발 상황 발생 시 도로와 차량 간 협력을 통해 사고를 줄이고, 고가의 센서 의존도 또한 낮춰준다.
이 같은 기술적 요구에 대응하여 완성차 업체들은 구글, 모빌아이, 엔비디아 등 ICT 기업과 자율협력주행(CAD, Connected Automated Driving) 기술 개발을 위해 협업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도로 인프라, 외부 통신망 간 연계를 가능케 하기 위한 IVN(차내 네트워크), VICT(Vehicle-ICT) 등이 핵심 기술로 꼽히며, 여기에 AI 기술이 결합되면서 자율주행 생태계는 통합형 시스템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로보택시와 셔틀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등지에서 레벨 4 수준의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며,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1억 마일을 넘어섰다. 테슬라도 오스틴에서 모델 Y 기반의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전자 없이 정해진 요금과 시간대로 일부 초청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현재 제한적이지만, 테슬라는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향후 운행 지역 확대와 완전 무인 로보택시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로보택시와 더불어 자율주행셔틀은 레벨 4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중교통 상용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정 구간을 저속으로 반복 운행하도록 설계되어 실증 테스트가 용이하고, 기술 진입장벽이 낮아 중소기업 중심의 생태계 형성에도 유리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정류장, 주거지, 공공시설 등을 연결하는 라스트마일 또는 퍼스트마일 구간에 적합해 기존 교통수단으로 충족되지 않는 이동 수요도 보완할 수 있다. 현재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6~12인승 전기 셔틀이 시험 운행 중이며, 유럽, 뉴질랜드, 한국의 서울·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도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와 도심형 자율주행 셔틀이 상용화되면,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위한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 통행 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승용차 중심 모빌리티 구조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기반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한편,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규제 강화는 교통 분야의 녹색 전환을 세계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셔틀, 공유 연계교통, 스마트폰 기반 교통 스케줄링 같은 다양한 미래형 기술이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CT와 자동차 기술의 융합은 도심형 모빌리티를 ‘맞춤형 이동 서비스’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대중교통과 개인용 이동수단, 공유차량 등 전기차 기반의 다양한 수단은 지능형 교통체계(ITS)를 통해 통합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동 서비스의 주도권 역시 기존의 공급자에서 사용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도심 전용 구간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셔틀의 개발과 시범 운영은 대표적인 기술 실증의 장이 될 것이다. 이는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거지와 생활권을 잇는 저속형 레벨 4 셔틀이 도입된다면, 사용자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의 참여 확대 및 자율주행 기반 신산업 생태계의 조성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제도, 사회가 함께 진화하는 지금, 자율주행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며 새로운 산업 지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 글. 문영준 박사(한국과학기술원 초빙교수)
'Tre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 현대트랜시스가 전하는 모빌리티 이슈 (0) | 2025.07.09 |
---|---|
2025 글로벌 100대 자동차 부품사 순위 발표 (2) | 2025.07.03 |
2025 상반기, 불확실성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단면 (1) | 2025.06.27 |
장마와 폭우에도 걱정 없는 전기차 생활 (1) | 2025.06.25 |
6월 현대트랜시스가 전하는 모빌리티 이슈 (0) | 2025.06.05 |